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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당전보’ 후 돌아온 이영백PD가 밝히는 ‘PD수첩’ 현주소

[인터뷰] MBC 'PD수첩' '성소수자 인권, 나중은 없다' 편 이영백PD 이혜승 기자l승인2017.07.01 07:15: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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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D수첩’이 웬일로?”

지난달 MBC 탐사 보도 프로그램 <PD수첩> '성소수자 인권, 나중은 없다' 편이 지상파 방송사 중 유일하게 군대의 동성애 처벌 문제, 나아가 성소수자 문제를 폭넓게 다루며 이어진 반응이었다. “‘PD수첩’이 과연”이라는 의심의 눈초리를 보내던 사람들도 방송 후 긍정적 평들을 남겼다. 이후 온라인상에서는 ‘다시보기 운동’까지 펼쳐졌다.

해당 방송은 대법원의 ‘전보 무효’ 판결 후 <PD수첩>으로 돌아온 이영백 PD의 첫 아이템이었다.(▷관련기사 ‘대법, MBC 한학수·김환균 PD 등 부당전보 ‘무효’’) <PD저널>은 최근 상암MBC 근처에서 이영백 PD를 만나 방송에서 좀처럼 볼 수 없었던 성소수자 문제를 다루게 된 계기와 제작 과정, 그리고 그 과정에서 느낄 수밖에 없었던 <PD수첩>의 현주소를 들어봤다.

▲ MBC 〈PD수첩〉 '성소수자 인권, 나중은 없다' 편을 연출한 이영백 PD ⓒPD저널

“토론회에서 대선 후보자가 동성애를 반대한다고 하지 않았나. '성소수자들도 대한민국 국민이고 함께 잘 살 수 있게 해야 한다'가 기본 전제여야 하는데, 그때는 존재 자체가 부정당하는 충격적인 상황이었다. 아무리, 소위 표심의 문제가 있다 하더라도, 아직 문제가 많다는 걸 느꼈다”

부당전보발령으로 2년이 넘도록 비제작부서인 신사업개발센터에 있었던 이영백 PD는 항상 프로그램 소재를 염두에 두고 있었다. 이후 <PD수첩>으로 돌아와 지켜본 대선 토론회는 ‘성소수자’ 문제가 반드시 짚어야 할 주제라는 생각이 들게끔 만들었다. 시청률이 잘 안 나올지라도, MBC는 ‘어려운 사람들을 대변하는 약자의 방송’이라는 이 PD의 개인 신념에는 변화가 없었다.

이 PD는 이전부터 해당 사안을 관심 있게 지켜보고 있었다. 김조광수 영화감독이 결혼할 당시에도 관련 프로그램을 기획했지만 잘 풀리지 않았다. 이 PD는 “어떤 사회가 긍정적으로 발전하는 지에 대한 시금석이 되는 문제가 있지 않나. 그 끝에 있는 게 성소수자 문제라고 본다”며 “다른 여러 부분들도 있지만 ‘우리 사회가 아직 더디게 가는구나’라는 걸 보여주는 문제인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이익이 충돌하는 문제나 찬반의 문제가 아닌, ‘차별하지 말자’는 너무나 당연한 이야기를 방송으로 설득하기에는 어려웠을 터. 이 PD는 “우리도 잘 모르니까 공부를 하자. 그래서 우리가 알게 되는 걸 시청자들에게 알리고 공유하자”라는 지점에서 출발했다고 밝혔다.

▲ MBC 〈PD수첩〉 '성소수자 인권, 나중은 없다' ⓒMBC

이 PD는 “그걸 통해 성소수자가 취향이나 선택의 문제가 아니고 불가항력적 문제이며, 설령 선택의 문제라 해도, 다른 사람이 직접적 피해가 없는데도 남의 선택에 왈가왈부 할 수 없는 문제라는 걸 보여주는 데에 초점을 맞췄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아직도 많은 사람들이 잘 몰라서, 성적인 일탈이나 일시적인 그런 걸로 많이 보니까 그게 아니라는 것을 명확하게 인식할 수 있도록 하고, 왜 그런지에 대해 조목조목 따지고 알려주려고 했다”고 전했다.

이 PD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나는 성소수자 차별 안 해요’, ‘있는지 없는지 관심도 없어요’라고 하지만 사실은 엄청난 차별을 행한다.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차별하기도 하고, 직접적으로 공격하기도 한다”고 지적하며 “그들이 어떤 상황을 겪고 있는지, 어떤 일들이 벌어지고 있는지, 어떤 이야기들이 오가는지를 공유하려고 했다. 또 그냥 ‘이렇게 살고 있어요’하고 끝나면 안 되니까, 이 문제를 어떻게 풀어나갈지 노력하고 있는 사람들도 찾아서 보여주려고 했다”고 밝혔다.

그는 우선 다수의 국민들이 가진 성소수자에 대한 편견의 뿌리가 무엇인지를 탐구해봤다. 그때 육군에서 대대적으로 군동성애자를 축출하는 작업을 하기 시작했다. 구속된 군인은 실형까지 선고받았다. 이 PD는 이 문제에 집중해 왜 이런 일이 일어났고, 어떤 식으로 일이 진행됐고, 또 이것이 어떤 의미를 가지는지를 주목했다.

▲ MBC 〈PD수첩〉 '성소수자 인권, 나중은 없다' ⓒMBC

"두 가지 지점에서 섭외가 어려웠다. ‘일회적인 소모적인 이야깃거리로 생각하는 거 아닌가?’ 하는 그들의 오래된 상처와, 다른 하나는 '지금 MBC가 취재를 한다고 왔는데, 제대로 만들기나 할까? 우리를 왜곡하는 건 아닐까?’하는 MBC의 품질에 대한 걱정과 편향에 대한 문제였다. 첫 번째 문제는 설명을 할 수 있는데, 두 번째 문제를 설득하기가 굉장히 힘들었다"

제작 과정은 역시 쉽지 않았다. 특히 섭외를 하는 과정에서 ‘MBC’라는 점이 발목을 잡았다. 이 PD는 일단 성소수자들이 많이 모이는 곳으로 갔다. 마침 5월 17일 ‘아이다호 데이(국제 성소수자 혐오 반대의 날)’가 있었다. 그곳에서 다행히 이영백 PD의 이름을 기사로 접했던 사람이 있었다. 대법원의 ‘전보 무효’ 판결 당시 나왔던 기사였다.

이 PD는 “나와 같이 판결을 받은 사람 중에 한학수, 김환균 PD 등 이름 있는 PD들이 있었다. 그들과 함께 내 이름도 기사에 나간 모양이다. 다행히 그 기사를 유심히 본 분이 있더라”라며 “현장에서 명함을 드리니 활동가 분들 중에서 내 이름을 봤다고 하는 사람이 있었다. ‘이 PD님은 그래도 믿을만하다’고 했다. 그래서 조금 풀린 구석이 있었다”고 말했다.

그 현장에서 이 PD는 많은 사람들을 만나며 취재 허락을 구했다. 특히 성소수자 부모 모임에 있는 사람들은 적극적으로 이 문제를 알리고 싶어 하는 부분이 있어, 그들이 많은 도움을 주기도 했다.

이 PD는 “프로그램 중에 사례자를 데리고 이야기를 길게 풀면서 인간적인 다큐로 가는 경우가 많은데 그렇게 하지 말고, 많은 사례와 구체적인 현실을 보여주고 시청자들로 하여금 ‘저런 사람들이 있구나, 저렇게 살고 있구나’ 느끼게 하고 싶었다”며 “그래서 되게 여러 사람을 많이 만났다”고 말했다.

▲ MBC 〈PD수첩〉 '성소수자 인권, 나중은 없다' ⓒMBC

전문가들을 섭외하는 과정도 순탄치 않았다. ‘지금 MBC와는 인터뷰하고 싶지 않습니다’라고 답해온 사람들이 꽤 많았다. 그럼에도 이 PD는 분야별로 많은 이들을 찾아가 설득했다.

이 PD는 “사실 한두 명의 분들이 모든 이야기를 다 해줄 수 있었다. 군대, 일상, 법 문제 등에 대해 한 사람이 다 꿰고 있다. 그렇지만 법학자, 국회의원, 의사 등 적확하게 맞는 분들을 섭외해 인터뷰했다”고 전했다.

이 PD가 비제작부서로 가기 전까지 <PD수첩>의 사정이 이 정도까지는 아니었다. 이 PD는 지난해 국정농단 사건이 터지면서 쐐기를 박은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모든 언론이 대통령이 저렇게 된 건 대한민국의 상처고, 빨리 치유하자고 하고, 그러기 위해서는 아픈 데를 건드려야 한다고 말하는데, MBC만 ‘상처가 아니다, 아픔이 아니다’ 이런 식 아니었나”라며 “또 지난 대선에서도 편향적인 보도를 하고. 그런 불신이 거의 정점으로 이른, 바닥을 찍었다고 해야 하나”라고 안타까워했다.

▲ MBC 기자와 PD들이 경영진의 탈을 쓰고 시사프로그램 말살 퍼포먼스를 선보이고 있다. ⓒMBC노조

“‘뉴스데스크’에서 방송의 독립성 이야기를 하던데, 중요한 건 사장의 독립성이 아니라 PD, 기자 등 구성원 각자의 독립성이 지켜져야 한다. 지금 MBC에서는 그걸 기대할 수 없다. 현장 PD, 기자 개개인이 양심과 상식에 따라 일할 수 있는 토대가 안 된다. 제작비라든가 환경 자체도 상황이 안 된다”

이 PD는 <PD수첩>을 바라보는 사람들의 시선에 대해 안타까워하며 지금의 MBC는 ‘방송을 제대로 하는 틀’ 자체가 무너졌다고 토로했다.

그는 제일 큰 문제로 인력 문제를 짚으며 “잘하고, 능력 있고, 사명감 있는 사람들이 프로그램을 해야 하는데 많이 빠져있다. 방송사가 프로그램 중심이 된다는 건 회사 예산이 프로그램 중심으로 가야 하는데, 예산도 많이 깎이고 일하기 쉽지 않은 구조”라고 고백했다.

이 PD는 “예전 MBC에서는 PD, 기자들이 자기 목소리와 양심을 가지고 프로그램을 만들었다. ‘지금 시점에서 이건 내가 해야겠다’라는 사명감을 가지고 내가 옳다고 생각하는 걸 이야기했다”며 “개인이 가진 상식이나 판단, 양심이 전적으로 옳지는 않다. 틀릴 수 있다. 그런데 그러면 같은 부서장, 회사의 심의나 감사 조직이 조율을 거치고 문제가 있다면 수정하는 절차가 있었다. 그런데 지금은 그게 안 된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PD수첩> 내부에 쌓인 검열의 분위기도 안타깝다고 토로했다. 이 PD는 “분위기 자체가 몇 년 사이에 ‘이런 걸 하면 안 되지’ 하고 스스로 제어를 하더라. 그리고 기획단계에서부터 위에서 이렇게 저렇게 하라는 지시들이 구체적으로 오고 있고, 또 이런 거에 익숙해져 있더라”라며 “많이 바뀌어야 하는 문제”라고 비판했다.

또 한편으로는 2012년 김재철 전 사장이 시사교양국을 해체하고, 2014년 안광한 전 사장이 교양제작국마저 해체하면서 벌어진 현실적인 어려움들이 이어지고 있었다.

기존에 MBC 교양PD들은 <PD수첩> 뿐 아니라 교양‧정보 프로그램, 다큐 프로그램 등을 순환하며 힘을 안배할 수 있었지만 지금은 그렇게 할 수가 없다. 조직이 깨지면서 <PD수첩>과 같은 시사 프로그램은 보도 본부로 가게 되고 다큐, 교양 프로그램은 외주 제작 프로그램을 관리하는 콘텐츠제작국으로 떨어지게 되면서 인력의 순환이 이뤄지지 않는다.

이 PD는 “예전에는 ‘PD수첩’ 1년 열심히 하고 다른 프로그램에 갔다. 'PD수첩' 같은 프로그램은 아무래도 비판적이고 예민해야 하지만, 긴 호흡으로 만드는 다큐나 정보 프로그램은 그렇지 않으니까, 그런 걸 같이 하면서 순환해야 하는데 그걸 못한다”며 “지금 'PD수첩' 구성원들이 다 2, 3년 됐다. 물리적으로 힘이 빠져 다 지쳐있다. 일할 의욕도 없고 물리적으로도 힘든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그러다보니 악순환이 생겼다. 일을 못하는 구조를 만들어놓고, ‘일을 못하니 너희는 불필요한 존재가 아니냐’라고 공격하는 지경까지 와 있다”고 밝혔다.

또 회사가 예산과 인력을 보충해주지 않다보니 예전처럼 권력에 대항하는 아이템은 할 수가 없다. 이번 성소수자 관련 방송의 제작일수도 15일이 채 되지 않았다.

이 PD는 “(권력에 대항하는 아이템은) 구조적으로 큰 문제를 밀도 있게 봐야 한다. 몇 달씩 취재를 해야 하는데 지금은 프로그램 취재일수가 열흘 남짓”이라며 “프로그램을 빨리 만들어야 하고 예산도 없어서 구조적으로 그런 걸 하기가 힘들다. (프로그램 순환이 되지 않아) 구성원들 집중력과 의욕도 떨어져 있고. 이런 문제들이 겹쳐있다”고 말했다.

▲ 서울 MBC사옥 로비에서 언론노조 MBC본부가 교양제작국 해체를 담은 조직개편안을 규탄하는 피켓시위를 하고 있다. ⓒ언론노조 MBC본부

이런 상황에서도 <PD수첩> PD들은 다시 힘을 내보려 하고 있다. 이 PD는 다음 방송으로 군함도 아이템을 준비 중이다.

그는 “가랑비에 옷이 젖는다고, 징용 피해자, 위안부 할머니와 같은 문제는 이야기를 계속 해서 국민들이 좀 더 관심을 가지고 보게 해야 한다”며 “그런 다수의 의견들이 결집이 되고, 또 그런 게 정책에 반영되지 않겠나”라고 계기를 밝혔다.

이 PD는 “2015년 7월 5일에 군함도가 유네스코 문화유산으로 등록됐다. 그로부터 딱 2년이 되는 7월 4일에 우리 방송이 나간다. 그때 왜 그렇게 됐는지, 우리 정부는 그때 뭘 했는지, 그리고 그동안 우리가 왜 번번이 협상에서 저쪽에 면죄부를 줬는지 맥락 전체를 다뤄보려고 한다”고 말했다.

 


이혜승 기자  coa331@pdjourna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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