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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결’은 마지막 순간까지 아쉬움을 남겼다

[김교석의 티적티적] 갑작스런 종영, 책임 있는 마무리 아니다 김교석 대중문화평론가l승인2017.05.15 09:42: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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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2년부터 2년여 간 중국에 활발히 판권을 팔던 시기부터 국내에서는 이미 낡은 판타지와 반복되는 패턴, 갖은 구설을 겪으며 진정성과 리얼리티에 상처를 입고 추락했다. 그 때문에 대표적인 올드한 예능으로 불리며 사랑보다 비판을 받은 기억이 더 많다. ⓒ MBC

MBC의 장수 예능 <우리 결혼했어요>가 막을 내렸다. 2008년부터 10년 간 4시즌, 50여 쌍의 커플이 등장하며 꾸준히 이어져온 MBC예능국의 특허 콘텐츠이자 원조 한류 예능의 마지막은 초라했다. 다음 시즌을 위한 잠정적 휴식이든 폐지든 어쨌든 지난 시간과 영광에 걸맞은 마침표나 종영 인사도 없이 급작스레 떠나는 모양새는 아쉬움을 자아냈다.

 

<우결>은 리얼리티쇼가 아니라 판타지를 바탕으로 하는 극에 가까운 예능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재 출연 중인 세 커플 모두 스토리 진행과 전혀 맞지 않는 급작스런 이별을 맞이했다. 슬리피와 이국주 커플은 일본 신혼여행이 이별 의식이 됐고, 공명과 정혜성은 마침 제주도에서 결혼식을 올린 터였다. 가장 최근 합류한 최민용과 장도연 커플은 단 두 차례 촬영 만에 이별을 고하게 됐다.

 

지난 6일 방송에서 각 커플들은 느닷없는 이별 소식을 전했고, 지난주 13일 방송에서는 캐스팅되자마자 하차하는 최민용 장도연 커플을 위한 스페셜 방송을 편성했다. 그간 시청자들의 사랑을 받았던 추억의 커플들을 초대하는 자리라든가 <우결>의 추억들을 되돌아보는 특집과 같은 마침표는 없었다. 지난 10년이란 세월동안 쌓인 정은 아무렇지도 않은 듯 무성의하며 무정하게 그냥 닫아버린 것이다.

 

<우결>은 비록 문제도 많고, 인기도 없지만 이 정도로 대접하며 떠나보낼 예능이 아니다. 리얼리티와 일상성이 중시되는 오늘날 예능의 베타버전으로 시청자들에겐 신선한 충격을, 방송가에는 새로운 가능성을 선보였다. 초창기 정형돈은 그동안 TV예능에서 볼 수 없었던 리얼한 일상을 화면 안으로 갖고 들어왔고, 실제 사귀는 건지 방송인지 헷갈리게 만드는 리얼리티와 연예인의 일상을 엿보는 재미는 판타지와 친근감이라는 새로운 예능 문법을 마련했다.

 

이런 리얼리티를 기반으로 로맨틱한 알렉스와 신애, 친구처럼 티격태격하는 서인영과 크라운제이, 귀여운 또래 커플을 보는 듯한 조권과 가인 등등 각기 개성 있는 커플들이 다양한 연애 스타일을 선보이며 큰 사랑과 지지를 받았다. 하지만, 열애설을 비롯한 각종 논란 등 프로그램 내외로 리얼리티에 바람이 빠지는 일이 하나둘 생긴데다, 설레는 만남, 미션을 수행하는 듯한 일상적이지 않은 이벤트들과 신혼여행 등 틀로 주물하는 듯 반복 생산하는 패턴 덕분에 판타지도 박제되고 말았다.

 

2008년 시청자들에게 연예인의 가상결혼이라는 설정이 신선하고 흥미로웠다면 2017년에는 이들이 왜 결혼을 하는지, 함께 살면서 무엇을 보여주고자 하는지 그 이유와 목적이 보다 중요해졌다. 공감이든 로망이든 실용이든 목적의식을 동반하지 못하는 판타지는 구멍 난 풍선과 마찬가지였다. 시청자들이 점점 더 정서적인 교감이나 얻을 수 있는 가치가 확실한 볼거리를 찾게 됨에 따라 예능도 점점 더 정교한 리얼리티를 바탕으로 목적의식이 분명한 콘텐츠로 진화해나갔다.

 

하지만 <우결>은 이런 흐름을 따라가지 않았다. 시즌제로 전환 후 결혼 코드를 연애로 낮추고 나이 어린 아이돌들을 등장시키며 반전을 꾀했다. 하지만 마치 팬픽으로 변화(변질)한 판타지는 대중적 공감대를 얻지 못했다. 한마디로 진정성이 요구되는 리얼리티 예능에서 가상부부는 더 이상 통하지 않는 설정이 된 것이다. 얼마 전 문을 닫은 부곡하와이에 관한 뉴스처럼 <우결>은 한때 새로운 콘셉트로 등장해 화려한 전성기를 누렸지만 어느덧 시대의 흐름을 따라가지 못한 빛바랜 이야기로 남고 말았다.

 

<우결>이 유일하게 트렌드에 발을 맞춘 건 폐지가 아니라 시즌 종영이란 작별 인사다. 편성 계획이야 전혀 없지만 “끝이 아니라 새로운 시작”이라며 시즌제를 내세우는 것이 오늘날 예능 폐지의 트렌드다. <우결>만 봐도 지금껏 시즌4까지 방송하며 시즌 종영 후 휴식기를 가진 바가 없다. 혹시나 하는 마음일까, 아니면 종영 특집을 하자니 품이 들어서 그런 것일까. 헤어지면서도 한 구석에 미련의 끈을 남겨두는 깔끔하지 못한 연애 같다. 덕분에 시청자들은 추억을 되살릴 기회를 잃었다.

 

평가 기준인 시청률과 화제성으로 따지면 <우결>이 지금까지 유지된 것은 관성 아니면 굳은 의지로밖에 설명할 수 없다. 2012년부터 2년여 간 중국에 활발히 판권을 팔던 시기부터 국내에서는 이미 낡은 판타지와 반복되는 패턴, 갖은 구설을 겪으며 진정성과 리얼리티에 상처를 입고 추락했다. 그 때문에 대표적인 올드한 예능으로 불리며 사랑보다 비판을 받은 기억이 더 많다. 하지만 <우결>의 급작스런 종영은 지금까지 끌고 온 선택에 어울리는 책임 있는 마무리가 아니다. 국화도에서 전해온 <우결>의 마지막 이야기는 박수 받으며 떠나는 예능은 없다던 <프로듀사>의 명대사를 다시 한 번 생각나게 만든 쓸쓸한 ‘막방’이었다.

 


김교석 대중문화평론가  webmaster@pdjourna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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