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곡된 방송 생태계 바꾸려면 방송사와 정부 적극 나서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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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곡된 방송 생태계 바꾸려면 방송사와 정부 적극 나서야"
지상파와 독립PD 관계 중심으로 방송생태계 정상화 모색
  • 구보라 기자
  • 승인 2017.08.28 09:3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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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PD연합회와 한국독립PD협회는 지난 24일 오후 2시 국회의원회관에서 특별 심포지엄 ‘건강한 방송생태계, 어떻게 실현할 것인가?-지상파와 독립PD(제작사)의 관계를 중심으로’를 개최했다. ⓒPD저널

[PD저널=구보라 기자] 故 박환성 PD와 김광일 PD의 죽음을 계기로 방송사 불공정 계약 관행을 청산하고 바람직한 방송생태계를 모색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그 어느 때보다도 높아지고 있다.

한국PD연합회와 한국독립PD협회는 구체적이고 실행 가능한 대안을 제시하기 위해 지난 24일 오후 2시 국회의원회관에서 특별 심포지엄 ‘건강한 방송생태계, 어떻게 실현할 것인가?-지상파와 독립PD(제작사)의 관계를 중심으로’를 개최했다.

이번 심포지엄은 전국언론노동조합, 언론개혁시민연대, 민주언론시민연합, 한국여성민우회, 추혜선 의원실, 노웅래 의원실도 함께 했다.

사회를 맡은 김동찬 언론개혁시민연대 사무처장은 “박환성 PD와 김광일 PD가 돌아가신지 오늘로 41일째 되는 날이다. 그동안 많은 분들이 두 PD를 죽음으로 몰아간 실태를 알리기 위해 애써왔다. 외주제작환경 개선 문제가 중요한 사회적 의제가 됐다”며 “이제까지는 두 PD를 떠나보내기 위해 노력한 시간이었다면 이제는 남기고 간 중요한 숙제를 풀기 위해 본격적으로 노력해야 하는 시간이다. 오늘 토론회가 그 출발점이 되길 바란다고 밝혔다.

첫 번째 발제를 맡은 송용한 성공회대학교 사회학과 외래교수는 “수년 전부터 방송산업 왜곡구조와 불공정 거래 관행 문제는 지속적으로 제기되어 왔다”고 지적하며 왜곡된 외주제작 생태계 구조와 방송사 비용이 어떻게 사회적으로 전가되는지에 대해 설명했다.

그는 “표면적으로 수평적 측면의 구조는 방송사를 중심으로 자유로운 거래시장처럼 보이지만 방송사의 송출 장비 소유 및 자체 방송프로그램 제작 가능성으로 인해 방송사 스스로 제작자(프로듀서)로 인식하며 불공정 거래관행 강제된다”고 지적했다. 결국 편성과 제작, 유통수단과 제작수단을 모두 지닌 방송사가 최정점의 위치에서 특수관계사와 독립제작사 등을 고용하고 관리한다는 것이다.

이어 “방송프로그램 제작은 방송사-자회사-독립제작사 간 관계는 위계적 네트워크를 형성하는데, 독립제작사를 매개로 특수고용형태로 프리랜서와 개별 노동자의 일상생활 자원이 동원된다. 그리고 이는 결국 방송사의 이윤 독점과 방송사 내부로만 분배되고, 사회적 자원과 비용과 책임의 사회적 전가된다”고 비판했다.

마지막으로 “이번 사고는 외주제작 PD만의 문제가 아닌 방송산업 전반에 걸친 문제 중 하나로, 노동인권의 문제이자 사회적 문제라는 접근 틀 속에서 살펴볼 필요가 있다”고 지적하며 “법제도가 우회되지 않으려면 안 지켜졌을 때 이야기할 주체가 있어야 한다. 관련 직종단체나 협회, 노동조합 등 참여 주체들의 집단적 힘의 강화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또한 “외주제작 생태계 정상화를 위해서 방통위, 공정위, 고용노동부 등의 관리감독과 처벌 등 국가의 적극적 개입과 역할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 방송산업 외주제작 구조와 생태계 : 자원 동원과 분배구조 ⓒ송용한 성공회대 교수 발제문 

이어서 최영기 독립 PD는 △제대로 된 실태조사 필요 △방통위 주관의 <제작인력 등록제(가칭)> 실시 △새로운 형태의 신고센터 설립(대통령 산하 또는 국무총리실 산하) △임시 신고센터 개소 △근로기준법과 방송법 개정 △국회의원 공동발의를 통한 <특별법> 제정을 대안으로 제시했다. 최영기 PD는 한국독립PD협회 방송사 불공정 행위 청산과 제도 개혁을 위한 특별위원회(약칭 ‘방불특위’) 위원장을 맡고 있다.

먼저 최 위원장은 “대안 마련을 위해서는 철저한 분석과 연구가 선행되어야 한다”고 주장하며 ‘현재 문체부와 방통위가 진행 중인 실태조사에서 제작사만 조사해서는 실체적 진실을 밝힐 수 없다. 방송 스태프 숫자에 대한 정보조차 제대로 된 게 없는데, 그럼 정책 수립조차 불가능하다. 시간이 걸리더라도 모든 제작 인력과 실연자 그룹을 포괄해 조사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를 위해 최 위원장은 방통위, 문체부, 과기부로 나누어져 있던 방송 관련 주무 부처를 사람 중심으로 재편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방통위 주관의 ‘제작인력 등록제’도 대안으로 제시했다. 최영기 위원장은 “이는 모든 제작인력 방통위에 등록되는 건데, 개인에게 영구 귀속되는 고유번호가 생기면 모든 종류의 계약 시, 고유번호를 사용하면 된다. 모든 제작인력의 숫자, 급여 현황, 근무 형태, 실업이나 경력 단절 여부를 완벽하게 파악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개인정보 보호법 등 침해 없이 우리나라 기술로 충분히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최 위원장은 “정부 내 신고센터 운영”을 제안하며 “등록제만으로 문제가 일시에 해결되는 건 아니다. 현재 권고 사항인 표준계약서는 실효성이 없다. 문체부, 방통위 공동 중재 하에 전면 재협상을 통해 방통위가 자체적으로 표준계약서가 실효적 작용을 할 수 있도록 시행령 등 제도적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법 개정, 특별법 신설 등 국회의 역할도 강조했다. 최 위원장은 “국회에서는 임시 신고센터를 설립하고, 근로기준법 59조를 폐지해 연속노동시간의 제한과 휴식권 보장 조항을 추가해야 한다. 방송법에서도 동일프로그램 동일제작비, 동일 노동, 동일 임금 등이 반드시 포함된 강력하고 엄격한 규제 조항을 신설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최 위원장은 “방송사들의 거센 저항을 예상한다. 쉽지 않을 거다. 하지만 쉽지 않다고 시도하지 않는 건 비겁한 짓이라고 생각한다. 1년이 걸리든 2년이 걸리든 반드시 이뤄지길 간절히 소망한다”고 말했다.

▲ 현 방송외주 제작 생태계. ⓒ최영기 방불특위 위원장 발제문

<님아, 그 강을 건너지 마오>에서 프로듀서를 맡았던 한경수 독립 PD는 “진모영 PD하고 저하고 농담 반, 진담 반으로 하는 말이 있다. ‘<님아, 그 강을 건너지 마오>가 세상에 나오게 된 건. 방송사의 갑질 덕’이라고. 갑질을 당하지 않았다면 다큐멘터리 영화로 만들 생각도 안 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아이언 크로우즈> 박봉남 PD가 암스테르담 국제 다큐멘터리 영화제(IDFA)에서 중편 부문 수상하고 고 이성규 PD의 <오래된 인력거>가 IDFA에서 노미네이트되는 등 선배들의 움직임을 보면서 ‘우리도 한 번 해보자’ 싶어서 해외로 눈을 돌렸다”고 말했다.

한경수 PD는 표준제작비가 지켜지고 저작권이 보장되며 방영 횟수와 방영 범위까지도 정확히 계약서에 명시되는 해외 방송사와의 제작 경험 사례를 발표했다. 그가 프로듀서를 맡았던 <춘희막이>(연출 박혁지, 2015)는 독일 프랑스 ZDF/Arte, 핀란드 BOS, 카타르 알자지라 등의 방송사로부터 투자를 받았다.

그는 “ZDF/Arte(독일/프랑스)와 <춘희막이>를 4만 유로(약 6천만 원)에 계약했다. 계약서가 10페이지에 달하는데, ‘Copyright’(저작권, 판권)라는 단어가 딱 한 번. 등장한다. 저작권법에 따른다고만 되어있다. 저작권은 만든 자에게 있는 게 상식이라 저 한 줄로 충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경수 PD에 따르면, <달팽이의 별>(연출 이승준, 201), <내일도 꼭, 엉클 조>(하시내‧최우영, 2013)는 PD들이 방송 다큐 찍을 때 알게 된 주인공들이다. 이들은 다큐멘터리 영화를 제작하며 방송 때 쓰였던 영상을 쓰고 싶었지만, 그럴 수 없었다. 그는 “독립 PD들은 촬영원본에 대한 저작권이 없어서. 결국 처음부터 다시 찍어야 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BBC는 2003년 우리나라로 치면 방송통신법에 해당하는 ‘Communication act'를 개정해 우리나라 방통위와 비슷한 조직인 오프콤을 만들었는데, 여러 부처에 흩어져있던 모든 역할을 오프콤(Ofcom)이 하고 있다. 해당 내용은 2004년에 우리나라에 번역도 됐다. 방통위나 부처에서는 이걸 정책적으로 참고하는지 모르겠다”고 지적했다.

또한 “BBC는 표준제작비를 공개한다. 그런데 우리나라에서는 그 어떤 방송사도 인하우스에서 프로그램을 얼마에 만드는지 모른다. 적절한 제작비 산출도 힘들다”며 “표준제작비가 제대로 마련되지 않으면 바이아웃이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바이아웃이란 독립 PD가 저작권 포함하여 모든 권리를 방송사에 양도하고, 방송사는 프로그램의 순제작비 및 발생할 수 있는 미래가치까지 포함한 금액을 제작사에 지급하는 것을 의미한다.

이어 한 PD는 창작자에게 저작권이 인정되어야한다고 강조하며 해외 피칭에서의 사례를 들었다. 그는 “해외 피칭을 가면 다른 나라 사람들은 모두 자국 방송사와 올라온다. 그런데 우리가 해외 방송사 담당자와 올라가니 묻더라. ‘한국인인데 왜 한국 방송사와 안 올라왔냐’고. 그래서 ‘한국방송사와 계약하는 순간 저작권이 없다고 하니 안 믿더라. 저작권이 인정되면 커미셔닝이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커미셔닝(commissioning)이란 국제 공동제작에서 가장 많이 이뤄지는 유형의 제작방식으로 플랫폼 사업자가 프로젝트에 투자하고 편성하는 제도를 뜻하는데, 제작사는 저작권을 가진다. 한 PD는 “저작권 인정되지 않으면 (현재 우리나라 방송계의) 폭력적이고 후진적인 시스템은 바뀌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 <아이언 크로우즈>(박봉남, 2009), <오래된 인력거>(이성규, 2011), <춘희막이>(박혁지, 2015)

토론자로 참여한 강혜란 한국여성민우회 공동대표는 “왜 우리는 누군가 죽거나, 누군가 너무 용감해야만 이런 문제가 사회적으로 점화되고 해결을 논의하게 된다. 답답하다”며 “지금은 이 문제가 사회적으로 주목되면서 국회에서도 관심이 높고, 마치 단번에 해결될 것처럼 기대되기도 한다. 하지만 이 관심이 오래가거나 약자의 입장이 충실히 반영되는 논의가 단번에 제도로 마련될 거라는 기대를 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어 “힘 있는 자들에 의해서 해결될 거라고 기대하기보다는 약자들의 연대가 중요하다. 그 시스템을 만들어야 한다. 당사자의 성격이 다양한 만큼 한국PD연합회를 중심으로 해서 독립PD협회가 구축해가는 것 중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강 대표는 방통위와 공영방송이 중요한 역할을 해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방통위는 올해 앞두고 있는 재허가 과정 속에서 이러한 제작 환경의 문제를 깨알같이 검토해야 한다”며 “재허가 과정에서 문제 사례들을 드러내는 활동을 연계해서 적극적으로 문제제기해야 한다”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강 대표는 “그동안 공영방송들이 정말 무책임하고 그리고 반인권적인행태를 반복해온 것은 분명하다. 그리고 그 지점들은 비판받아야 마땅하다. 그러나 변화하는 시장 환경 속에서 이를 시스템적으로 보완할 수 있는 중심에 또한 공영방송이 중심에 있을 수밖에 없다”며 “공영방송의 플랫폼 체계를 독립 PD의 역할 강화와 관련해서 어떻게 시스템화 하고, 책임을 짓게 할 것인지 고민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고 이한빛 PD 사망사건 대책위원회에서 CJ E&M의 사과와 책임인정, 재발방지대책을 이끌어냈던 김민수 청년유니온 위원장은 “대책위를 진행하며 가장 큰 걱정은 목소리를 낼 내부자나 이해당사자가 없었다는 거다. 고 이한빛 PD와 같이 일했던 종사자들조차도 노조가 없었다”며 “그러나 오히려 내부자가 아닌 30개가 넘는 외부단체로 꾸려진 대책위 그리고 시민의 호응을 통해 CJ E&M과 의미있는 논의가 이뤄질 수 있었다고 본다. 이렇게 방송사의 내부자와 외부자 간에 긴밀한 협력이 이뤄져야 문제가 해결된다”고 말했다.

또한 김 위원장은 “방송산업구조에서 종사하는 절대다수의 노동자들이 기본적인 인권 사각지대에 몰려있단 걸 알게됐다. 그렇기에 송 교수 지적처럼 거래 관계만 논의하면 생태계 개선이 힘들 것 같다. 가장 먼저 산업 내에 있는 종사자들의 처우를 개선하고 권리를 보장하는 원칙이 중요하다. 방송 문화콘텐츠에서의 노동인권이라는 관점이라는 다양한 공론의 장을 지속적으로 만들어나갔으면 한다”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김동찬 언론연대 사무처장은 “정확한 제도개선 방안 만드는 것도 중요하지만 일단 가장 중요한게 마지막 기회인만큼 적극적인 의지와 책임 있는 자세가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이 자리에서는 연대 의사를 확인해서 좋았지만, 우리의 연대만으로 해결되는 게 아니다. 강자들이 바뀌어야 한다. 현실을 만들어놓은 책임자들이 해결해야 하는 거 아닌가. 다음에는 다같이 나와서 반성도 하고 논의도 해야 한다. 오늘이 끝이 아니라 시작이다. 이 사태 해결을 위해 노력하면 좋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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