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들의 일그러진 언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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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 따져보기] 드라마 속 부패한 언론, 그리고 현실 속 몰락한 공영방송

▲ SBS <조작>(연출 이정흠, 극본 김현정)은 유도선수 출신 한무영(남궁민 분)은 형의 죽음을 목격한 이후로 비밀을 밝혀내기 위해 ‘애국신문’이라는 군소매체에서 기자 생활을 시작한다. 가진 게 하나도 없는 그는 조작을 일삼는 거대 보수신문 ‘대한일보’와 맞서고 있다. ⓒ SBS

[PD저널=방연주 객원기자] 이제는 ‘언론’이다. 재벌을 비롯해 검경의 부패 권력을 파헤치는 고발성 짙은 드라마가 관심을 받은 가운데 언론사 비리를 들추는 드라마가 시청자의 눈길을 붙잡고 있다. 과거 드라마에서 언론인은 기자나 PD라는 직업의 특수성에 주목한 ‘전문직 드라마’(MBC<스포트라이트>)의 소재로 등장했다. 최근에는 사건의 중심에 언론사가 연루돼있거나 기자를 주인공으로 전면에 내세운 드라마가 제작되고 있다. 아이러니하게도 드라마에서 언론인을 주목하는 것과 달리 한국사회에서는 언론인에 대한 신뢰도는 매우 낮다. ‘기레기’(기자와 쓰레기를 합친 신조어)라는 말이 일상화됐을 정도로 언론이 제 역할을 하지 못한다는 비판 여론이 팽배하다. 이러한 시점에 고개를 든 ‘언론 드라마’는 언론이 무엇인지 본질적인 질문을 던지고 있다.

단편적으로 비교해보면, 미국 HBO 드라마 <뉴스룸>에서 권력과 자본에 맞서며 공정하고 올바른 보도를 위해 험한 난관을 헤쳐 나가는 언론인의 현장을 그려내 인기를 모았다. <뉴스룸> 열풍은 국내에서도 ‘미드 마니아층’ 사이에서도 불었다. 그러나 국내 영화나 드라마에서 언론인은 기득권 세력과 결탁하거나 부패한 모습으로 그려지기 일쑤다. 실제 보수정권을 거치면서 공영방송의 몰락과 권력에 대한 감시와 보도의 책무를 저버린 현실과도 맞닿아있다. 이를 딛고 선 <조작>과 <아르곤>과 같은 언론 드라마들은 어느 것이 정통 언론이고, 사이비 언론인지, 나아가 언론이 사회적 공기로서 제 역할을 다하고 있는지 등의 주제의식을 환기시킨다.

SBS <조작>(연출 이정흠, 극본 김현정)은 유도선수 출신 한무영(남궁민 분)은 형의 죽음을 목격한 이후로 비밀을 밝혀내기 위해 ‘애국신문’이라는 군소매체에서 기자 생활을 시작한다. 가진 게 하나도 없는 그는 조작을 일삼는 거대 보수신문 ‘대한일보’와 맞서고 있다. 무영은 직접 발로 뛰며 조작의 증인을 찾아내지만, 대한일보의 견고하고 높은 벽에 부딪힌다. 그럴수록 무영은 권소라(엄지원)를 끌어들여 사건을 재조사하고, 권력과 언론이 결탁한 부조리한 현실을 들추는 데 끈질기게 매달리고 있다. 그 결과 지난 21일 방영된 방송은 9.7%, 11.2%(닐슨코리아 기준)를 기록하며 같은 시간대 지상파 3사 프로그램 중 1위를 차지했다.

tvN도 내달 4일부터 언론 소재의 드라마 <아르곤>(연출 이윤정, 극본 전영신, 주원규, 신하은)을 방영한다. <아르곤>은 ‘팩트’(사실)를 통해 진실을 밝혀내고자 탐사보도팀인 ‘아르곤’ 언론인들의 치열한 삶을 그릴 예정이다. HBC 간판앵커이자 ‘아르곤’의 김백진 팀장으로 분하는 배우 김주혁은 “무엇보다 언론인의 역할이 중요한 시기이기에 백진이라는 인물이 마음에 와닿았다”며 “이 시대에 꼭 필요한 드라마”라고 덧붙였다. <아르곤>은 방영 전이지만, 한국사회 뿐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몸살을 앓고 있는 가짜 뉴스의 범람이라는 현실과도 겹쳐진다. 또한 8부작으로 기획된 만큼 장르물의 장점을 살린 속도감 있는 전개에서 언론인이 지녀야 할 윤리와 책무를 어떠한 방식으로 조명할지 기대된다.

최근에는 MBC 해직PD인 최승호 <뉴스타파> 감독이 연출한 <공범자들>이 개봉했다. 이명박과 박근혜 정권 시절 공영방송 KBS와 MBC가 권력에 의해 어떻게 장악됐는지를 상세하게 기록한 다큐멘터리 영화이다. 대통령 최측근 인사가 낙하산 사장으로 임명되고, 실제 제작현장에서 벌어지는 보도 및 제작 검열 과정을 담았다. MBC 기자와 PD 다수가 경영진 퇴진을 주장하며 제작거부에 들어간데 이어 아나운서들도 잇따라 제작 중단을 선언한 상황이다. 한무영이 대한일보와의 싸움의 판을 키워가고, 계약 만료 3개월을 앞둔 이연화(천우희 분)가 ‘아르곤’팀에 합류해 ‘팩트’를 찾아내기 위해 안간힘 쓰는 모습이 공개됐다. 드라마와 현실, 양 쪽의 세계에서 언론인이 현장에서 뛰기 시작했다. 우리들은 언론윤리와 보도책무를 다하는 언론인의 모습을 다시 마주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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