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막극으로 ‘창작 생태계’ 만들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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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방송가의 단막극에 대한 관심은 신인 작가, PD, 연기자 발굴 뿐 아니라 스타 작가에만 의존하지 않고, 유망한 작가를 키워내는 장기적인 콘텐츠 투자 관점에서 나선 행보로 읽힌다. ⓒ MBC

케이블채널과 종합편성채널이 단막극에 뛰어든다. 지난 몇 년 사이 지상파 방송사의 대항마로 떠오른 케이블과 종편채널이 단막극 제작과 편성을 꺼려하는 분위기에서 공격적으로 나서고 있다. CJ E&M은 최근 사회공헌 일환으로 드라마, 영화 신인 작가 육성을 위한 ‘오펜(O’PEN) 센터를 열었다. 올 초 드라마 극본 공모전을 실시한 JTBC는 하반기 내 단막극 편성을 논의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지상파 방송사가 단막극의 존재 가치를 인정하면서도 수지 타산이 맞지 않다는 이유로 폐지와 부활을 거듭해온 행보와 대조적이다. 방송가의 단막극에 대한 관심은 신인 작가, PD, 연기자 발굴 뿐 아니라 스타 작가에만 의존하지 않고, 유망한 작가를 키워내는 장기적인 콘텐츠 투자 관점에서 나선 행보로 읽힌다.

드라마 극본 공모전은 신인 작가의 등용문이지만, 케이블과 종편채널에선 미니시리즈와 같이 긴 호흡의 극본 공모가 대부분이었다. 신인 작가가 입문하기에 장벽이 턱없이 높았던 것. 이러한 가운데 CJ E&M은 국내 최초로 신인 작가를 대상으로 한 창작 및 데뷔 지원 공간을 마련했다. 기사에 따르면 CJ E&M은 오는 2020년까지 약 130억 원을 투자해 드라마와 영화 부문 신인 작가를 발굴·육성해 데뷔를 지원한다. 지난 3월 드라마 작가 20명, 영화작가 10명을 선발했다. 이들은 개인 창작 공간 사용은 물론 <치즈 인 더 트랩>의 이윤정 PD, <혼술남녀>의 최규식 PD등 현업에서 뛰고 있는 PD와 작가의 멘토링을 받는다. CJ E&M은 올 하반기에 10편 내외 우수 단막극을 제작해 방영할 예정이다.

JTBC는 단막극 제작에 팔을 걷어 부친다. JTBC는 <송곳>, <밀회>, <아내의 자격>를 비롯해 2030세대를 겨냥한 <힘쎈 여자 도봉순>, <청춘시대> 등의 작품을 선보이며 안착했다. 올 초에는 단막극과 웹드라마로 나눠 극본 공모전을 진행했고, 이번 공모전에서 선발된 대본 중심으로 여러 편의 단막극을 선보일 계획인 것으로 전해졌다. 무엇보다 JTBC에는 단막극 제작 경험이 풍부한 KBS 출신 PD들이 포진해있다. <직장의 신>의 전창근 PD를 비롯해 <드라마 스페셜>에서 ‘이중주’, ‘시리우스’를 연출한 모완일 PD, ‘보통의 연애’, ‘영도다리를 건너다’, ‘달팽이 고시원’을 연출한 김진원 PD 등이 해당된다. 종편채널의 시청 타깃층과 단막극 경험이 풍부한 PD들의 시너지가 단막극에서 어떻게 발휘될지 기대된다.

지상파 방송사 KBS는 올 하반기 10편의 단막극 방영을 앞두고 있다. 신인 PD와 인턴 출신 작가가 주축으로 청춘물, 로맨틱코미디, 가족코미디, 미스터리 멜로 등 다양한 장르를 선보인다. 이에 앞서 오는 8~9일에는 2015년 KBS 극본 당선작 ‘빨간 선생님’을 집필한 신인 권혜지 작가의 <개인주의자 지영 씨>를 방송한다. 그간 KBS는 부침을 겪으면서 단막극의 명맥을 이어왔다. 지난 2008년 30년간 이어진 단막극 <드라마 시티>를 폐지했을 당시 PD들은 ‘단막극 부활팀’을 꾸려 보고서를 작성해 경영진을 설득해 2010년 <드라마 스페셜>로 부활시켰다. 실험성과 작품성을 앞세운 단막극으로 호평을 받았고, 지난달에 열린 휴스턴 국제영화제에서는 <드라마 스페셜-동정 없는 세상>이 은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수익성’으로 존폐 위기에 놓였던 단막극에 대한 방송가의 관심이 드라마 창작 생태계를 좀 더 활성화할 수 있을지 지켜볼 일이다. 무엇보다 단막극은 미니시리즈로 적용하기 전 신선한 소재를 시도해봄으로써 시장성을 검증해볼 수 있기 때문이다. 케이블과 종편채널이 단막극 제작에 뛰어들기 전부터 지상파 방송사들은 다매체 다채널 시대를 맞아 채널의 특성에 맞게끔 단막극을 내보내는 등 여러 시도를 벌이고 있다. MBC <퐁당퐁당 러브>, <세가지색 판타지>의 경우 포털사이트에 먼저 공개하고, 정규 편성하는 등 대중이 단막극을 접할 수 있는 접점을 넓혀가고 있다. 위기 속 기회를 마주한 단막극의 향방이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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