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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능 프로그램, ‘가짜 속 진짜’를 찾아서

[방송 따져보기] 사적 영역 노출 노골화, 가짜와 진짜 사이 방연주 객원기자l승인2017.05.10 09:4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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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6일 가상 연애 프로그램 <우리 결혼했어요>가 10년 만에 시즌 종영했다. 프로그램 초창기 ‘가상 부부’ 콘셉트는 신선한 소재로 주목 받았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인위적인 설정 논란에 휩싸인 데 이어 ‘가상’으로 결혼 판타지를 끌어가기 역부족이었다. ⓒ MBC

가짜가 판을 친다. 거짓으로 왜곡된 가짜뉴스가 삽시간에 퍼지는 게 요즘 현실이다. 한쪽에서 가짜뉴스를 유포해 선동한다면, 다른 한쪽에서는 가짜를 검증해 거짓을 꼬집는다. 이러한 현실은 대중문화에도 영향을 끼치고 있다. 일례로 최근 방영된 MBC <무한도전> ‘진실게임’편에서는 ‘가짜’를 믿는 순간 그 가짜가 수많은 가짜를 양산한다는 점을 빗댄 추격전을 벌여 관심을 모았다. 날이 갈수록 ‘진짜’와 ‘가짜’를 구별 짓는 경계는 점점 더 모호해지고 있지만, 이미 예능 프로그램에선 ‘진짜’와 ‘가짜’의 모호함을 꾸준히 활용해왔다. ‘리얼리티’를 강조한 ‘관찰예능’ 포맷으로 대중의 관심을 붙잡은 데 그치지 않고 ‘진짜’를 찾아내는 데 점점 더 몰두하고 있다. 현실에 깔려있는 ‘가짜’로 인해 피로감을 느낀 대중을 위해 ‘진짜’를 보여주며 보상 심리를 자극하고 있다.

그간 ‘진짜’를 보여주기 위한 방송사의 선택은 과감했다. 스튜디오 혹은 야외촬영 중심의 예능의 흐름을 뒤바꿨기 때문. 디지털 저장장치로 바뀐 영향에 힘입어 출연자의 일거수일투족을 일일이 담아내는 관찰예능으로 승부수를 띄웠다. 과도한 연출과 설정보다 출연자의 공간으로 침투했다. MBC <아빠! 어디가?>, KBS <슈퍼맨이 돌아왔다>로 시작해 현재 관찰예능은 마치 한 사람의 생애주기를 보여주듯 다양하게 뻗어나가 진화한 상태다. 육아, 학교, 군대, 직장, 처갓집(SBS <자기야-백년손님>)의 공간은 관찰의 무대가 됐다. 관찰하는 대상도 가족을 비롯해 연예인 아빠와 딸(SBS <아빠를 부탁해>), 돌싱과 싱글남녀 등 1인 가구(MBC <나 혼자 산다>,SBS <불타는 청춘>), 졸혼(KBS <살림하는 남자 시즌2>) 등으로 다양해졌다.

현재 인기리에 방영 중인 관찰예능은 ‘진짜’를 더욱 벼린 프로그램이다. SBS <미운 우리 새끼>는 연예인 아들과 함께 방송 경험이 없는 아들의 엄마들을 패널로 앉혔다. 연예인 출연자의 사생활에 대한 엄마들의 반응은 그야말로 ‘리얼리티’를 차곡차곡 쌓아가는 데 일등공신이다. 엄마들의 입에선 ‘톱스타’ 프레임이 아닌, ‘결혼 못한 혹은 안한’, ‘여전히 아이 같은’ 아들 모습에 대한 안타까움이 묻어난다. 반듯한 이미지의 박수홍이 ‘클러버’라는 의외의 모습에 놀라워하고, 가수 김건모의 엉뚱한 상상에 혀를 차는 모습은 우리네 일상과 닮아있다. 최근 합류한 이상민은 지극히 사적인 영역의 문제를 예능의 일부로 버무린다. 지난 7일 이상민이 12년간 빚을 갚고 있는 채권자와 대화를 나누는 장면은 최고 1분 시청률 29.3%(닐슨코리아, 전국 기준)까지 치솟았다. 심야 예능 프로그램에서 유례없는 기록이다.

E채널 <별거가 별거냐>에서는 스타 부부의 은밀한 별거 생활을 콘셉트로 내세우고 있다. 남성진-김지영, 이철민-김미경, 사강-신세호 등 결혼 10년차를 훌쩍 넘은 부부가 등장한다. 특히 남성진-김지영 부부는 연예계 잉꼬부부로 알려져 있지만, 실제 결혼생활에서 겪는 갈등의 현장을 여과 없이 드러낸다. 성격차로 인해 다투고, 눈물을 흘리고, 화해하는 등 일련의 모습이 카메라에 담긴다. 결혼생활에 대한 막연한 환상 대신 서로를 맞춰가는 데 수반되는 어려움을 관찰 예능으로 담아내는데, 연예인보다 결혼생활에 방점을 맞춘 부부의 모습에서 시청자들은 동질감을 나타낸다. “아내와 남편 입장 모두 공감된다”, “화려해 보이는 연예인 부부도 일상생활에선 비슷하다”라는 시청자의 반응은 ‘관찰자’라기보다 ‘경험자’로서 묘한 공감대를 형성하고 있다는 점을 엿볼 수 있다.

이처럼 ‘진짜’(혹은 진짜에 가까운)가 각광받는 상황에서 ‘가상’이라는 꼬리표가 붙은 프로그램이 종영 수순은 예견된 일인지도 모른다. 지난 6일 가상 연애 프로그램 <우리 결혼했어요>가 10년 만에 시즌 종영했다. 프로그램 초창기 ‘가상 부부’ 콘셉트는 신선한 소재로 주목 받았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인위적인 설정 논란에 휩싸인 데 이어 ‘가상’으로 결혼 판타지를 끌어가기 역부족이었다. 또한 ‘실제’ 신혼부부 연예인을 앞세운 tvN <신혼일기>가 방영된 데 이어 오는 6월에는 JTBC <효리네 민박>이 대기 중이다. 이효리, 이상순 부부가 제주도에 위치한 집에서 직접 민박집을 열어 일반인 출연자를 만난 이야기로 꾸려진다.

이렇게 예능 프로그램은 ‘가짜’ 혹은 인위적인 설정을 반기지 않는 시청자를 위해 부자연스런 연출을 최대한 덜어내며 ‘진짜’의 각을 세우고 있다. 출연자의 사적 영역 노출은 더욱 노골화되는 가운데 시청자들은 ‘연예인’ 출연자의 삶을 지켜보며 관음의 재미를, 평범함을 추려낸 연예인 ‘출연자’의 삶을 바라보며 공감의 재미를 느끼고 있다.

 


방연주 객원기자  webmaster@pdjourna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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