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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짜 육아예능과 닮아가는 '미우새'

[김교석의 티적티적] 의도된 리얼은 쉽게 휘발된다 김교석 대중문화평론가l승인2017.04.17 11:36: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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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상민이 매력적인 인물인 것은 알지만 이렇게 점점 더 자극의 수위를 높이는 방식만으로는 시간이 갈수록 멈추기 힘든 쳇바퀴를 굴리는 것과 같다. ⓒ 방송화면 캡처

금요일 밤 SBS 예능 블록을 책임지던 <미운 우리 새끼>에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다. 지난 16일부로 SBS예능국에게는 약속의 땅인 일요일 저녁 9시로 편성을 이동했고, 허지웅 모자를 대신해 이상민 모자가 새로이 등장했다. 개인사정으로 이탈한 MC 한혜진 이외에 첫 고정 출연진의 교체다.

 

그동안 <미우새>는 30주간 동시간대 시청률 1위를 기록하는 등 큰 인기를 끌었다. 윤택한 중년 남성들의 생활을 지켜보는 재미는 관찰형 예능에 걸맞은 새로운 볼거리였다. 덕분에 엉뚱한 김건모와 뒤늦은 일탈에 열심인 박수홍은 예능 대세로 떠올랐다. 게다가 기존 방송 시스템과 MC진의 눈치를 살필 필요가 없는 어머니들이 펼치는 수다는 비슷한 나이대의 중장년층 시청자들까지 끌어당겼다. 젊은 세대부터 장년층까지 온 가족이 함께 보고 즐길 수 있는 가족 예능으로 자리 잡으면서 MC 신동엽은 친정인 SBS에서 처음으로 대상을 받았다.

 

하지만 이 쇼도 관찰형예능의 유전병과 같은 단조로움은 피하지 못했다. 그러자 그 빈자리에 기획된 설정 속에서 귀여움을 전시하는 육아예능의 방법론을 갖고 들어왔다. 육아예능은 처음에는 한 가족이 단란하게 사는 모습을 보여준 다음, 아이의 귀여움을 보여줄 수 있는 온갖 이벤트와 에피소드를 만들어낸다. 그러고도 한계에 도달하면 연령대를 조금씩 더 내리면서 귀여움이란 에너지레벨을 유지한다.

 

<미우새>가 걸어온 길도 비슷하다. 어느 순간부터 이들의 일상을 관찰하는 대신 어머니들의 걱정과 한숨이 끊이질 않도록 보다 자극적이고 엉뚱한 에피소드들을 늘어놓기 시작했다. 대형 김밥 말기, 소주병으로 트리 만들기, 집 안에 횟집 수족관 들여놓기, 종이접기, 아버지와의 왁싱 체험, 대규모의 화단 꾸미기, 후배 집에서 수타면 해먹기, 수중 화보 촬영 등등 날마다 벌어지는 이벤트와 에피소드들은 일상의 영역을 넘어선 것이었다. 보다 더 엉뚱한 짓을 하는 김건모, 착하고 바른 아들 박수홍의 뒤늦은 일탈, 허지웅의 청소와 아픈 가족사 치유 여행, 토니 안의 지저분함과 게으름 등등 일상을 함께한다기보다 특정한 캐릭터를 드러내기 위한 이벤트들이 줄을 이었다.

 

이는 마치 부모님 앞에서 ‘나 정말 특이하지?’ ‘나 정말 엉뚱하지?’ ‘나 기특하지?’라며 애교부리고 칭얼거리는 어린 아이의 모습을 복제해놓은 듯하다. 관찰형예능인 <나 혼자 산다>가 아니라 육아예능과 점점 더 비슷해지는 이유이며 처음 열광적인 지지를 보냈던 젊은 세대 시청자들이 점차 이탈하면서 화제성이 줄어들게 된 원인이다. 자연스러움 대신 보여주고자 하는 의도가 너무나 명확한 볼거리들의 매력은 감소할 수밖에 없다.

 

그럼에도 중년 남성을 여전히 아이처럼 바라보는 시선을 유지하며 더 큰 난장을 만드는 이유는 이런 에피소드들이 스튜디오 토크를 활발하게 만드는 밑밥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기획된 설정들은 젊은 세대 시청자들이 처음 흥미를 느꼈던 싱글라이프에 대한 공감대나 정서적 즐거움을 충족시키진 못하지만, 스튜디오에서의 토크를 풍성하게 유지하는 데는 도움을 준다. 그 결과 어머니들의 수다에 호감을 느낀 중장년층 시청자들에게는 <순간 포착 세상에 이런 일이>를 보는 것과 같은 재밌는 볼거리로 다가온다.

 

임계점에 이른 캐릭터와 스토리를 쇄신하는 차원에서 등장한 만큼 이상민은 아예 처음부터 콘셉트를 잡고 나왔다. 이른바 ‘궁상민’이라 하여 빚과 그에 따른 절약과 설움을 중심으로 에피소드들을 보여줄 듯하다. 실제 <마리텔>이나 여러 예능에서 조각조각 말했던 에어컨 없이 살았던 지난여름 이야기, 빠져 있는 인터넷 기획가 쇼핑 이야기 등등 군공하게 살았던 에피소드들을 다시 한 번 집대성했다. 이를 지켜보는 스튜디오에서는 역시나 “희한하다” “더 색다른 사람이 나왔네”라는 말이 흘러나왔다. 호감도 높은 방송인으로 거듭난 이상민의 등장과 편성 변화에 힘입어 그동안 조금씩 기운을 잃어가던 <미우새>는 평소보다 두 배가량 상승한 18%대의 자체 최고 시청률을 기록했다.

 

이상민이 매력적인 인물인 것은 알지만 이렇게 점점 더 자극의 수위를 높이는 방식만으로는 시간이 갈수록 멈추기 힘든 쳇바퀴를 굴리는 것과 같다. 지속가능한 브랜드로 발전하기 위해서는 시청률에 비해 화제성이 많이 감소한 이유를 눈여겨봐야 한다. 육아예능의 경우 점점 사이클의 주기가 짧아지고, 아이들의 연령대는 거의 신생아급으로 내려왔다. 한때 대세였지만 지금은 그 자리를 내어준 지 이미 오래 전이다. <미우새>는 사실 어른들이 등장하는 예능인 데도 육아예능과 똑같은 방식을 택하고 있어서 아쉽다. 특이함을 전시하는 방식은 귀여움을 전시하는 것과 같이 빨리 달아오른 만큼 빨리 식는다. 기왕 변화를 주기로 한 만큼 다시금 2049 시청률과 관심을 끌어 모을 수 있는 방안에 대한 고민이 필요해 보인다. 의도된 리얼은 쉽게 휘발되는 법이다.

 


김교석 대중문화평론가  webmaster@pdjourna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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