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수익성·시청률 늪에 빠질 수밖에 없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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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고 시장 악화, 어쩔 수 없는 선택” VS “시청률 지상주의”

현직 드라마 PD‧작가, 방송학 연구자들이 모여 미디어 환경이 급변하는 가운데서 드라마는 어떻게 변화해야 할지에 대해 토론하고 대안을 모색하는 시간을 가졌다.

한국방송학회(회장 강형철)와 한국PD연합회(회장 오기현)는 최근 서울 마포구 연세대학교 빌링슬리관에서 ‘미디어 콘텐츠 연구, 현장에서 답을 찾다-수용자의 드라마 선호는 어떻게 진화하는가? 성공한 드라마가 가지는 사회적 의미는?’이라는 주제로 콜로키움을 개최하고 변화하는 미디어 시대에 스토리텔러로서 주도권과 정체성을 갖고 살아남기 위해서는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야 할지에 대한 의견을 나눴다.

▲ 지난 19일 서울 마포구 연세대학교 빌링슬리관에서 한국방송학회(회장 강형철)와 한국PD연합회(회장 오기현)가 공동으로 주최한 콜로키움 '미디어 콘텐츠 연구, 현장에서 답을 찾다-수용자의 드라마 선호는 어떻게 진화하는가? 성공한 드라마가 가지는 사회적 의미는?'이 열렸다. ⓒPD저널

이상길 연세대 교수의 사회로 진행된 콜로키움에는 토론자로 이동후 인천대 교수와 <육룡이 나르샤>를 연출한 신경수 SBS PD가 참석했다. 발제자로는 현직 드라마 작가이기도 한 김미숙 가톨릭관동대 교수가 나섰다.

‘드라마 제작과정에서 벌어지는 생산자 사이의 갈등’에 대한 연구를 진행한 김 교수는 콜로키움에서 ‘드라마 현장이 자본화돼가고 있다’는 주장을 내놨다.

김 교수는 “요즘 드라마 현장에서 자본이 너무 중요해졌다. 제작비가 급상승하고, 작가나 스타가 권력화되고, 소수 대형 제작사로의 제작 집중화 현상이 일어나는 등 부정적인 결과가 나타났다”며 “재능 있고 드라마 좋아하고 콘텐츠 개발을 열심히 하는 친구들(작가)이 빛을 못 보는 경우가 많아서 안타깝다”고 말했다.

이어 “앞으로는 인정옥 작가의 <네 멋대로 해라>, <아일랜드> 이런 작품은 나오기 힘들 것”이라며 “시청률 지향적이 돼 가는 것이다. 요새는 일단 시청률이 잘 나올 것 같고, 돈을 많이 벌 것 같은 대본이 픽업(선택)된다. 지금 미니시리즈의 90% 이상이 외주제작이기 때문에 제작사가 더욱 그런 걸 선호할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이 날 한 콜로키움 참관자가 ‘드라마 <아일랜드>나 <유나의 거리>같은, 우리 삶의 가능성을 넓히는 예술성 있는 작품이 정말 앞으로 나오기 힘들 것이라고 보느냐’는 질문을 던졌다. 이에 대한 답은 현재 SBS 수목‧주말드라마 제작에 참여하고 있는 이용석 EP가 내놨다.

이 EP는 “오랫동안 회자될 수 있는 드라마를 하는 것이 (제작자들의) 꿈이지만, 사실 사람들이 많이 보지 않을 것 같은 드라마를 편성하는 것은 쉽지 않다”며 “광고시장이 요동치는 상황에서 최근 PCM(프리미엄CM, 변칙 중간광고)까지 시도해 봤지만, 별 반향은 없었다. 수익 창출, 비용 고민을 하는 상황에선 더욱 그렇다”고 설명했다.

줄어드는 광고 수익 문제에 고심하던 지상파 방송사들은 최근 PCM을 도입했다. PCM은 이른바 변칙 중간광고로, 중간광고를 할 수 있는 종합편성채널이나 케이블 방송사와 달리 규제 때문에 중간광고를 할 수 없는 지상파 방송사들이 생각해 낸 대안이다. 드라마 한 편을 둘로 쪼개서 이 둘을 각각 다른 프로그램인 것처럼 하고, 프로그램 사이에 1분가량의 광고시간을 편성하는 방법이다.

일각에서는 지상파 PCM에 대해 ‘꼼수’라며 곱지 않은 시선을 보내기도 하지만, 지상파 방송사들은 광고 수익이 악화되는 상황에서 어쩔 수 없는 선택이라는 입장이다. 같은 맥락에서 드라마 제작 현장에도 자본주의 논리가 도입될 수밖에 없다는 것이 이 EP의 설명이다.

이 밖에 콜로키움에서는 수용자들의 콘텐츠 소비 경향에 따라 드라마 포맷(형식)이 어떻게 변화될 것인지에 대한 내용도 논의됐다.

신경수 SBS PD는 “‘서울드라마어워즈’에 심사위원으로 참여한 적이 있다. 그 때 보니 미니시리즈 부문에 한국에서 만든 72초 드라마가 출품돼 있었는데, 이걸 전통적 카테고리로서 드라마에 넣어야 하는지 고민을 했다”며 “72초 드라마 외에도 10분에서 15분 사이의 짧은 러닝타임을 가지고 만든 드라마들이 제작되고 있는데, 새로운 형식의 드라마에서는 PD, 작가 등 생산주체들이 어떻게 조화롭게 작업할 수 있을지도 고민해 볼 지점인 것 같다”는 의견을 밝혔다.

이에 대해 이동후 교수는 “(방송) 채널이 많아지면서 현재 지상파 드라마, TV드라마, 혹은 기존 통속적 관습에 얽매인 드라마가 서바이벌(생존)할 수 있겠느냐. 줄어드는 시청 점유율만 보더라도 그렇다”며 “특히 빠른 매체환경 변화에 적응한 젊은 세대를 포괄할 수 있는 스토리텔러로서 드라마가 정체성을 갖기 위해 드라마가 어떻게 변화해야 할지 고민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롱 테일(긴 꼬리)의 한 부분으로 남게 된다. 지금 그 기로에 서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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