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TBC ‘뉴스룸’ 방심위 법정제재 가능성…‘의견진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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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일 전체회의서 의견진술…손석희 직접 나올까

방송통신심의위원회(위원장 박효종, 이하 방심위)가 JTBC <뉴스룸>의 태블릿 PC 보도에 대해 의견진술을 결정했다. 의견진술은 통상적으로 법정제재의 가능성이 있을 때 사전에 행하는 절차이기 때문에, <뉴스룸>에 대한 의견진술 결정만으로도 적지 않은 파장을 불러일으킬 것으로 보인다.

방심위는 6일 오후 열린 방송소위에서 <뉴스룸> 2016년 10월 24일, 12월 8일, 2017년 1월 11일 방송의 방송심의에 관한 규정 제14조(객관성) 위반 여부를 심의한 결과, 의견진술을 결정했다. 이에 따라 오는 20일 열리는 방심위 전체회의에 <뉴스룸>의 제작진이나 JTBC 관계자가 출석해 최근 방심위에 민원이 제기된 태블릿 PC 보도와 관련해 소명해야 한다.

▲ JTBC '뉴스룸' 2016년 12월 8일 보도 장면 ⓒJTBC

박근혜 전 대통령을 지지하는 극우 보수단체는 지난 1월부터 약 2개월간 방심위가 있는 서울 양천구 목동 한국방송회관 건물 1층을 점거하며 <뉴스룸>에 대한 심의와 법정제재를 요구했다. 태블릿 PC 입수 경위와 보도 방식에 문제가 있어 조작이 의심된다는 이유에서였다.

최순실 씨가 박 전 대통령의 연설문 등을 받아봤다는 태블릿 PC와 그에 대한 <뉴스룸>의 보도는, 헌정사상 처음으로 대통령이 파면되는 사태를 촉발시킨 박‧최 게이트의 시초이자 결정적 증거였다. 그런 의미를 갖는 보도가 방송소위 안건으로 올랐다는 사실은 방심위 안팎에서 크고 작은 논란을 일으켰다. 상정된 안건들 가운데 ‘문제없음’ 선에서 마무리되는 경우도 있으나, 최소 행정지도 이상의 조치를 받거나 심지어 법정제재까지 받는 사례가 더 많기 때문이다. 또 특정 정치세력의 요구로 안건이 상정될 경우 안 좋은 선례를 남길 수 있다는 지적도 있었다.

방심위는 박 전 대통령을 지지하는 극우 보수단체와 민원인의 요구를 받아들여 2월 15일 처음으로 방송소위 안건으로 <뉴스룸>을 상정해 심의했고, 야권 추천 심의위원들이 안건 상정 자체를 반대하며 회의 도중 퇴장하는 등 잡음이 일었다. 이후 열린 방송소위와 방심위 전체회의에서도 수차례 <뉴스룸> 제재 여부를 논의했지만 뚜렷한 결론을 내리지 못했다.

2개월 가까이 의견 일치에 난항을 겪은 후, 6일 열린 방심위 전체회의에서 <뉴스룸>의 제재 여부를 다시 논의했다. 이날 역시, 제재 범위와 수위를 놓고 여야 방심위원들 간에 설전이 벌어졌다.

전체회의에는 김성묵 방심위 부위원장(방송소위 위원장)이 외부 일정을 이유로 불참한 가운데 박효종 방심위원장 등 여권 추천 위원 5인, 장낙인 상임위원 등 야권 추천 위원 3인, 총 8인의 방심위원이 참석했다. 이들은 민원인이 문제를 제기한 3가지 의혹, 즉 태블릿 PC 입수 당시 영상이라고 보도하면서 그보다 이전인 검찰의 더블루K 사무실 압수수색 영상을 사용한 점, 태블릿 PC 충전기 구입과 전원을 켠 시간 사이 시간차의 합리성, 그리고 방송에서 태블릿 PC가 최 씨의 것이라고 보도하면서 태블릿 PC가 아닌 JTBC 소유의 데스크톱을 사용한 점 등에 대해 제재 여부를 논의했다.

▲ JTBC '뉴스룸' 2016년 10월 24일 보도 장면. ⓒJTBC

방송소위에서 ‘안건 상정 자체가 말이 안 된다’고 주장하며 회의 중도 퇴장까지 했던 야권 추천 2인(장낙인 위원, 윤훈열 위원)은 전체회의에서도 기존 입장을 고수했다.

방송소위 소속이 아닌 야권 추천의 박신서 위원도 “연설문 44개를 포함한 200여 개의 문서를 일목요연하게 보여주기 위해 (뉴스룸이 방송에서) 태블릿 PC가 아닌 데스크톱을 보여준 것이다. 조작하려고 했다면 ‘JTBC 취재 모음’ 이런 폴더도 가렸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고대석‧하남신‧함귀용 위원 등 여권 추천 위원들은 “왜 변희재 등을 상대로 JTBC가 제출한 고소장에 적힌 태블릿 PC 입수 시간과 방송에서 이야기한 입수 시간이 다른가”, “굳이 데스크톱으로 보여주지 않더라도 태블릿 PC로 (문서들을) 하나하나 보여줬어도 됐을 것”이라고 하며 맞섰다.

이전 회의들과 마찬가지로 여야 위원들 간 논쟁이 이어지자, 야권 추천 위원들은 “(규정에 명시된) 의견진술이 아닌 의견 청취 형태로 JTBC 관계자나 <뉴스룸> 제작진을 불러 이야기를 들어보자”고 제안했다. 의견진술은 어느 정도 법정제재를 전제로 하는 측면이 있기 때문에 부담을 느낀 야권 추천 위원들이 절충안을 제시한 것이다.

장 위원은 “JTBC가 어쨌든 두 번에 걸쳐서 상당량의 자료를 대표이사 명의로 보내오지 않았냐”며 JTBC가 3월 1일 방심위에 보낸 자료에서 ‘제출한 자료에 대해 궁금한 사항이 있거나 설명이 필요한 경우 당사 담당자가 위원회(방심위)에 출석해 해당 내용을 소명하고자 하오니 검토바랍니다’라고 한 사실을 언급했다.

이에 대해 여권 추천 위원들은 “왜 데스크톱 화면을 보여주면서 ‘태블릿 PC’라고 했나. 누가 봐도 PC가 아니라 태블릿인데, 태블릿 PC라고 하면 이건 지록위마(指鹿爲馬, 사슴을 보고 말이라고 하는 것)다. 태블릿 PC란 용어는 태블릿 PC 논란이 나오기 전에는 쓰지 않던, 생소했던 용어”(하남신 위원), “자기네들이 취득한 자료를 가공해서 국민들에게 보여줬는데, 방송 본 사람은 국민 99%가 그게(데스크톱이) 최순실의 PC구나 생각했을 것”(함귀용 위원)이라며 의견진술의 필요성을 주장했다.

이후에도 방심위원들은 “(태블릿 PC 관련한) 우려 섞인 이야기와 조작 이야기에 대해 방송사가 몇 차례에 걸쳐서 다 해명했다”(야, 윤훈열 위원), “그 해명에 대해 방송소위 분들도 납득을 못 하고 있다”(여, 고대석 위원), “해명한 걸 제대로 안 읽어봐서 그렇다”(윤훈열 위원) 등의 대화를 주고받으며 설전을 지속했다.

특히 야권 위원들의 ‘의견청취’ 제안에 대해 조영기‧함귀용 위원 등 여권 추천 위원들은 ‘의견청취라는 것이 (방송심의에 관한) 규정에 없다. 법에 없는 절차를 만들 순 없다. 규정에 있는 의견진술 형식으로 하라’는 주장과 함께 물러서지 않았다.

하남신 위원도 “(야권 위원들 생각처럼) 의견진술이 반드시 법정제재를 의미하는 게 아니다. 법정제재와 행정지도 사이에서 모호한 지점이 있을 때, 사안의 경위‧배경을 알아보기 위해 의견진술을 요청하는 경우가 왕왕 있다”며 의견진술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서도 장낙인 위원 등 야권 위원들은 “예외는 만들면 된다. 과거 TV조선의 경우, 의견진술 연기 요청을 한 번만 할 수 있는데 2번 연기해 준 적이 있다. 그 땐 예외 이야기 안 하지 않았느냐”고 재반박했다.

▲ JTBC '뉴스룸' 1월 11일 보도 장면 ⓒJTBC

“앞으로 방심위 안 들어오겠다” 야권 위원 3인 전원 퇴장…여권 위원끼리 ‘의견진술’ 결정

1시간 이상 갑론을박을 벌이고도 결론이 나지 않자, 전체회의는 휴회됐다. 한 시간가량 휴회한 뒤 다시 개회했지만, 이후 30분가량 더 이어진 회의에서도 상황은 나아지지 않았다. 박 위원장이 “의견청취니 의견진술이니 큰 차이가 있다고 보지 않는다. 표결을 하자”고 제안했으나, 야권 추천 위원 3명이 의견진술 반대 의견을 굽히지 않고 급기야 퇴장했기 때문이다.

특히 윤훈열 위원은 퇴장하며 ‘방심위 3기 임기가 2개월가량 남았지만 앞으론 회의에 들어오지 않겠다’고 말하기도 했다. 윤 위원은 “국가적 대선이 코앞이고 정치적으로 이해관계가 첨예한 상황에서 위원회가 사실관계를 밝히는 과정에서 각자 정치적 이해관계 논란의 소지를 일으킬 수 있다”며 “3년 동안 합의제 기구로서 잘 헤쳐 나갔다고 생각했지만 마지막 안건인 JTBC 안건을 심의하면서 이렇게 되어서 유감”이라고 밝혔다.

야권 위원들이 모두 퇴장한 후, 박 위원장을 포함해 남아 있던 5인의 여권 추천 방심위원들의 합의로 <뉴스룸>에 의견진술을 결정했다. 이는 방심위원 전체 9인 중 5인이 동의한 것이므로 절차상으로는 문제가 없으나, 이미 방심위의 6대 3(여권추천 6, 야권추천 3) 구조에 대해 ‘기울어진 운동장’이라는 비판이 존재하는 만큼 이번 결정에 많은 논란과 비판이 따를 것으로 예상된다.

방심위가 <뉴스룸>에 의견진술을 결정함에 따라, JTBC 관계자나 <뉴스룸> 제작진은 오는 20일 열릴 방심위 전체회의에 출석해 태블릿 PC건에 대해 진술해야 한다. 앵커인 손석희 JTBC 보도부문 사장이 직접 출석할지 여부에 귀추가 주목되지만, 가능성은 높지 않아 보인다. 이날 방심위에서 여권추천 함귀용 위원이 회의 방청 중인 JTBC 기자에게 “의견진술이 결정되면 손석희 사장이 나오느냐”고 묻자 해당 기자는 “(손 사장은) 오후에는 방송 준비 때문에 바쁘셔서 안 될 것”이라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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