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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부 프로그램, 이제는 ‘빈곤 포르노’에서 벗어날 때”

[인터뷰] ‘희망TV SBS’ 담당 성영준 SBS 사회공헌부장 하수영 기자l승인2017.06.27 14:43: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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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부 프로그램이라 하면 누구나 흔히 떠올리는 광경이 있다. 아프리카, 혹은 우리나라에서 질병 혹은 빈곤으로 인해 고통 받고 있는 아이들이 등장하고, 이들의 이야기를 하며 진행자와 패널이 눈물을 흘린다. 이를 보는 시청자들도 안타까운 사연에 공감하며 눈물짓고, 도움의 손길을 내민다.

공감의 심리를 이용해 도움이 필요한 이들에게 손길을 내밀도록 유도하는 이런 장치는 어찌 보면 기부 프로그램의 당연하고 필수적인 요소다. 그런데 최근 이런 기부 프로그램의 모습을 두고 조금은 다른 시선들이 생겨나고 있다.

대표적으로 ‘빈곤 포르노(Poverty Porno)’라는 신조어가 그 예다. 이 단어에 대해선 여러 정의가 존재하는데, 그 가운데는 ‘빈곤 혹은 질병으로 곤경에 처한 이들의 상황을 자극적으로 묘사해 동정심을 일으키고, 이를 통해 모금을 유도하는 방식’이라는 정의도 있다. 그리고 이러한 ‘빈곤 포르노’ 정의에 기반해 변화를 시도하고 있는 기부 프로그램이 있다. 바로 <희망TV SBS>다.

▲ '희망TV SBS' 방송화면 갈무리 ⓒSBS

SBS의 기부 프로그램 <희망TV SBS>는 여느 기부 프로그램과 달리, 감동과 눈물 외에 다른 포인트를 갖고 있다. 바로 재미와 웃음이다. 아프고 어려운 사람들을 돕는 기부에 웬 재미와 웃음이냐고 할 수도 있지만, 재미와 감동, 웃음과 눈물이 공존하는 <희망TV SBS>는 기부 프로그램의 패러다임을 바꾸겠다는 SBS의 야심찬 도전이다.

<희망TV SBS>는 벌써 20년째 같은 자리에서 우리나라는 물론 세계 곳곳의 도움이 필요한 곳에 손을 내밀고 있는 장수 기부 프로그램이다. 꾸준한 것만으로도 남다른 의미가 있지만, 한 편으로는 시대가 변했고 미디어 환경이 변한 만큼 ‘변화’에 대한 무언의 요구를 무시할 순 없는 것이 현실이다.

이런 변화 요구에 부응하기 위한 <희망TV SBS>의 키워드는 ‘스마트함’이다. SBS는 지난 9일과 10일, 양일간 방송된 <희망TV SBS>에 온라인 기부 프로그램 ‘마이 키즈’와 한 걸음 내딛을 때 마다 1원씩 후원금으로 환산되는 ‘희망걷기대회(Step For Water)’ 이벤트를 야심차게 선보여 그 동안 엄숙하고 차분하기만 했던 기부 프로그램에 재기발랄함을 더했다.

‘마이 키즈’는 스마트폰으로 자신의 사진을 찍으면 웹 사이트에 등록된 약 만 명의 전 세계 후원 대상 아동들 중 자신과 닮은 아동을 매칭 시켜주는 새로운 기부 시스템이다. 이미 현아, 김상중, 김준현, 윤형빈, 양세찬, 러블리즈, 다이아 등의 인기 스타들이 ‘마이 키즈’를 통해 기부 아동을 소개받아 화제가 됐다.

또 장현성, 라붐, 김반장, 키썸 등의 스타들, 그리고 사전 신청자 3,000명과 현장 접수 200명 등 총 3,200명의 시민들이 함께 한 총 4km의 기부 여정, ‘희망걷기대회’ 행사도 방송에 소개됐다. 이벤트는 끝났지만 ‘스텝 포 워터’ 애플리케이션을 통해 오는 8월까지 언제, 어디서든 기부에 동참할 수 있다.

▲ 성영준 SBS 사회공헌부장 ⓒSBS

최근 서울 목동 SBS 사옥에서 <PD저널>과 만난 성영준 SBS 사회공헌부장은 이런 <희망TV SBS>의 변화에 대해 ‘더 많은 참여를 이끌어내기 위한 필수적인 과정’이라고 말했다.

성 부장은 “그 동안의 방식은 ‘우리가 이렇게 열심히 방송 만들었으니 시청자 여러분이 봐 주시고 이런 아름다운 모금 활동에 동참해주세요’하는 것이 다였다. 하지만 기존 방식대로 해서는 더 이상 우리가 원한 만큼 시청자들에게 감동을 드리기 어렵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이미 매체를 소비하는 행태가 달라졌다. 텔레비전에서 모바일로, SNS로 (이용자들이) 가고 있어서 그걸 활용하지 않을 수 없었다”며 ‘스마트 기부’의 당위성을 설명했다.

이어 “매스미디어 시대여서 옛날처럼 우리가 (정보를) 일방적으로 뿌려주고 시청자가 보고 감동받고 하는 방식이 안 통한다. 모바일 내지는 SNS를 활용해서 참여도를 더 높여야 하는데, ‘마이 키즈’가 좋은 사례”라며 “(마이 키즈는) 월드비전에서 한 번 했던 건데 이걸 한 번 확대해 보고 싶었다. 월드비전 입장에서는 자신의 회원들에게 이메일로 홍보를 한다거나 그렇게 할 수밖에 없는데, 우리(SBS)는 지상파라는 전파를 갖고 있지 않나. 그런 의미에서 (마이 키즈는) 온라인과 오프라인, 공중파와 SNS의 컬래버레이션(협업)”이라고 밝혔다.

성 부장은 그러면서 “나도 마이키즈를 해 봤는데, 잠비아 아이를 소개 받았다”며 “실제로 (마이 키즈를) 해 보니, 나하고 조금이라도 비슷하게 생긴 아이가 나의 도움을 필요로 한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마이 키즈는) 그런 식으로 친밀감, 참여도를 높여 보자는 취지”라고 덧붙였다.

▲ '희망TV SBS' 방송화면 갈무리 ⓒSBS

하지만 기부 프로그램의 기본 요소라고도 할 수 있는 ‘감동’과 ‘눈물’을 배제하거나 줄일 수는 없다. 이 두 가지 요소는 실제 기부금 액수와 참여도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또 방송에 얼마나 비극적인 장면이 적나라하게 그려지느냐에 따라 기부금 규모가 달라지기도 한다. 한 방송 관계자는 ‘아프리카 등 외국 사례보다 우리나라 사례는 보다 사실적으로 보여주기 어려운 측면이 있는데, 그렇다보니 외국 사례보다 우리나라 사례에 모금이 다소 적게 이뤄지는 측면이 있다’고 귀띔하기도 했다.

성 부장도 이런 부분을 인정했다. 그는 “국내 아동 사례는 (외국 사례처럼) 그렇게까지 적나라하게 방송을 못 한다. 좀 더 조심스럽게 접근해야 한다. 부모도 아동 인권 내지는 초상권 측면에서 반대를 한다. 그래서 (외국 사례처럼) ‘이 친구들이 이렇게 아프고, 너무 가난해서 치료도 못 한다. 여러분 도와주세요’하는 건 (국내 사례에) 맞지 않는 이야기다. 또 우리나라는 복지정책이나 의료보험이 잘 돼 있어 희소난치병이 아닌 경우엔 정부에서 기본적으로 책임을 지는 부분이 있다. (SBS가 지원하고 있는) 지역아동센터의 경우에도 ‘이 아이들이 이렇게 불쌍합니다’하고 방송을 할 수가 없다. 낙인효과가 생기기 때문이다. 지역아동센터 사정이 열악하긴 하지만, 그냥 일반적 가정의 아이들이 갈 수 있는 곳이다. ‘불쌍하다’고 낙인찍으면 안 된다”며 “그렇다 보니 국내 사례는 (외국 사례보다) 모금이 적게 되기는 한다”고 털어놨다.

이어 “물론 양면적인 부분이 있기는 하다”며 “국내사례와 해외사례를 섞어서 ‘같이가치(카카오 사회공헌 서비스)’ 소액모금을 진행했는데, 소액모금에선 국내 사례가 (해외사례보다) 훨씬 빨리 목표금액도 넘겼다”고 말했다.

이번 <희망TV SBS> 방송을 통해 모금된 액수는 50여억 원, 총 6천912건(6월10일 기준)의 정기 후원신청이 이뤄졌다. 그러나 이는 작년도 상반기 같은 시기에 비해 5%가량 감소한 수준이라는 게 성 부장의 설명이다. ‘모금 규모가 우하향곡선을 그리며 지속적으로 줄고 있어 걱정’이라는 것이다.

성 부장은 “광에서 효자나고 곳간에서 인심 난다고, 기부도 사실 내 주머니가 두둑해야 하는 거 아니겠나. 그런데 시청자들 주머니 사정은 계속해서 안 좋아지고 있다”며 “그래서 우리가 새로운 방식을 계속 개발해야 한다. 사람들 마음속에 있는 측은지심을 이끌어낼 가교 역할을 우리가 해 줘야 한다. 더 효과적이고 다양한 방법을 찾아낼 의무가 우리에게 있다”고 말했다.

그는 “아직도 (방송에서) 눈물 흘리고 그러면 좀 더 모금이 잘 된다. 하지만 탈피해야 한다”며 “그런 방식의 기부는 지속가능하지가 않다. 이제는 ‘빈곤 포르노’ 방식에서 벗어나야 한다. 이미 달라지고 있고, 또 달라져야만 한다”고 강조했다.

성 부장의 말처럼, 기부에 있어서 모금액이나 참여자의 수만큼이나 중요한 것이 참여자의 지속성이다. 20년째 기부 프로그램을 통해 국민들의 기부 참여를 이끌어내고 있는 <희망TV SBS>도 ‘어떻게 하면 지속적인 기부 참여를 이끌어낼 수 있을까’를 늘 고민하고 있다.

이번 방송은 그 고민의 흔적이 역력히 드러난 방송이었다. 단순히 ‘좋은 일 한 번 한다’는 의미의 단발성 기부가 아닌, 무려 10년 넘게 아프리카의 아이와 인연을 맺고 마치 멀리 있는 자식이나 손자를 돌보듯 애정과 관심을 쏟고 있는 한 노부부의 사연을 비롯해 세계 곳곳에 있는 후원 아동의 안부를 지속적으로 챙겨보거나 연락을 주고받고 있는 스타들의 사연이 소개됐기 때문이다. 특히 10여 년 전 세상을 떠난 딸이 후원하던 케냐의 수잔을 딸 대신 후원하고 있는 고봉서‧조봉녀 부부의 사연은 시청자들에게 가슴 뭉클한 감동을 선사해 준 것은 물론, 지속적이고 진심어린 기부의 모범 사례였다.

성 부장은 “나도 2명의 아프리카 아이에게 후원 중인데, 1년에 한 번씩 NGO에서 (아이의) 사진을 보내준다. 책상에 사진 몇 장을 붙여놨는데, 아이가 커 가고 있는 것을 지켜보고 있으니 (기부를) 끊을 수가 없다”며 “(이렇게) 기부가 지속가능할 수 있도록 노력하는 것이 NGO와 우리의 몫이다. 우리의 도움이 비록 작다 해도, 어쨌든 아이 한 명은 우리 도움 덕분에 고통받지 않고 성장할 수 있는 것 아닌가. 그런 게 의미가 있는 것이고, 그런 것을 (방송을 통해) 보여주는 게 중요하다. 좋은 본보기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 '희망TV SBS' 바

‘지역사회 인재 양성해 빈곤‧질병 퇴치하자’…SBS 사회공헌활동의 궁극적 목표

<희망TV SBS>를 필두로 한 SBS의 기부 프로젝트의 궁극적인 목표는 지역사회 리더를 양성하고 지역사회와 국가에 도움이 되는 인재가 되도록 해서 빈곤을 퇴치하는 데 일조하겠다는 것이다. 실제로 고봉서 할아버지 부부가 후원하고 있는 케냐의 수잔은 실제로 의사를 꿈꾸며 열심히 공부하고 있다. 의사가 턱없이 부족해 아주 사소한 질병도 제대로 치료받지 못한 채 신음하고 죽어가는 아프리카 난민들을 생각했을 때, 수잔과 같은 인재가 늘어나게 된다면 지역사회 적지 않은 도움이 될 것이다.

또한 <희망TV SBS>는 직접 아프리카에 학교를 지어 지역사회에 수잔과 같은 아이들을 대거 양성하겠다는 생각도 품고 있다. 2012년 ‘희망학교 100개 짓기 프로젝트’를 시작해 지난 1월 탄자니아 자치령 잔지바르에 100호 희망학교를 건립한 것은 그 생각이 현실화된 결과다.

나아가 미디어 시설 확충을 통한 교육 기회의 확대도 추진하고 있다. 아프리카에 아무리 많은 학교를 짓는다 해도, 교육의 기회가 있는 아이들보다 없는 아이들이 더 많다. 이런 상황에서 방송 미디어가 잘 갖춰져 있다면 보다 많은 아이들이 교육 기회를 얻게 될 것이다. SBS가 탄자니아 잔지바르에 건립된 100호 희망학교에 희망학교 최초로 미디어센터를 지은 건 이런 생각을 바탕으로 한 것이다. 지난 4월에는 성영준 부장을 포함한 SBS 제작진이 직접 잔지바르 100호 희망학교에 가서 아동용 영어 교육 영상 제작은 물론 연출, 카메라, 음향 등의 기술까지 전수해 주고 왔다.

성 부장은 “아프리카, 특히 케냐‧우간다‧탄자니아 등의 지역에서는 영어가 공용어다. 영어를 못하면 아무것도 못 하는 건데, 가서 보면 공립학교에서조차 영어를 제대로 안 가르친다. 교사도, 교재도 부족하다”며 “보통 대학이나 기업에서 봉사단 몇 십 명이 가서 영어수업도 해 주고 한다. 물론 의미 있는 일이다. 하지만 이런 방식은 수혜를 받는 아동이 몇 백 명에 불과하다. 그런데 이걸(영어교육을) 가지고 콘텐츠를 만들어서 보급을 하면 불특정 다수의 수많은 아이들이 (영어를 더 많이) 배울 수 있겠다 생각했고, 그런 작업을 한 것”이라고 밝혔다.

이번 <희망TV SBS> 방송에는 탄자니아 잔지바르 희망학교 학생들이 SBS 제작진들과 함께 영어 교재를 직접 제작하는 모습이 담겼다. 교육기업 ‘대교’에서 제공한 교육용 애니메이션 영상을 참고해서 학생들이 영어교육 영상을 연출하고, 출연도 직접 했다. 게다가 성 부장에 따르면, 탄자니아 공영방송인 TBC도 학생들이 직접 제작한 영어교육 영상에 관심이 상당하다고 한다.

성 부장은 “탄자니아 본토에 가서 공영방송인 TBC에서 이 영상을 같이 봤는데, TBC 사장도 눈이 휘둥그레져서 ‘아프리카 대륙에서 스와힐리어로 (방송을) 진행하며 아이들에게 영어를 가르치는 이런 걸(콘텐츠를) 본 적이 없다. 이런 게 늘 필요했다’고 말했다. 탄자니아뿐만 아니라 우간다, 케냐 등 2억 명이 스와힐리어를 쓰는데, 이런 콘텐츠가 있고 이걸 TBC같은 공영방송에서 튼다면 얼마나 도움이 되겠나. 이게 방송 콘텐츠의 힘”이라며 “우물을 파주거나 학교를 지어주는 것만큼이나 방송 콘텐츠를 통해서 사람들을 일깨우는 것, 이 것이 하나의 돌파구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 성영준 SBS 사회공헌부장 ⓒSBS

성 부장은 나아가 지상파 방송사이자 미디어 기업으로서 SBS가 해야 할 일이 있다고도 말했다. 바로 <희망TV SBS> 방송을 통해 소개된 ‘아이 낳고 싶은 대한민국’ 프로젝트다. SBS는 “‘아이 낳고 싶은 대한민국’ 캠페인을 통해 아이 낳기 어렵게 만드는 대한민국의 구조적 문제를 심도 깊게 들여다보고, 대한민국이 아이 낳기 좋은 사회로 탈바꿈할 수 있도록 다양한 방안을 실험했다”고 밝혔다. 지난 9일과 10일 방송된 <희망TV SBS>에도 지역아동센터, 드림위드 봉사단, 희망건축학교 등의 다양한 프로젝트가 소개됐다.

성 부장은 “지금처럼 저출산 기조가 이어지고, 이를테면 ‘독박육아’ 이런 사회적 분위기가 계속되면 안 된다. 늦었지만 지상파로서 SBS가 캠페인을 하게 됐다”며 “정책적 변화 부분은 우리의 역량으로는 안 되니 정부, 지방자치단체, 기업과 함께 해 보자는 생각으로 <희망TV SBS>를 필두로 다양한 시도를 하고 있는 것”이라고 밝혔다.

SBS는 하반기에 미디어의 사회공헌 활동에 관한 포럼도 계획하고 있다. 성 부장은 “그 동안 해 온 사회공헌 활동에 대한 중간점검 성격이 될 것”이라며 “관계자들에게 평가와 자문을 구하는 한편 각계각층 오피니언 리더들의 의견을 들어보는 자리가 될 것 같다”고 말했다.

성 부장은 SBS 사회공헌담당자로서 기부에 참여해 준 시청자들에 대한 인사도 잊지 않았다. 그는 “지속적으로 관심 가져주시고 도와주셔서 늘 감사하다”며 “아직 우리의 방송이나 활동이 시청자들의 눈높이를 못 따라가고 있다. 그렇기에 항상 무서운 마음으로, 조심스러운 마음으로 책임감을 갖고 앞으로도 계속 모니터링 통해서 NGO들이 정말 제대로 하고 있는지 전달해드리겠다”고 다짐했다.


하수영 기자  hsy0710@pdjourna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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