OBS 사측, 노조 현수막 기습 철거...노조 “재물손괴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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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측 “현수막 안 보이는 데로 옮겨라” VS 노조 “시청자 목소리 무시?”

OBS 경인TV(대표 최동호, 이하 OBS) 사측이 정리해고 철회와 방송 정상화를 요구하며 사옥 앞에서 농성장을 설치하고 투쟁 중인 언론노조 OBS 희망조합지부(지부장 유진영, 이하 OBS 지부)의 현수막을 기습 철거했다.

5일 OBS 지부에 따르면, 사측은 5일 새벽 4시경 부천시 오정구 오정동 OBS 사옥 외벽에 설치된 현수막 6개를 기습 철거했다. 또 사측은 OBS 지부에 “오늘까지 투쟁본부 천막을 중계차고 안으로 옮기지 않으면, 이 역시 철거하겠다”고 통보해 왔다.

3월 14일 사옥 앞에 농성장을 설치하고 ‘정리해고 철회’ 릴레이 농성을 이어가고 있는 OBS 지부가 설치한 현수막에는 OBS의 대주주 백성학 영안모자 회장과 OBS 경영진에게 정리해고 철회와 노조와의 대화를 요구하는 내용이 담겨있다. 또 언론단체‧시민단체‧정의당 등에서 OBS 지부의 농성‧투쟁을 지지한다는 뜻으로 보낸 현수막들도 있었다.

OBS 지부는 “어제(4일) 오후 6시쯤 대주주가 농성장에 와서 농성장을 눈에 띄지 않는 곳으로 옮겨줄 것과 현수막 철거를 요청했다”며 “하지만 현수막은 지역시민단체 등에서 보내준 것이라 소유권이 노조에 있지 않고, 게시는 우리가 했지만 주인은 지역시민단체다. 우리에게 (철거할) 권리가 없다. 또 지금 조합의 요구가 하나도 안 받아들여졌는데 (현수막을) 철거할 이유도 없다. 농성장은 정리해고 대상자들이 머물 공간이기도 하다. 그랬더니 새벽에 기습적으로 (현수막을) 철거해 버린 것”이라고 설명했다.

OBS 지부는 사측의 현수막 철거가 재물손괴죄와 노동조합법 저촉 행위에 해당한다는 입장이다. 유진영 OBS 지부장은 “현수막은 지역의 시민사회단체, 언론 시민단체가 보내온 시청자의 목소리다. 시청자의 목소리는 현수막을 훼손한다고 없어지진 않는다”며 “이는 명백한 범죄행위”라고 비판했다.

▲ 부천시 오정구 오정동 OBS 경인TV(대표 최동호) 사옥 외벽에 걸린 현수막들(사진 위). 이들 현수막은 OBS 정리해고 사태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와 방송 정상화를 요구하는 지역·언론 시민단체들이 만들어 보낸 것이다. 이 현수막들은 사측에 의해 5일 새벽 4시경 기습 철거됐다. 현재는 언론노조 OBS 희망조합지부가 현수막을 돌려받은 상태다. ⓒ사진제공 언론노조 OBS 희망조합지부

사측 “정리해고, 방통위 정책 실패로 인한 광고 급감의 결과” VS 노조 “그런 말할 자격 있나”

오는 14일이면 OBS 지부가 사옥 앞에 농성장을 설치한지 한 달째다. 꾸준히 정리해고 철회와 방송 정상화를 요구하고 있다. 그러나 사측은 지난 1일 OBS 구성원 3명에 대해 자택대기발령을 통보했다. OBS 지부에 따르면, 이들은 사실상 2차 정리해고 대상 예정자다.

OBS 지부는 “(1일 자택대기발령을 받은 3명은) 보도국에서 아카이빙(영상 분류‧편집 담당) 업무를 하는 이들로서, 3월 14일 정리해고를 통보받은 18명과는 별개의 인원”이라고 밝혔다.

사측은 또 지난달 31일 최동호 대표이사 명의로 ‘OBS 혁신경영 설명자료’를 배포했다. 이 자료는 현재 사측이 취하고 있는 정리해고 조치가 경영상의 이유에서 불가피한 것임을 설명하는 자료로서, 3월 15일자로 배포했던 자료와 내용 면에서 거의 유사하다. 다만 31일에 배포된 자료에는 OBS가 정리해고를 해야 할 만큼 어려운 상황에 처한 원인인 광고수익 급감이 전적으로 방송통신위원회(위원장 최성준, 이하 방통위)에 있다고 주장하는 내용에 대한 근거가 강화됐다.

사측은 31일 배포한 자료에서 “지난 몇 년간 (OBS는) 외부 방송환경의 변화와 방송광고 시장의 급격한 축소를 극복하기 위해 대한민국 유일의 ‘비(非)네트워크 독립방송’으로서 관계 요로(소관 부처, 여기서는 방통위 지칭)에 경인지역 시청주권을 보장하기 위한 지원책을 수차례에 걸쳐 눈물로 호소했다”며 “그러나 방통위는 스스로 발주했던 광고균형발전 연구 용역에서 제시된 ‘제작투자비 대비 인센티브’ 등 최소한의 합리적인 정책 제안을 타 사업자와의 이해관계 조정 등의 이유를 들어 방기하여왔다. 이는 명백히 경인지역 방송 시청주권을 무시한 처사”라고 주장했다.

방통위는 2015년 광고 결합판매 등 전체적인 방송사 광고 문제를 바로잡기 위해 방송광고균형발전위원회(이하 균발위)에 연구용역을 의뢰했다. 균발위는 ‘방송광고 균형발전을 위하여 필요한 사항’ 등에 대해 심의할 수 있는 법정기구로, 2012년 <방송광고판매대행 등에 관한 법률>이 제정된 이후 출범했다. 2015년 당시 균발위는 어떻게 하면 각 방송사에 광고를 합리적으로 배분하고 특히 중소방송은 어떻게 지원할 수 있을지 등에 대해 연구하고 대안을 강구했다.

OBS 지부에 따르면, 당시 균발위에서는 ‘현재 OBS에 광고를 배분하는 방식은 형평성에 맞지 않다’는 의견이 나왔다. OBS 지부는 “OBS는 지역방송 중 가장 넓은 시청권역을 가지고 있지만 광고는 그 수준에 미치지 못한다는 문제점이 있었고, 이에 OBS의 문제를 해소하기 위한 4가지 방안이 제시됐다”며 “이미 결합판매로 (광고를) 지원받고 있는 EBS의 광고를 미디어크리에이트(OBS 광고판매대행사, 이하 미크)로 넘기는 방안, 미크와 코바코(한국방송광고진흥공사)로 나눠져 있는 광고 결합판매를 다시 조정하는 방안, 그리고 자체편성률이 높은 방송사에는 광고를 더 많이 배분하는 방안 등이 있었다”고 말했다.

이어 “OBS는 타 지역방송에 비해 자체제작‧편성의 비율이 높기 때문에 거기에서 혜택을 받고 광고 불균형 문제를 시정할 수도 있었는데, 여기서 방통위가 ‘이해관계 조정이 어렵다’고 연구 용역 결과를 사실상 폐기했다”며 “방통위가 당시 ‘광고 대행사를 옮기는 문제는 풍선효과를 초래해서 강제로 수정하기 힘들다’고 했었다”고 밝혔다.

OBS 지부는 이 문제에 관해선 노사 간 입장차가 존재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다만 사측이나 대주주가 마땅히 해야 할 책임을 다 하지 않았다는 점을 지적했다.

OBS 지부는 “정책적인 문제는 조합에서도 계속 얘기해왔던 문제이기 때문에, 이 부분에선 노사를 따지자는 게 아니”라고 선을 그었다. 그러면서도 “다만 조합은 이 문제를 주체적으로 나서서 해결하려고 할 때, 뒷짐을 지고 있었던 사측이나 대주주가 이제 와서 이 얘기를 한다는 자체가 옳지 않다. 회사가 과연 정책적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어떤 노력을 해 왔는지 묻고 싶다”고 성토했다.

▲ 지난 4일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와 유진영 언론노조 OBS 희망조합지부장이 더불어민주당 서울·경기·강원·제주 경선이 열린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만나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이 자리에서 두 사람은 OBS 정리해고 문제와 방송 정상화 현안에 대해 논의했다. ⓒ사진제공 언론노조 OBS 희망조합지부

문재인‧추혜선 등 정치권도 OBS에 관심·지지…11일 경기도의회에서 토론회도 열려

방통위가 지난해 말 OBS에 대해 결정한 조건부 재허가는 오는 12월까지만 유효하다.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지만, 정리해고를 둘러싼 노사갈등은 좀처럼 해결될 기미가 보이지 않고 있다. 이에 정치권을 비롯한 언론 시민단체, 지역 시민단체에서도 OBS 정리해고 문제에 관심을 보이는 한편 OBS 지부에 연대투쟁 의지를 밝히고 사측에 조속한 방송 정상화를 요구했다. 정의당 인천시당과 경기도당, 언론노조 인천일보지부, 인천평화복지연대, 민주노총 부천시흥김포지부, 경인지역 시청주권사수와 OBS 방송정상화를 위한 공동대책위원회(이하 OBS 공대위) 등은 직접 현수막을 제작해 OBS 지부에 보내주기도 했다.

지난 4일에는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로 확정된 문재인 후보가 유진영 지부장과 면담했다. 더불어민주당 서울‧경기‧강원‧제주권 경선이 치러진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유 지부장과 만난 문 후보는, 14일로 예정된 정리해고 사태와 방송 정상화 문제에 대한 설명을 듣고 “잘 알겠다. 관심 가지겠다”고 답했다.

같은 날 문 후보 정무특보이자 인천 연수구 국회의원인 박찬대 의원도 OBS 사옥 앞 노조 투쟁본부를 방문해 OBS 노조에 대한지지 의사를 표명하고 지역 국회의원으로서 사태 해결에 적극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박 의원에 앞서 더불어민주당 박남춘 인천시당 위원장은 농성장을 방문해 문제 해결을 위한 노력을 약속했고, MBC 방송문화진흥회(방문진) 이사 출신이자 국회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회(이하 미방위) 소속인 더불어민주당 권미혁 의원은 6일 부천시 오정동 OBS 사옥 앞에서 열리는 ‘정리해고 분쇄와 OBS 정상화를 위한 투쟁 문화제’에 참석할 예정이다.

같은 미방위 소속인 정의당 추혜선 의원은 이미 지난달 28일 지역 당원들과 함께 투쟁본부를 방문해 조합원들과 간담회를 열었다. 추 의원은 이 자리에서 정리해고 사태를 초래한 경영진과 대주주를 강력하게 규탄하고 시한부 재허가 1년이 OBS에 주어진 마지막 시간임을 경고했다. 이 외에 김광진 전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문병호 전 국민의당 의원도 조합의 투쟁을 지지하고 도움을 모색하기로 했다.

지역 시민단체와 언론 시민단체의 관심과 지지는 상당하다. 이들은 OBS 지부에서 개최하는 결의대회나 기자회견 등에 꾸준히 참석해 지지와 연대의사를 표명하고 있다. 농성장 지지 방문은 물론 일부 지역‧언론 시민단체 회원들은 직접 농성에 참여하기도 한다.

OBS 지부는 지역 주민들을 포함한 지역‧언론 시민단체, 나아가 정치권까지 아우르고 이들의 관심과 참여를 촉구할 다양한 일정을 준비하고 있다. 6일 열리는 투쟁문화제를 비롯해 11일에는 경기도 팔달구 고등동에 위치한 경기도의회에서 ‘지역방송의 책임과 역할’을 주제로 토론회를 개최한다. 토론회에는 지역‧언론 시민단체는 물론 경기도의회 의장을 비롯한 경기도의회 관계자들이 다수 참석해 OBS를 포함한 지역방송 문제에 관해 심도 있게 논의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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