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 공정성·자율성 유지 노력해야”...KBS의 징계는 ‘무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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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4년 KBS 구성원들의 사장 출근 저지 투쟁 ⓒ 뉴시스

[PD저널=표재민 기자] 법원이 2014년 세월호 참사 직후 길환영 전 KBS 사장의 보도 통제에 맞서 사장 출근 저지 투쟁에 나섰던 KBS 구성원들에게 내린 징계가 무효라고 선고한 가운데, 전국언론노조 KBS본부(이하 KBS본부)가 경영진의 항소 포기와 사과를 요구했다.

 

KBS본부는 지난 24일 ‘출근저지 징계 무효, 사측은 항소 포기하고 사과하라!’라는 제목의 성명을 통해 지난 21일 서울남부지방법원이 내린 무효 판결을 알렸다.

 

앞서 KBS본부 조합원들은 2014년 5월 청와대 압력을 받아 세월호 보도에 개입한 길환영 당시 사장의 출근을 저지하는 투쟁을 벌였다. 이후 길 전 사장이 퇴진하고 조대현 전 사장이 취임했지만, 구성원들은 정직과 감봉 등 부당한 징계를 받았다.

 

KBS본부에 따르면 법원은 ‘조합원들이 출근길 투쟁에 나선 행위는 비록 폭력이 수반된 업무 방해 행위에 해당하지만, 이같은 행위가 ▲ 사장이 해임될 만한 사유가 원인이었던 점 ▲ 보도개입 중단 등 공정보도 촉구의 의도라는 점 ▲ 조합원들은 방송의 공정성과 자율성 유지를 위해 노력해야 하는 의무가 있기 때문에 비록 일부 폭력적인 수단이 동원되더라도 반드시 중징계 처벌이 필요하지는 않다는 점 ▲ 사장 퇴진을 요구하는 과정에서 우발적으로 이뤄진 점 등을 들어 징계 처분이 위법하다’라고 판결한 것으로 전해졌다.

 

또한 재판부는 ‘KBS는 국가기간방송사로서 국민들로 하여금 최대한 언론의 자유를 향유하게 하고 건전하고 민주적인 여론을 형성하여 이를 국민에게 전달하는 기능을 수행하여야 하며, 방송종사자의 제작활동에 대한 방송경영진의 부당한 지시나 개입으로부터 방송종사자를 보호하는 절차와 방법 등을 마련해야 할 의무를 부담한다’고 전했다.

 

아울러 ‘방송종사자인 원고들(직원들)은 방송의 자유를 실현하는 주체이자 공정방송의무의 부담주체로서 방송의 공정성과 자율성이 침해될 우려가 발생하는 경우 방송의 공정성과 자율성이 유지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할 의무가 있다’고 명시했다.

 

KBS본부는 “‘정연욱 기자의 부당 인사 발령’, ‘인천상륙작전 부당 취재 지시 거부 사건’, ‘노조 공방위 간사 사전 및 의견 진술’ 등 법원의 판결문들은 일관되게 ‘경영진의 부당한 지시나 개입으로부터 방송종사자를 보호’해야하고, ‘방송의 공정성과 제작자율성을 지키는 것은 방송종사자의 권리이자 의무’임을 확인하고 있다”라면서 “이처럼 법원도 다 알고 있는 방송의 기본, 저널리즘의 원칙을 사측 경영진만 ‘나몰라라’ 하고 있는 것”이라고 경영진을 비판했다.

 

이들은 “고대영의 사측은 아마도 징계의 원인 자체가 무효는 아니기에 향후 항소를 통해 자신들의 중징계가 옳았음을 다시 확인하려 할 것으로 보인다”라면서 “하지만 당신들도 머리가 있다면 글 속에, 문장 안에 들어있는 판사의 주문과 의도를 파악해보길 바란다. 언론, 특히 공영방송사이자 국가기간방송이 반드시 지녀야할 방송의 공정성과 자율성 그리고 국가재난방송사로서의 기능 등이 무너질 때, 이를 바로잡고자 저항하는 내부 구성원들을 징계한다는 게 얼마나 졸렬하고 하찮은 짓인가를, 사측은 이번 징계무효 판결을 순순히 받아들이고 항소를 포기하길 바란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KBS본부는 “모든 구성원들이 한 목소리로 사장의 퇴진을 요구하고 있는 작금의 상황은 2014년 길환영 사장 퇴진 당시와 빼닮았다”라면서 “이제 고대영 사장이 스스로 선택할 수 있는 시간은 많이 남아 있지 않다. 2014년 길환영 퇴진 당시보다 열 배 이상의 분노와 함성이 곧 고대영 체제를 뒤엎을 것이다. 각오하라”라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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