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UPDATE : 2018.11.18 일 18:01

[6월항쟁 30년, 언론운동 30년①] 촛불혁명과 2017년 언론의 풍경

이채훈 한국PD연합회 정책위원(전 MBC PD)l승인2017.06.19 11:27:55

크게

작게

메일

인쇄

신고

▲ 전국언론노동조합 MBC본부는 김장겸 사장을 비롯한 적폐 경영진 퇴진을 요구하고 있다. ⓒ MBC본부

MBC, 조선일보, 자유한국당의 적폐연대

문재인 정부 한달 반, 공영방송을 비롯한 언론 개혁이 초미의 관심사다. 적폐세력의 저항이 가장 두드러진 곳은 MBC다. 홍익표 민주당 정책위 수석부의장이 지난 8일 김장겸 MBC 사장의 자진 사퇴를 요구하자 MBC는 ‘방송장악 의도’라고 보도했다. 조선일보는 10일자 사설 “與 KBS · MBC 장악시도, 前정권과 뭐가 다른가”로 이를 확대재생산했고, 자유한국당은 11일 ‘방송장악저지투쟁위원회’를 결성하여 행동에 나섰다. 적폐 세력이 연대하는 메커니즘은 과거 그대로다.

 

방송사의 정보원은 사실이든 소문이든 내부 정보를 수집한 뒤 입맛에 맞게 왜곡하여 외부의 수구집단, 주로 뉴라이트 계열에게 전달한다. 전달받은 자는 요란하게 떠들며 스피커 역할을 하고, 조중동은 이를 받아서 기사화하고, 때로 검찰 수사를 촉구하기도 한다. 검찰이 수사에 착수하면 조중동은 다시 기사화하는데, 이렇게 거짓이 사실이 되고, 소문이 진실이 되면서 적폐연대가 관철된다. 이번에도 먹힐까?

 

KBS 양대노조와 10개 직능협회로 구성된 비대위가 공동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응답자의 88%가 고대영 사장 퇴진을 요구했다. ‘방송의 공정성과 공익성 하락’이 가장 큰 이유였다. 이에 대해 KBS경영진은 “정권이 바뀔 때마다 사장이 바뀐다면 방송법이 정한 3년 임기는 무의미하며, KBS를 권력으로부터 독립시킬 수 있는 근간이 무력화된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KBS 비대위는 “권력과 자본의 영향으로부터 자유롭고 공영방송을 독립적으로 경영토록 하기 위해 임기제라는 법적 장치를 둔 것”이라고 밝히고, “KBS를 청와대에 헌납하고 자본에 굴종한 고대영 사장의 임기를 지켜주어야 하는가?”라고 반문했다.

2008년 정연주 KBS 사장 축출 과정

2008년, 이명박과 한나라당(자유한국당의 전신)은 어떻게 정연주 KBS 사장을 내쫓았을까? 이명박 취임 직후 한나라당은 “이전 정권에서 임명된 자들은 새 정권과 철학이 맞지 않으니 모두 사퇴하라”고 성토하면서 KBS 정연주 사장을 퇴출 1순위로 꼽았다. 정사장이 사퇴를 거부하자 감사원이 나서서 정사장과 KBS를 탈탈 털었고, 이렇다 할 혐의가 없자 2005년 국세청과의 세금 소송에서 KBS가 법원의 조정에 따라 556억원을 돌려받은 것을 배임으로 몰았다. 감사원은 정사장을 검찰에 고발했고, 검찰은 수사에 착수했다. 4차례 소환장 보냈으나 정사장이 불응하자 감사원이 KBS 이사회에 정사장 해임을 요구했다. KBS 이사회는 8월 8일 정사장 해임안을 의결했고, 다음날 해외에서 돌아온 이명박은 여기에 서명했다. 이명박 정부는 이 때 ‘임명권’을 ‘임면권’이라고 주장했고, 법원은 이 주장을 추인했다. 해임 다음날, 검찰은 자택에서 정사장을 체포하여 모욕을 가했다. 정연주 사장은 1 · 2심 모두 승소했고, 이명박 정권이 막을 내리던 2012년 1월 12일 대법원에서 무죄가 확정됐다. 해임 무효소송도 승소했다. 하지만 정사장은 원래 자리로 돌아오지 못했다.

 

적폐 카르텔을 합법적으로 청산하려면

이들은 임기보장이라는 형식논리로 버텨서 시간을 끌며 정치혐오를 유발하고, 2020년 총선에서 낮은 투표율을 유도하여 선거에서 부활을 노린다. 특히 MBC 김장겸은 사내에서 퇴진을 요구한 김민식 PD를 대기발령하고, ‘탄핵’ 다큐를 제작하던 이정식PD를 유배하고, ‘6월항쟁’ 다큐를 제작하던 김만진 PD를 징계하고, 사내 게시판에 줄줄이 올라오는 퇴진 요구 성명을 삭제하며 저항하고 있다. MBC 경영진의 이러한 행태에 대해 이근행 PD는 “연쇄살인범이 피 뚝뚝 떨어지는 칼을 든 채 피해자의 안방에 앉아 ‘나를 처벌하려는 사람들이 바로 살인자’라고 주장하는 것”이라고 비유했다. 촛불집회가 철저히 합법적으로 진행됐듯, 공영방송 적폐청산도 합법적인 절차로 이뤄야 하므로 시간이 좀 걸릴 뿐, 이미 정당성과 지도력을 상실한 KBS, MBC 경영진은 물러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언론개혁과제의 지향점은?

민언련은 “불법부당한 방송장악과 언론자유 탄압에 대한 진상조사와 책임자 처벌” 등 방송관련 14개 항목, 신문저널리즘 강화 논의를 위한 특별위원회 설치, 연합뉴스의 독립성 · 자율성 · 공정성 보장, 독립미디어 활성화와 시민주권의 강화 등 다양한 개혁과제를 제시했다. 마땅히 실현해야 할 최소한의 과제들이다. 언론노조는 세 차례에 걸쳐 101명(1차 10명, 2차 50명, 3차 41명)의 언론 부역자 명단을 발표했다. 이들을 언론계에서 영원히 퇴출하여 다시는 이런 부역자들이 언론계에서 판치지 못하게 만들어야 한다. 이러한 개혁과제는 당연히 실행해야 하겠지만, 그 이후 우리 언론이 어디로 가야 할지, 새로운 미디어 생태계는 어떤 모습일지 아직 충분히 논의되지 않았다.

 

새로운 현상

디지털 기반의 직접민주주의 이번 촛불혁명 과정에서 드러난 새로운 현상은 시민들이 인터넷에서 직접 목소리를 내며 1인 언론으로 활약하기 시작했다는 점이다. 스

마트폰 기반의 직접민주주의가 싹튼 것이다. 시민들은 재벌, 검찰, 국정원, 군부 적폐 청산을 직접 요구했고, 공직자 인사 청문회를 보며 자유한국당의 행태를 공격했다. “언론도 공범이다”라는 구호의 연장선에서 모든 언론을 비판의 도마에 올렸다. 세월호 보도와 국정농단 보도에서 제 역할을 못한 기자들은 ‘기레기’로 낙인찍혔고, 세월호 인양 시기를 문재인 당시 후보와 결부시킨 SBS 보도참사 등 잘못된 보도는 탈탈 털렸다. 국정농단 보도로 사랑을 받은 JTBC도 강경화 후보 검증에서 오보를 내자 뭇매를 맞았다.

 

한겨레 · 경향 · 오마이뉴스 등 전통적 진보 매체도 비판에서 자유로울 수 없었다. ‘한경오’ 프레임은 지나친 측면이 없지 않지만, 이번 논쟁을 잘 승화시켜 진보언론의 새로운 스탠스를 찾는 게 절실한 시점이다. 진보언론의 계몽적 논조와 가르치는 자세는 뚜렷한 거부감에 부딛쳤다. TV 예능과 드라마가 시청자들에게 감정을 강요하는 천편일률적인 연출의 타성에 빠져 있다는 비판도 나왔다. 이명박 · 박근혜 정부에서 침체된 <PD수첩>을 대신해 SBS <그것이 알고 싶다>와 JTBC <스포트라이트> 등 일부 탐사보도 프로그램이 두각을 보였지만, 인하우스 다큐멘터리보다 <세월호 X>, <더 플랜>, <노무현입니다> 등 독립 다큐가 더 큰 파장을 던졌다. 이제 네티즌들은 단순한 ‘수용자’가 아니라 ‘유저’로서 적극적으로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이러한 변화는 선정적인 가짜뉴스가 인기를 끌며 미디어 생태계를 오염시키는 등 여러 위험요소를 동반한다. 그러나 모든 시민이 미디어가 됐다는 사실은 앞으로 언론개혁 과정에서 중요한 변수가 될 게 분명하다. 이들의 목소리는 기성 언론의 의제설정에 영향을 미칠 집단지성이며, 앞으로 개혁을 추동할 에너지로 작용할 수 있다.

 

고대영, 김장겸을 좀 더 나은 인물로 교체하면 KBS와 MBC는 과거의 공영방송 위상을 회복할 수 있을까? 한겨레 · 경향 등 전통적인 진보언론은 환골탈태할 수 있을까? 촛불혁명이 열어 놓은 새로운 조건에서 언론운동이 지향할 방향은 무엇일까? 6월항쟁 이후 지금까지 30년 동안 우리 언론이 걸어온 길을 되돌아보고 앞으로 펼쳐질 새로운 미디어 생태계에서 언론노조운동과 시민언론운동이 나아갈 방향을 함께 생각해 보고 싶다.

 


이채훈 한국PD연합회 정책위원(전 MBC PD)  webmaster@pdjournal.com
<저작권자 © PD저널,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인기기사

기사 댓글
첫번째 댓글을 남겨주세요.
0 / 최대 400byte

숫자를 입력해주세요

욕설등 인신공격성 글은 삭제합니다.
여백
여백
여백
기사제보광고문의불편신고개인정보취급방침청소년보호정책이메일무단수집거부
[158-715] 서울 양천구 목동 923-5번지 한국방송회관 10층l대표전화 : 02-3219-5613~5619l구독문의 : 02-3219-5618l팩스 : 02-2643-6416
등록번호: 서울, 아00331l등록일: 2007년 3월 5일l발행인: 류지열l편집인: 이은미l청소년보호책임자: 류지열
PD저널 편집국 : 02-3219-5613l광고 문의(PD연합회 사무국 · 광고국) : 02-3219-5611~2l사업제등록번호 : 117-82-60995l대표자 : 류지열
Copyright © 2018 피디저널(PD저널). All rights reserved. mail to webmaster@pdjourna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