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BS PD협회 “드라마 PD 비밀계약, 진상조사위 구성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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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조 “모PD, 사측으로부터 8억 선 지급 받고 퇴사…계약 주도한 사측 ‘배임’” 주장

[PD저널=하수영 기자] 최근 언론노조 SBS 본부(보부장 윤창현, 이하 SBS 본부)가 노보를 통해 모 SBS 드라마 PD와 SBS 사측간의 이른바 ‘비밀계약’ 의혹을 제기한 것과 관련해 SBS PD협회(회장 박진홍)가 성명을 발표하고 이를 ‘SBS의 경쟁력 강화를 위해 애써온 SBS 구성원들의 노력을 평가절하하고 공동체 내의 신뢰에 상처를 입히는 행위’라고 규정했다. 동시에 진상조사위원회의 즉각 구성도 요구했다.

SBS PD협회는 24일 ‘사규와 단체협약을 무시한 일방적인 비밀 계약과 이면 합의, 결과는 무엇인가?’라는 제목의 성명을 발표하고 “지난 18일자 (SBS 본부) 노보를 통해 밝혀진 일부 드라마 PD의 비밀 계약 소식에 충격과 경악을 느낀다”며 “원칙 없는 계약과 이면합의를 통해 SBS 구성원들의 일치된 노력을 평가절하하고 SBS 공동체 내의 신뢰에 상처를 입힌 관련 인사들에게 문제를 제기하며, 즉각 진상조사위원회를 구성해 철저히 조사하라”고 촉구했다.

▲ 목동 SBS 사옥 전경 ⓒSBS

SBS 본부는 지난 18일 발간된 SBS 본부 노보 249호을 통해 ‘몇몇 인기작 연출로 주목받았던 SBS 소속 A 드라마 PD가 거액을 받고 타사로 이직하겠다는 뜻을 밝히자 사측은 ‘인력 유출 방지’ 목적으로 A PD에게 8억 원가량을 선 지급했다’고 주장했다. SBS 본부가 주장하는 바에 따르면, 사측은 A PD가 10년간 받아야 할 연봉의 총액에서 8억 원을 먼저 내주고, 나머지 금액을 매해 나누어 연봉으로 지급하는 방법으로 8억 원을 선 지급했다.

SBS 본부는 노보를 통해 이런 사측의 방법이 사규상 아무런 근거가 없는 ‘편법’이며, 노동조합과 맺은 단체협약을 정면으로 위반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SBS 본부는 “사측은 A PD에게 지급한 8억 원을 회계 처리할 방법이 없자, 호봉제 사원인 A PD의 임금체계를 노사 합의 없이 비밀리에 연봉제로 바꾸고 거액을 선 지급한 근거로 ‘사이닝 보너스’라는 개념까지 끌어다 붙였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A PD는 결국 지난 해 타사로 이직했다. SBS 본부에 따르면, A PD가 이미 8억 원을 선 지급받고 퇴사했기 때문에 아직 8억 원 가운데 6억 원이 채무로 남아있는 상태다. SBS 본부는 “미수금을 받을 길이 막막해진 사측은 A PD에게 드라마 외주 연출을 맡겨 잔금을 받으려 했지만, 이 방법은 SBS 구성원인 드라마 PD의 연출 기회를 심각하게 박탈하는 것이기 때문에 일선 PD들의 반발로 이 시도는 무위에 그쳤다”며 “회사가 못 받은 6억 원은 고스란히 SBS 전체 구성원들이 떠안게 됐다. 이 계약을 주도한 사측 인사들은 회사에 손해를 끼친 배임 혐의까지 피할 수 없는 형국”이라고 주장했다.

이 외에도 SBS 본부는 노보를 통해 “유명 작가와 친분 관계가 있는 B PD가 이직 가능성을 내비치자, 사측이 이 PD에게 중국 내 연출로 번 수입을 전액 보장해 주는 조건으로 이면 합의를 체결했다. B PD는 이 합의를 근거로 몇 차례 중국을 왕래하며 거액을 벌어들였다”며 “이는 현행 사규로 금지된 명백한 이중 취업인데, 사측이 이런 B PD의 ‘고액 알바’를 용인해 준 셈”이라는 주장도 내놨다.

SBS PD협회도 성명을 통해 “프로그램의 경쟁력 강화와 보도의 신뢰성 제고를 위해 밤낮없이 애써온 SBS 구성원들의 일치된 노력은 원칙 없는 계약과 이면합의 앞에서 평가절하됐고 SBS 공동체 내의 신뢰 또한 심각하게 상처를 입었다”며 “전‧현직 SBS PD협회원이 연루된 이번 사안에 대해 협회 차원에서 다른 직종의 SBS 구성원들에게 진심 어린 사과를 표한다”고 밝혔다.

이어 “SBS PD협회도 방송제작을 둘러싼 시장의 격변과 역량 있는 인력의 필요성을 인식하고 있으나, 사규와 단체협약을 위반하고 은밀히 진행됐다는 점과 이 일이 드라마 PD들과 노조를 통해 드러나지 않았다면 비슷한 상황이 번복될 가능성이 있었다는 점에 우려를 금할 수가 없다”며 “과연 이렇게 돈을 써서 변칙적 계약과 합의를 강행한 결과가 무엇인가. 필요한 인력을 확보했느냐”고 반문했다.

SBS PD협회는 “우리는 조직 혁신과 효율성 향상보다는 편법적인 금전보상으로 경쟁력을 유지하려 한 관련 인사들의 현실 인식에 심각하게 문제제기를 할 수밖에 없다”며 “(그들은) 이번 일로 연출할 기회를 기다리는 다른 PD들의 앞길을 막은 것은 아닌지, 내부에서 역량을 키우고 인재를 육성하기보다 단기적이고 일회적인 금전보상으로 얼마나 오래 경쟁력을 유지할 수 있다고 판단한 것인지 묻고 싶다”고 성토했다.

SBS PD협회는 “(사측의) 실망스런 결정에 우려와 허탈감을 느끼지만,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다음과 같은 입장을 밝힌다”며 노사가 신뢰할 수 있는 진상조사위원회의 즉각 구성과 철저한 진상조사를 할 것과 진상조사가 이뤄질 때까지 해당 드라마 PD의 사표수리를 보류할 것을 사측에 요구했다.

이들은 “이 문제를 제기한 드라마 평PD회와 노조의 결단을 지지하며 이 문제가 해결될 때까지 함께 할 것을 천명한다”며 “노사간 신뢰를 회복하고 1등방송이 되기 위해 구성원 모두가 합심해 노력할 것을 간곡히 호소한다”고 덧붙였다.

 

다음은 SBS PD협회 성명 전문이다.

 

사규와 단체협약을 무시한 일방적인 비밀 계약과 이면합의, 결과는 무엇인가

지난 7월 18일자 노보를 통해 밝혀진 일부 드라마 PD의 비밀 계약 소식은 우리에게 충격과 경악을 안겨줬다. 프로그램의 경쟁력 강화와 보도의 신뢰성 제고를 위해 밤낮없이 애써온 SBS 구성원들의 일치된 노력은 원칙없는 계약과 이면합의 앞에서 평가절하됐고 SBS 공동체 내의 신뢰 또한 심각하게 상처를 입게 됐다. 우리는 전 현직 협회원이 연루된 이번 사안에 대해 협회 차원에서 다른 직종의 SBS 구성원들에게 진심 어린 사과를 표하는 한편, 조직 혁신과 효율성 향상보다는 편법적인 금전보상으로 경쟁력을 유지하려 한 관련 인사들의 현실인식에 심각한 문제를 제기한다.

방송제작을 둘러싼 시장의 격변을 우리 또한 모르는 바 아니며 역량 있는 인력의 필요성 또한 인식하고 있다. 그러나 이번 사안은 사규와 단체협약을 위반하고 은밀히 진행되었다는 점에 가장 큰 심각성이 있고 드라마 PD들과 노동조합을 통해 드러나지 않았다면 비슷한 상황이 닥칠 때 언제든지 반복될 가능성이 있다는 점 또한 우려를 금할 수 없는 부분이다. 과연 이렇게 돈을 쓰고 변칙적인 계약과 합의를 강행한 결과는 무엇인가? 필요한 인력을 확보한 것인가? 혹여 연출할 기회를 기다리는 다른 PD들의 앞길을 막은 것은 아닌가? 내부에서 역량을 키우고 인재를 육성하기보다 단기적이며 일회적인 금전보상으로 얼마나 오래 경쟁력을 유지할 수 있다고 판단하는가?

실망스런 결정에 대한 우려와 허탈감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결코 감정에 매몰되지 않고 이 문제를 합리적으로 해결하기 위해 다음과 같은 입장을 밝히는 바이다.

하나, 우리는 노사가 신뢰할 수 있는 진상조사위원회를 즉각 구성하고 철저한 진상조사를 요구한다.

하나, 진상조사가 이루어질 때까지 해당 드라마 PD의 사표수리는 보류되어야 한다.

하나, SBS PD협회는 이 문제를 제기한 드라마 평PD회와 노동조합의 결단을 지지하며 이문제가 해결될 때 까지 함께 할 것을 천명한다.

하나, SBS PD협회는 노사간 신뢰를 회복하고 일등방송을 위해 구성원 모두가 합심해 노력할 것을 간곡히 호소하는 바이다.

2017년 7월 24일

SBS PD협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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