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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터질 게 터졌다”…MBC 'PD수첩' PD 10인 ‘제작거부’

국장·본부장 노동문제 관련 아이템 거부…“노조 소속 PD는 이해당사자” 이혜승 기자l승인2017.07.24 14:27: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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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렵습니다. 무섭지 않다면 거짓입니다. 앞으로 회사가 저희에게 가할 일들을 생각하면 아득합니다. 그러나 제대로 된 PD수첩을 다시 만들 수 있다는 믿음과 양심으로 우리에게 재갈을 물리려는 자들에 맞서려 합니다”

[PD저널=이혜승 기자] MBC <PD수첩> PD들이 ‘제작거부’에 돌입했다. 경영진의 노동 문제 관련 아이템 거부가 도화선이 됐다. PD들은 그동안 행해졌던 경영진의 제작 자율성 침해 전반에 대한 저항이라고 밝혔다. 당장 25일자 <PD수첩> 방영에도 차질이 생길 것으로 보인다.

MBC <PD수첩> PD 11명 중 10명이 지난 21일 오후 6시부로 ‘제작거부’에 들어갔다. 이들은 24일 오전 상암MBC 사옥 앞에서 기자회견을 통해 최근 이영백, 조윤미 PD가 제출한 기획안이 ‘불합리한 이유’로 거부됐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이영백, 조윤미 PD는 최근 불거지는 노동 이슈를 다루기 위해 ‘한상균을 다루는 두 개의 시선’이라는 제목의 한상균 민노총 위원장과 관련한 기획안을 제출했다. 하지만 조창호 시사제작국장과 김도인 편성제작본부장은 ‘두 PD가 언론노조 MBC본부 조합원인데, 언론노조는 민노총 소속이니 이해당사자가 되기 때문에 안 된다’며 아이템을 거부한 것으로 알려졌다.

<PD수첩> 강효임, 김현기, 서정문, 소형준, 이영백, 전준영, 조윤미, 조진영, 최원준, 황순규 PD는 △PD들이 양심과 상식에 따라 프로그램을 만들 수 있도록 제작자율성을 보장할 것 △공정방송을 훼손하고 이번 제작 중단 사태의 원인을 제공한 조창호 시사제작국장과 김도인 편성제작본부장은 사퇴할 것을 요구사항으로 내걸었다.

▲ MBC 〈PD수첩〉 PD 10인이 21일 오후 6시부로 제작거부에 돌입했다. 해당 PD들이 24일 오전 상암MBC 앞에서 기자회견을 가지고 있다. ⓒPD저널

노조 소속 PD는 이해당사자?

담당 PD들은 해당 아이템이 ‘한상균 아이템’이 아닌, 이를 단초로 한 ‘노동 문제 전반’을 다루고자 했던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영백 PD는 제작거부에 돌입하던 지난 21일 <PD저널>과의 만남에서 “한상균 민노총 위원장을 보는 시각이 우리 사회가 노동을 어떻게 보느냐의 척도가 될 수 있겠다 싶었다”며 “한 위원장이 지난 5월 징역 3년 실형을 받은 것에 대해, 어떤 사람들은 불법 폭력 시위를 주도했으니 실형이 당연하다는 말을 하고, 한쪽에서는 노동자의 목소리를 대변하는 말을 하는 것을, 불법일 수는 있지만 법적으로 구속하고 감옥에 있는 것이 맞느냐고 말하기도 한다”고 기획 취지를 밝혔다.

이어 이 PD는 “2015년 민중총궐기 실제 상황을 찾아보고, 고 백남기 농민 살수차 사건을 통해 경찰의 과잉 진압도 문제가 있진 않았는지, 한상균 위원장만을 폭력 시위의 오롯한 주도자로 보는 게 맞는지, 그런 문제를 찾아보고 싶었다”며 “이것도 이야기를 풀어가는 단초일 뿐이고, 나아가 우리 사회 비정규직, 일자리 문제, ‘최저임금도 못 받는 노동자’ 등 전반적 노동 이야기를 풀어 나가려고 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조창호 시사제작국장은 ‘한상균 위원장’ 사례에만 집중해 언론노조 MBC본부 조합원이 민노총 아이템을 다룰 수 없다고 반려했다. PD들에 따르면 조 국장은 “당신들의 수장을 감옥에서 꺼내기 위해 이 아이템을 하는 것은 방송법에 저촉된다”고 발언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영백 PD는 “형식적으로는 언론노조 MBC본부가 민노총 산하지만, 그 아래에서 영향을 받거나 지시를 받는 것도 아니”라며 “게다가 나와 조윤미 PD는 노조 전임 활동도 한 적이 없다. 물론 노조 전임 활동을 했다고 문제가 있다는 것도 아니지만, 그런 관계조차도 없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조윤미 PD는 기자회견 이후 “일자리 문제와 최저 시급 이야기를 민노총 얘기를 안 하고 할 수 있겠나”라고 반문하며 “한상균 구명문제가 아니다. 이걸 고리로 해서 노동 문제를 다시 되짚어보고 싶었다. 그동안 손해배상 시위를 하다가 징계를 당한 노동자들도 굉장히 많지 않나. 하지만 모든 게 한상균 이름이 들어가는 순간 논의 자체가 안됐다”고 토로했다.

MBC 시사제작국은 지난 21일 오후 ‘<PD수첩>이 민주노총의 ‘청부’ 제작소인가?’라는 입장문을 내걸었다. 이들은 “한상균 위원장 관련 아이템은 제목이 무엇이든 간에 방송심의규정을 명백히 위반하는 내용으로 ‘청부 아이템’이라는 비판을 면하기 어렵다고 할 것이다. 더욱이 너무나 짧은 제작기간까지 감안하면, 대법원 확정판결까지 난 사안을 부정하는 내용이 객관성과 공정성을 확보하기 어렵다는 것은 명약관화”라고 주장했다.

MBC 시사제작국은 “제작거부에 따른 결방 사태 등 관련 책임은 전적으로 해당 제작진에게 있다는 점을 분명히 하면서, 그에 따른 사규 절차를 엄정하게 진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에 <PD수첩> PD들은 “회사의 주장 자체가 부당노동행위”라고 지적하며 “노동조합에 가입해 있다는 이유만으로 취재 자체를 못 하도록 한 것은 노동문제를 취재하려면 노조를 탈퇴하라는 요구에 다름 아니다”라고 꼬집었다.

▲ MBC 〈PD수첩〉 ⓒMBC

‘세월호', '노동조합', '노동', '국정원', '청와대', '사드’는 금지어

<PD수첩> 제작진들은 제작 자율성 침해가 이번이 처음이 아님을 밝히며, 이번 사태를 계기로 최소한의 제작 자율성을 확보하겠다는 의지를 내비췄다.

조윤미 PD는 “그동안 몇 가지 금지어들이 있었다”며 “세월호, 노동조합, 노동, 국정원 청와대, 사드. (기획안을) 내는 순간 이유 없이 불허됐다. 고리를 끊고 싶었다”고 밝혔다.

이영백 PD는 “이번 일이 발화점이 됐지만, 지금까지 있어온 여러 가지 제작 자율성을 침해하는 일들, 공영성을 해치는 일, 부당한 인사 문제 등 여러 가지 쌓여온 문제들이 폭발된 상황”이라며 “이런 모든 것들이 시정되지 않으면 ‘PD수첩’ 프로그램을 제작하지 않겠다는 뜻”이라고 말했다.

이들은 매일 출근시간, 점심시간, 퇴근시간에 상암MBC 사옥 로비에서 피켓 시위를 진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PD들은 "당장이라도 건전한 논의를 통해 해당 아이템을 진행할 수 있다면 복귀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PD수첩> PD들은 기자회견 자리에서 그동안 경영진이 행한 제작 자율성 침해 사례를 발표하기도 했다. 다음은 PD들이 밝힌 제작 자율성 침해 사례들이다.

2013년 3월 <진주의료원 폐업> 관련 아이템
- “노인네들 병원에서 나가는 방송 해봤자 시청률 안 나와”라며 아이템 불허

홍준표 당시 경남도지사는 2013년 초, 진주의료원에 대한 폐업을 결정했다. 폐업으로 인해 당장 치료를 중단해야 했던 저소득 환자들이 문제였다. 진주의료원은 당시 저소득 환자를 매년 3만 명 이상 치료해 온 공공병원으로, 공공의료시설을 재정적자를 이유로 폐업하는 것이 과연 옳은 것인지 논란이 되었다.

해당 아이템을 취재하겠다고 기획안을 제출했으나 당시 시사제작국장은 “지방에 있는 병원 하나가 문 닫는 일에 누가 관심이 있겠냐? 노인네들이 병원에서 나가는 방송 해봤자 시청률 안 나온다”며 아이템을 불허했다. 이에 문제 제기를 했던 담당PD중 한명은 제작과 상관없는 DMB송출실로, 다른PD는 심의실로 인사 발령이 났다.

2014년 4월 <세월호>
- “유가족 우는 장면을 삭제하라”

세월호 침몰 6일째가 되던 2014년 4월 22일, 세월호 방송을 몇 시간 앞두고 최종 편집에 몰두하던 당시 제작진에게 이해할 수 없는 지시가 내려왔다. “유가족이 우는 장면을 최대한 삭제하라”는 지시였다. 제작진은 “장례식장에서 유가족이 우는 걸 빼라면 어떡합니까?”라며 저항했지만 팀장 지시 이후 몇 장면이 삭제되었다. 일종의 보도지침, 그리고 그에 대한 제작진의 저항 이후 3년간 시사제작국장들은 세월호를 다루겠다는 PD들의 기획을 모두 막아섰다.

2014년 10월 14일 <구멍난 해외자원개발, 사라진 나랏돈 2조원>
- 이명박 전 대통령 비판 방송 후, 담당PD를 스케이트장으로

<구멍난 해외자원개발> 방송은 이명박 정부 당시 한국석유공사의 캐나다 하베스트사 부실 인수 의혹을 집중적으로 파헤친 방송이었다.

그런데 방송이 나간 후 담당PD들에 대한 부당한 조치들이 있었다. 당시 담당PD 중 한 명은 신사업개발센터로 발령이 났으며 그곳에서 2년 반 동안 스케이트장 홍보 및 관리 업무를 맡았다. 이 PD는 2년간의 법정싸움 끝에 대법원의 전보무효 판결을 받고 2017년 4월에야 복귀했다. 해당 방송을 함께 연출했던 또 다른 PD는 당시 인사평가가 포함된 기간에 ‘창사기념 프로그램상’을 수상했지만, 정작 인사고과에서는 최하위 점수를 받았다. 이후 하위 점수를 받은 사원들과 함께 몇 주간에 걸쳐 사내 교육을 받았다.

2015년 7월 <국정원의 민간인 해킹 의혹>
- 금기어가 된 ‘국정원’

국정원이 이탈리아의 인터넷 감시프로그램 제작 업체인 '해킹팀'에게 해킹 프로그램을 구입한 사건이 있었다. 천안함 폭침에 의문을 제기한 학자, 삼성 갤럭시 신제품과 안랩V3 등을 해킹할 수 있는지 문의했다는 것이 밝혀지면서 국정원이 대북용이 아닌 민간인을 사찰하려 한 것이 아니냐는 의혹이 정국을 뜨겁게 달궜다. 그러나 해당 아이템은 특별한 이유 없이 불허됐다. 국정원을 다루는 것은 팀의 안위를 위해 좋을 것이 없다는 답변을 들었다.

2015년 11월 <교과서 국정화>
- 이유를 알 수 없지만 불허

교과서 국정화를 둘러싼 갈등, 쟁점은 무엇인지 아이템을 기획했으나, 특별한 이유 없이 불허되었다. 해당 아이템을 냈던 담당PD는 PD수첩에 발령 받은 지 두 달이 안 되었지만 곧 다른 프로그램으로 발령받아 나갔다.

2015년 12월 8일 <세금체납, 안내는 것인가 못내는 것인가>

고액 세금체납 문제와 법인세 인상에 대한 이슈를 다룬 해당 방송 제작 당시, 국장은 고액 세금 탈루 인사인 신동아 최순영 전 회장 취재 부분을 삭제할 것을 지시했다. 또한 법인세 인상의 필요성에 대해 학계의 의견을 반영했음에도 불구하고 “이제 피디의 ‘성향’을 알겠다”며 피디를 색깔론으로 공격하는 발언을 하였다.

2015년 12월 <백남기 농민 관련 취재>
- “백분토론에서 방송 하니 PD수첩에서 할 필요 없다”

백남기 농민이 경찰이 사용한 물대포를 맞고 뇌출혈로 의식 불명 상태에 빠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아이템을 발제했을 때, 같은 시사제작국 프로그램인 “백분토론에서 민중총궐기 당시의 이슈들을 점검할 예정이니 굳이 PD수첩에서 다룰 필요가 없다”는 답변을 들었다. 당시 백분토론 제목은 경찰의 무리한 진압에 대한 내용이 아닌 ‘복면시위 어떻게 생각하십니까’였다.

2016년 1월 <두산 명예퇴직 관련 취재>
- “일개 회사의 구조조정에 아무도 관심 없어”라며 아이템 불허

두산인프라코어에서 전 직원의 20%에 달하는 직원을 희망퇴직이라는 이름으로 감축했다. 당시 PD들은 오너의 무리한 인수합병 부작용으로 발생한 회사의 위기를 사원들에게 떠넘기는 대기업의 행태를 고발하기 위해 해당 아이템을 발제하고 사전 취재에 나섰다.

희망퇴직 대상자와 대기발령 대상자가 된 직원들을 어렵게 설득해 섭외에 성공하고 기획안을 제출했으나 당시 국장은 별 이유를 말하지 않고 아이템을 불허했다. 당시 팀장 부재로 피디들이 국장을 면담해 아이템 불허 이유를 묻자 “2주 후 쯤 되면 일개 회사의 구조조정에 아무도 관심가지지 않는다”는 이유를 댔다. 당시 이미 사회적으로 박용만 회장 등의 구조조정 결정이 크게 비판받는 상황임에도, “기업 경영이 어려우면 구조조정을 하는 것은 당연하다”는 경영진 일방의 발언도 서슴없이 나왔다. 양측의 입장을 공평하게 담겠다는 피디들의 설득에도 아이템은 끝내 거부되었고, 사건사고 아이템인 ‘데이트 폭력’ 기획안으로 교체되었다.

2016년 2월 16일 <캄보디아 우물의 비밀> 방송, 일부 내용 삭제 요구

해외 원조시의 미비한 사전조사의 문제점을 지적한 <캄보디아 우물의 비밀> 편. 해당 방송을 시사한 후 당시 국장은 무상원조를 관리하는 기관인 ‘코이카’ 관련 취재 부분을 본인의 명령이라며 전부 삭제하라고 요구했다. 그 내용이 삭제되면 방송 분량이 부족해진다는 제작진의 호소에도 불구하고 결국 4분가량이 삭제됐다. 당시 코이카는 대전MBC(사장 이진숙)와 협력 사업을 추진하고 있는 상황이었다.

2016년 5월 <4대강 녹조> 관련 아이템 불허
- “내가 아는 기상학자에게 물어보니 올해는 비가 많아 녹조가 줄어들 것”

다가올 여름에 4대강 녹조현상이 심각해질 것을 우려하는 시각과 장마 때의 홍수조절 효과의 유효성 등을 점검하기 위한 아이템을 제안했다. 그러나 당시 국장은 “본인이 잘 아는 기상학자에게 얘기를 들어보니 올해는 비가 많이 올 예정으로 녹조현상도 줄어들 것”이라며 해당 아이템 진행을 막았다.

2016년 7월 - 8.15특집 준비하던 PD에게 건넨 특별한 주문
- ‘뉴라이트 계열의 자유주의 학자들과 인터뷰 하라~’

8.15 특집아이템을 준비하던 팀에게 국장은 특별 주문을 하기도 했다. 국장은 이례적으로 기획안까지 직접 써서 해당 회 차 PD에게 건넸는데 제목은 ‘3.1운동과 대한민국 탄생’이었다. 3.1운동이 전근대에서 근대로 넘어가는 역할을 했다는 내용으로 방송을 만들 것을 주문했으며, 친일 논란이 있는 인물들에 대해 우호적인 평가를 내릴 수 있는 우려가 있었다.

눈길을 끌었던 것은 기획안에 적힌 인터뷰해야 할 전문가 목록이었다. 이승만을 재평가하자는 자유주의 사학자(이주영), 국정교과서 집필진(김명섭), 임시정부를 부정하는 역사학자(김용직), 막말 논란을 일으킨 역사학자(유영익) 등 모두 뉴라이트 계열의 학자들이었다.

2016년 12월 20일 <국정농단의 숨은 배후, 김기춘과 우병우>

최순실에 의한 국정농단이 하나둘씩 밝혀지던 시기, 박근혜 전 대통령과 가장 가까운 자리에 있었던 김기춘, 우병우에게 관심이 모아졌다. 김기춘의 경우 대표적인 공안검사 출신으로 그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재일교포 유학생 간첩조작사건’을 빼놓을 수 없다.

그러나 국장은 방송 전체 내용에 불필요하다는 이유로 김기춘의 간첩조작사건 부분을 대폭 축소할 것을 요구했다. 당시 간첩으로 몰려 수년간 감옥살이를 했던 피해자들의 고통스런 증언들이 있었으나 상당 부분 삭제되어 방송되었다.

2017년 1월 10일 <최초증언! ‘김영재 실’의 비밀> “박대통령 얼굴 많이 쓰지 말라”

박근혜 전 대통령 비선의료 시술에 대해 주요 정황을 포착해 방송했다. 해당 방송을 준비할 당시 방송에 박 대통령 얼굴 사진을 많이 쓰지 말 것을 요구했다.

2017년 2월 <위안부와 소녀상>
- 위안부 아이템 두 번 연속 불허

2015년 12월 한일위안부협정이 있었다. 일본정부의 사과 없이 ‘최종적’, ‘불가역적’협정이라는 표현이 들어가면서 논란이 커졌다. 당시 한일위안부협정에 대한 아이템을 기획했으나 국장은 별다른 이유 없이 불허됐다. 2017년 2월, 부산동구청 소녀상 철거사건을 계기로 위안부 합의 문제를 다시 한 번 기획했으나 국장은 “길게 다룰 아이템이 아니다. 시사매거진 2580에서 하기로 했으니 PD수첩까지 할 필요 없다”며 불허했다.

2017년 2월 21일 <탄핵, 불붙은 여론전쟁>

탄핵정국이 한창일 때, 탄핵반대쪽의 일부 참석자들은 금품을 받고 집회에 참석했다. 탄핵반대집회에는 ‘계엄령을 발포하라’라는 과격한 구호가 등장하기도 했으며, 태극기봉으로 반대의견을 가진 사람들을 찌르거나 구타하는 일도 빈번했다. 이런 모습이 카메라에 담기자 국장은 내용이 전반적으로 편향되었다며 크게 화를 냈고 “이대로는 방송 불가”라고 말했다.

당시 탄핵 여론조사를 보면 탄핵 ‘찬성’ 여론이 시종일관 압도적인 수준으로 높았으나 국장은 찬반입장의 기계적 중립을 요구했다. 기계적 중립을 지키기 위해 내용이 수정되었고, 방송하는 당일 날 아침 두 번째 시사를 받았다.

2017년 4월 <세월호, 101분의 기록>
- “‘청와대’를 삭제하라”

지난 4월, 박근혜 대통령이 탄핵되고 나서야 세월호를 취재할 수 있게 되었다. <세월호, 101분의 기록> 편이다. 그러나 이 방송을 제작하는 과정에서도 검열은 이어졌다. 시사제작국장은 ‘국가’와 ‘청와대’라는 말을 삭제하라 지시했다. 내레이션에서 ‘국가’를 삭제하라고 압박하며 시사제작국장은 ‘제작진이나 국민들이 세월호 사건에 대해 국가 탓만 해서는 안 되고 우리 모두의 문제로 봐야한다’고 주장했다. 나아가 세월호 사고 직후 국가안보실과 해경 본청과의 통화 내용을 보여주는 장면에서는 ‘국가안보실이 청와대 소속이 확실하냐’고 물으며 청와대를 뺄 것을 집요하게 강요했다.

2017년 7월 11일 <4대강, 22조는 어디로>
- “살아있는 권력 좀 물어 뜯어라”

국장은 사대강 사업의 장점에 대해서도 충분히 부각할 것을 요구했다. 그러면서 박원순 시장과 이낙연 총리의 예를 들며 정치적 논리로 사대강 사업을 방어하려했다. “박원순 시장도 보 철거 안했다, 이낙연 총리도 인정했다”. 국장은 또한 시사 중 “죽은 권력 좀 그만 물어뜯고 살아 있는 권력 좀 물어뜯어라”는 말을 서슴지 않았다. 해당 방송을 하면서 국장과 언쟁을 벌였던 담당PD는 <4대강> 방송 직후 다른 부서로 인사발령을 받았다.

 


이혜승 기자  coa331@pdjourna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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