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대안 미디어의 신세대 : 소출력 라디오 + 액세스 라디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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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디오는 여전히 강력한 매체

|contsmark0|초고속 인터넷이 일상이 되어버리고, dmb까지 논의되는 마당에 웬 라디오라니, 그것도 소출력이라니? 하지만 아무리 구닥다리인 것 같아도, 라디오는 여전히 강력한 매체다. 특히 평범한 사람들이 무엇인가를 스스로 표현하고자 할 때, 혹은 주류 미디어가 잘 다루지 않는 비판적인 이야기를 하고자 할 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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뻔한 소리일 수도 있지만, 대안적 성격의 미디어로서 라디오의 특징을 요약하면 이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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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선 라디오는 100년 전이나 지금이나 가장 값싼 매체다. 수십 킬로미터까지 도달 가능한 송출 시스템을 구축하고 제작을 위한 휴대용 장비를 마련하는데 드는 비용은 비디오 카메라 한 대 값에도 못 미친다. 게다가, 라디오는 고전적인 멀티태스킹 매체다. 노동하거나, 놀거나, 이동하거나, 공부하거나, 어느 때든 다른 일을 하며 들을 수 있는 매체는 라디오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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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우린 라디오를 대안적 매체로 상상해본 일이 별로 없다. 그것은 독재정권이 우리 머릿속에 심어놓은, 매체에 대한 수동적인 태도 때문이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한국 사회가 워낙 첨단 기술의 경연장이 되다보니 오래된 기술을 무시하는 습관 탓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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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우리에게는 거대한 공백이 있다. 국제적으로도 독보적인 사회운동 진영의 인터넷 동영상 활용은 라디오에 대한 철저한 무시와 공존한다. 시야를 확대해본다면, 상황은 전혀 다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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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디오는 지난 한 세기에 걸쳐서 대안적인 매체로 폭넓게 활용되어 왔다. 미디어 운동 국제조직 중 가장 오랜 기간동안 탄탄한 활동을 해온 것은 ‘공동체 라디오 운동 연합’ amarc이며, 실정법을 어겨가며 싸워온 (불법) 시민불복종 라디오 운동이 서서히 합법적 지위를 획득하고 있는 곳도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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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지어, 프랑스 파리의 활동가들은 작년에 에펠탑에서 무단으로 tv신호를 송출하며 주파수 쟁취 투쟁을 벌였고, 그 요구의 정당성 앞에 굴복한 당국은 가용 주파수의 활용을 제안하며 교섭을 진행중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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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적으로 이러한 대안적 라디오 운동의 모델은 두 가지로 구분된다. 하나는 지역 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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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 혹은 특정한 사회집단이 직접 채널을 소유하고 운영하는 공동체 라디오 채널의 설립이며, 다른 하나는 기존 방송의 일정한 시간대를 활용하는 액세스 프로그램의 편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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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한국에서 오랜 침묵을 깨고 비로소 실험이 시작된 것은 후자의 모델이다. 특히, 담당 pd의 적극적 노력으로 지역 시민사회단체를 결합시킨 마산 mbc의 실험은 방송 구조의 혁신을 고민하는 이라면 반드시 한번은 짚고 넘어가야 할 사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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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중파 액세스의 성공적인 실험을 진행시킨 70년대 bbc pd들이 겸손하게 그러나 강력하게 언급한 자신들의 창작방법론은 여전히 유효하기 때문이다. “우리는 민중들에 관한 다큐멘터리를 찍는 것이 아니라 민중들과 함께 다큐멘터리를 찍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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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립적인 소출력 라디오 방송의 설립과 관련해서도 변화는 감지된다. 뒤늦긴 했지만 방송법 개정 논의에서 소출력 라디오가 언급되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넘어야 할 산은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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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m 주파수가 얼마나 활용가능한지 주파수 분포는 공개된 적이 없고, 시민사회 단체는 한번도 소출력 라디오를 진지하게 고민해보지 않았으며, 정부 부처와 기관들은 비영리 소출력 라디오와 소규모 상업 라디오, 한시적 이벤트 방송을 하나의 제목 속에 뒤섞어 놓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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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독립적인 제작주체의 표현의 자유를 보장하기 위한 법제의 정비부터, 새로운 방송 모델의 정립에 이르기까지, 극복해야 할 것은 많지만 가능성은 충분하다. 활발한 사회운동과 첨단 기술이 공존하는 이곳은, 소출력 매체의 확대를 통한 지역 민주주의의 강화와 그것의 네트워킹을 통한 연대의 형성이 그 어느 곳보다도 용이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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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라디오에서라면 말이다. 그러니 제발 이제라도, 라디오에 새로운 생명을 불어넣자. 매체의 민주화는 주류 내부의 자기 갱신과 대안적인 매체의 게릴라적 확산을 유기적으로 연계시켜야만 가능하며, 소출력 라디오와 액세스 라디오는 그를 위한 유력한 공론장이자 촉매제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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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명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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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상미디어센터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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