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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먼다큐 사랑’ PD는 왜 장범준에게 꽂혔을까 [인터뷰]

“열정과 노력 많은 가수...사명감 깊어” 표재민 기자l승인2017.04.07 10:45: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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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매년 봄이 되면 음원차트 상위권에 올라오며 ‘벚꽃 좀비’, ‘벚꽃 연금’이라는 별명이 있는 장범준. 유 PD 역시 장범준이라는 가수에 대한 호기심이 있었다. 유 PD는 “장범준 씨에 대해 알아보려고 인터넷에서 검색을 해보니 정보가 제한적이더라”라면서 “만나고 싶었고 이야기를 해보니 독특한 면이 있었다”라고 회상했다. ⓒ MBC

가수 장범준의 음악 세계를 다룬 다큐멘터리 영화 <다시, 벚꽃>(감독 유해진, 기획 문화방송, 제공 배급 ㈜영화사 진진)은 장범준이라는 멋있는 가수에게 흠뻑 빠지게 되는 시간이다. 지난 6일 개봉한 이 영화는 히트곡이 많아 마음 편안하게 음악 한다고 오해하기 쉬운 장범준의 속깊은 내면과 음악인으로서의 무수한 노력들이 고스란히 느껴지는 작품이다.

 

무대가 아닌 매체를 통해 만나기 쉽지 않은 장범준, ‘벚꽃엔딩’, ‘여수 밤바다’, ‘사랑에 빠졌죠’ 등 짧은 시간에 큰 히트곡을 많이 낸 음악인 장범준의 진짜 모습을 다룬다. 이 영화는 MBC 유해진 PD가 연출했다. <휴먼다큐 사랑>을 내놓으며 해외에서도 인정받은 PD다.

 

유 PD는 ‘너는 내 운명’, ‘안녕 아빠’, ‘풀빵 엄마’, ‘엄지공주 엄마가 되고 싶어요’, ‘해나의 기적’ 등을 이끌며 매년 5월마다 안방극장에 감동의 선물을 안겼다. <휴먼다큐 사랑>이 평범하지만 사랑이라는 아름다운 가치를 품고 있는 우리 이웃들의 인생사를 끄집어내는 다큐멘터리라면, <다시, 벚꽃>은 음악과 인물 다큐멘터리가 적절히 섞여 있다. 꾸미지 않고 담담하게 인물을 따라가며 공감을 이끌어내는 재주가 탁월한 유 PD는 공연이 아닌 매체 노출을 꺼리는 장범준을 카메라 앞으로 세우는데 성공했다.  

 

유 PD는 음악을 사랑하고 조예가 깊은 연출자다. 2011년 <MBC 스페셜-나는 록의 전설이다>를 연출해 큰 반향을 일으켰다. 어린 시절부터 음악에 대한 열정이 가득했다. 그는 “<나는 록의 전설이다>를 연출하면서 내가 좋아하는 소재를 가지고 프로그램을 만들면 나 스스로 행복하기도 하고 괜찮은 작품이 나온다는 확신을 가졌다”라면서 “다만 TV매체 특성상 음악을 길게 삽입하면 시청자들이 지루할 수 있어서 중간 중간에 말을 넣어야 하는 아쉬움이 있었다. 이번에는 영화로 개봉했기 때문에 음악을 길게 삽입할 수 있었다”라고 이 영화를 시작하게 된 계기를 말했다.

 

유 PD는 장범준의 이야기와 음악을 더 생생하게 표현하고 싶었다. 음향 장비도 신경을 썼고, TV 다큐멘터리와 달리 음악을 좀 더 길게 삽입했다. 음악가로서 성장하는 장범준, 무던한 노력으로 폭발력 있는 음악을 만드는 모습을 담고자 밀착했다. 편집할 때도 인위적인 가공을 하지 않았고, 흥미를 높이기 위해 기교를 부리지도 않았다. 소위 장범준의 음악을 ‘아날로그’라고 칭하는데, 유 PD는 이번 다큐도 정통 인물 다큐 방식 그대로 구성을 화려하지 않게 했다. 관객의 이해를 돕기 위해 자막을 삽입할 때도 행여나 장범준의 진심이 곡해될까 고민하고 또 고민했다.

 

매년 봄이 되면 음원차트 상위권에 올라오며 ‘벚꽃 좀비’, ‘벚꽃 연금’이라는 별명이 있는 장범준. 유 PD 역시 장범준이라는 가수에 대한 호기심이 있었다. 유 PD는 “장범준 씨에 대해 알아보려고 인터넷에서 검색을 해보니 정보가 제한적이더라”라면서 “만나고 싶었고 이야기를 해보니 독특한 면이 있었다”라고 회상했다.

 

장범준은 매체에 더 많이 등장해 큰 돈을 벌 수 있는 가수다. 그런데 방송 활동을 활발히 하지 않는다. 최소한의 출연만 한다. 많은 가수들이 어떻게든 방송에 나와 자신을 홍보해서 몸값을 높이려는 것과 대조적이다. 유 PD는 신기했다. 다른 사람과 다른 길을 걷는 장범준에게 큰 관심을 갖게 됐다. 물론 쉽지 않았다. 장범준의 출연이 성사될 수 있었던 비결은 ‘음악’이었다.

 

그는 “만나서 다큐 이야기도 했지만 음악 이야기를 더 많이 했다”라면서 “범준 씨가 만든 음악을 들으면서 이야기를 하다 보니 범준 씨가 출연을 하겠다는 의사를 전달했다”라고 음악을 좋아하는 PD여서 가능했던 섭외 비결을 털어놨다.

 

장범준은 2011년 엠넷 오디션 프로그램 <슈퍼스타K 시즌3>에서 밴드 버스커 버스커로 시청자들을 매료시켰다. ‘벚꽃엔딩’을 비롯해 ‘여수 밤바다’, ‘처음엔 사랑이란 게’, ‘정말로 사랑했다면’, ‘꽃송이가’, ‘사랑에 빠졌죠’, ‘빗속으로’, ‘회상’ 등을 내놓으며 음원차트 1위를 휩쓸었다. 감수성을 자극하는 음색과 선율, 모두가 공감하는 가사는 대중의 귓가를 파고들었다. 오디션 프로그램 출신의 스타성이 다분했지만, 방송 활동은 많지 않았다. 이유가 있었다. 음악에만 집중하고 싶어서였다. 그런데 그런 장범준의 진심은 잘 전달되지 않았다.

▲ 자신과 같이 음악으로 돈을 벌고 싶지만 실력이 있어도 기회를 잡지 못하는 이 땅의 꿈 많은 청춘들에게 상대적 박탈감을 안기게 될까봐 책임감을 갖고 무던히도 노력해 더 좋은 음악을 만들고자 하는 진심이 전해졌다. ⓒ 진진

‘벚꽃엔딩’이 매년 봄마다 음원차트 상위권에 오르며 원작자인 장범준에게 안정적이고 큰 수익을 거두게 해준다는 의미로 ‘벚꽃 연금’이라는 부러움 섞인 별명이 따라붙게 되면서부터였다. 단순한 ‘신비주의’ 전략으로 여겨졌다. 장범준은 화려하고 자신의 이름값을 더 높일 수 있는 방송 활동보다 진짜 무대인 관객을 만나는 공연을 택했다. 수많은 관객 앞에 서기도 하고, 두세 명을 상대로 게릴라 무료 공연을 펼치기도 했다. 큰 돈을 버는 것보다 일상을 노래하며 즐기는 가수였다. 음악으로 일기를 쓴다는, 즐기면서 노래를 부르는 가수가 장범준이다. 유 PD가 가까이에서 본 장범준은 그렇게 멋있는 사람이었다.

 

유 PD는 “나는 <휴먼다큐 사랑>을 연출할 때도 있는 그대로 담아야 한다고 생각했다”라면서 “다큐 PD는 자칫 잘못하면 편집하면서 인물을 가공할 수 있는데 그건 거짓이라고 생각한다. 인물의 실제 모습을 담아야 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내가 사랑할 수 있는 사람을 다큐멘터리로 만들고자 한다”라고 연출 소신을 밝혔다.

 

장범준도 마찬가지였다. 유 PD는 촬영하는 동안 장범준에게 푹 빠졌다. 그는 “촬영 전 이 사람과 같이 하는 시간이 향기로울 수 있는지, 이 사람을 있는 그대로 담았을 때 사람들이 이 사람을 함께 좋아할 수 있는지에 대한 고민을 하는데, 장범준 씨가 그런 사람이었다”라고 덧붙였다.

 

그는 “장범준 씨는 정말 솔직하고 말을 하지 않을지언정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라면서 “또 누군가의 실수로 인해 손해가 발생해도 절대로 남 탓을 하지 않고 상대방을 욕하지 않는 모습이 놀라웠다. 사람은 쉽게 누군가를 탓하기 마련인데, 범준 씨는 그런 적이 없었고 그 모습을 보며 나 역시 닮고 싶었다”라고 말했다.

 

장범준은 굳이 자신을 포장하지 않는 사람이다. 이 작품에는 우리가 잘 몰랐던 장범준의 속깊은 진심이 담겨 있다. 그는 다큐멘터리에서 즐기면서 부르는 노래로 자신이 쉽게 돈을 버는 것 같아 더 큰 사명감을 갖게 된다는 말을 했다. 자신과 같이 음악으로 돈을 벌고 싶지만 실력이 있어도 기회를 잡지 못하는 이 땅의 꿈 많은 청춘들에게 상대적 박탈감을 안기게 될까봐 책임감을 갖고 무던히도 노력해 더 좋은 음악을 만들고자 하는 진심이 전해졌다. 무명의 실력파 인디 가수들과 함께 협업을 해서 경험치를 쌓게 도움을 주고, 경제적인 지원도 하며 베풀며 살아가고 있었다.

 

물론 이 진심은 장범준이 직접 전하지 않았다. <다시, 벚꽃>을 본 관객이 자연스럽게 느끼는 장범준의 ‘행간’이다. 제작진 역시 장범준이 갖고 있는 이 깊이 있는 생각을 억지로 전하지 않는다. 직설적이지 않고 내포돼 있어 더 큰 울림이 있다.

▲ 오디션 프로그램 출신의 스타성이 다분했지만, 방송 활동은 많지 않았다. 이유가 있었다. 음악에만 집중하고 싶어서였다. 그런데 그런 장범준의 진심은 잘 전달되지 않았다. ⓒ 진진

유 PD는 “범준 씨는 유려한 말로 자신을 포장하지 않는다”라면서 “제작진으로서 범준 씨의 멋있는 부분을 의미 부여해야 할 때가 있는데 우리가 그런 시도를 할 때마다 본능적으로 포장을 싫어해서 할 수가 없었다”라고 ‘자기 PR 시대’와 거리가 먼 ‘신기해서 더 멋있는’ 장범준을 소개했다. 음악으로 오롯이 승부하겠다는 뚝심이기도 하다.

 

유 PD는 장범준과 함께 하는 시간 내내 그의 연출 소신대로 출연자를 사랑할 수 있었고, 한결 같은 장범준에게 푹 빠진 시간을 보낼 수 있었다. 2집 앨범을 준비하던 2015년 8월부터 지난 1월까지 틈틈이 장범준을 마주했던 유 PD에게 장범준은 침이 마르도록 칭찬할 수 있는 사람이었다.

 

장범준의 별명은 ‘답정너(답은 정해져 있고 넌 대답만 하면 돼)’인데 그런 별명이 장범준의 뚝심을 보여주는 거라고도 했다. 보통 소신이 강하면 예의 없는 사람으로 느껴질 수도 있는데, 장범준은 아니라고 했다. 예의를 갖추는 일에 익숙해 있었고, 자신이 내린 결정을 책임질 수 있는 사람이었다. 자신을 향한 ‘젊은 나이에 손쉽게 음악으로 돈 번다’는 시기 어린 일부의 시선과 오해를 굳이 없애려고 하지 않고 묵묵하게 자신의 길을 걷는 단단한 내공이 있는 가수이기도 하다.

 

유 PD는 “한 번은 녹음실에 가는 길에 택시를 탔는데 우리가 실내등을 켜고 촬영을 하니까 범준 씨가 조금 있다가 실내등을 끄고 촬영을 다음에 하자고 하더라”라면서 “갑작스러운 촬영 중단에 제작진으로서는 당황할 수밖에 없었는데 ‘갑자기 불을 끄면 어떻게 하냐’라고 나중에 물으니까 택시 기사의 얼굴에 상처가 있었다고 말을 하더라. 실내등을 켜서 상처가 보였을 거라고, 기사님이 말씀은 안했지만 부담스럽지 않았겠냐고 말하는 모습을 보며 대단한 친구라고 생각했다”라고 장범준의 배려가 느껴지는 일화를 꺼냈다.

 

그는 “장범준 씨의 멋있는 모습을 우리가 포장을 하려고 해도 본인이 너무 싫어하니깐 마음껏 포장할 수 없었던 게 안타깝다”라면서 “정말 인간 장범준은 박수쳐주고 싶은 사람”이라고 덧붙였다.

 

사실 2~30대 여성들의 큰 지지를 받는 가수이긴 해도 장범준의 다큐멘터리 영화가 대중의 폭넓은 호응을 얻을 수 있는지는 의문이긴 하다. 인물 다큐멘터리가 스크린에 걸릴 때는 많은 관객을 끌어당길 수 있는 ‘확장성’이 필요한데 장범준은 흔히 말하는 ‘국민 가수’의 명성까지는 아니다.

 

유 PD는 제작진으로서의 모험이 아니었느냐는 질문에 “그런 고민이 있었긴 해도 장범준의 매력을 알기에 포기하고 싶지 않았다”라고 답했다. 그리고 연출자로서 꼭 전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었기에 영화 개봉을 추진할 수 있었다고 털어놨다.

▲ 그는 “장범준 씨의 멋있는 모습을 우리가 포장을 하려고 해도 본인이 너무 싫어하니깐 마음껏 포장할 수 없었던 게 안타깝다”라면서 “정말 인간 장범준은 박수쳐주고 싶은 사람”이라고 덧붙였다. ⓒ MBC

그는 “<PD수첩>을 연출할 때는 세상을 바꿀 수 있다는 믿음이 있었고, <휴먼다큐 사랑>을 제작할 때는 사람들의 마음을 어루만져서 우리 사회가 예쁜 방향으로 향할 것이라는 생각을 했다”라면서 “범준 씨는 음악적으로 많은 것을 이뤘는데도 여전히 열정이 많고 달콤하게 누릴 수 있는 혜택 대신에 사명감을 갖고 다른 뮤지션들을 챙긴다. 관객이 범준 씨의 ‘진심’이 담긴 행간을 느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라고 말했다.

 

유 PD는 “<휴먼다큐 사랑>이 평범한 우리 이웃들의 모습에서 위대함을 발견한다면 범준 씨는 평범하진 않지만 음악인로서의 고민과 인간 장범준의 삶을 통해 우리가 공감할 수 있는 부분이 있다고 생각한다”라고 <다시, 벚꽃>이 장범준을 담백한 시선으로 바라보며 관객에게 전하고자 하는 이야기를 전했다.

 

유 PD는 또 다른 작품을 준비 중이다. 이번에는 제주도에 사는 세 할머니의 이야기다. 68세 할머니가 88세 친정 엄마, 105세 시어머니와 함께 사는 모습을 담는다. 제목은 아직 정해지지 않았지만 <내 엄마, 내 어머니>라는 가제로 불리고 있다. 애틋하면서도 예쁜 이야기가 될 것이라는 게 유 PD의 설명이다.

 

유 PD는 연출에 있어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게 ‘사람의 진심을 담는 것’이라고 했다. 그는 “진심을 담는 것은 숭고한 작업”이라고 했다. 거짓이 아닌 진짜를 담아 더 큰 감동을 안기곤 하는 유 PD의 작품인 <다시, 벚꽃>을 통해 우리가 잘 알지 못했던 장범준의 멋있는 진짜 모습을 발견하는 시간을 가져보는 것은 어떨까.


표재민 기자  jmpyo@pdjourna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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