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장요정’ ‘정리왕’, ‘창업의 신’의 공통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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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D저널=방연주 객원기자] 다매체 다채널 시대가 되면서 콘텐츠 트렌드는 급격히 변하고 있다. 몸집이 큰 지상파 방송사들은 급변하는 플랫폼과 채널에 대비하지 못하면서 시청률이 추락하거나 광고시장의 변화에 그대로 노출됐다. 이러한 위기의식 속에서 방송사들은 다양한 콘텐츠를 선보이는 데 애쓰기 시작했다. 일례로 지상파와 인터넷 방송이 결합된 MBC <마이 리틀 텔레비전>과 같은 실험을 통해 올드 미디어와 1인 미디어의 가능성을 엿봤다. 최근에는 집단 MC 체제와 리얼 버라이어티 구도를 비집고 균열을 일으키는 콘텐츠가 나오고 있다. 이른바 ‘만들어진’ 콘텐츠보다 출연자 스스로 콘텐츠가 되는 시도가 눈에 띄고 있는 것이다.

방송인 서장훈, 요리 연구가 백종원, 방송인 김생민의 또 다른 수식어는 ‘미니멀리스트, 정리남’, ‘프랜차이즈의 제왕', ‘통장요정’이다. 서장훈은 ‘농구스타’라는 정체성을 넘어서 깔끔한 라이프스타일로 자주 회자됐다. “농구선수 시절부터 정확하게 정리가 돼있지 않은 걸 못 본다”고 할 정도로 물건의 각을 맞추고, 청결을 유지하는 습관으로 관심을 끌었다. <마리텔>에서 ‘슈가 보이’로 급부상한 백종원은 불황 속에서도 프랜차이즈 브랜드 20개를 보유하고 있고, 20년간 연예 전문 리포터로 활동해온 김생민은 월급을 저축해 10억원을 모은 것으로 유명하다. 백종원의 사업 성공 노하우와 김생민의 절약과 저축 습관은 예능 요소로 활용되고 있다.

‘정리남’이라는 수식어가 붙은 서장훈은 KBS Joy <닥터하우스>에서 직접 출연자로 나서 살림살이 정리 비법을 공개했다. 물건을 쌓아두고 사는 사람들에게 정리와 버림, 비움의 미학을 전하는 강제 집 다이어트 프로젝트 취지와 걸맞은 적합한 섭외였던 셈이다. ‘쿡방’ 열풍의 선두주자로서 간편한 요리법을 선보여온 백종원은 지난 7월 말부터 SBS<백종원의 푸드트럭>에서 요식업 전략과 노하우를 전하고 있다. 백종원은 <마리텔>에서 보여준 수더분한 이미지를 벗어던지고, 푸드 트레일러 중 매출 하위권의 도전자를 향해 “사업성 제로”, “이건 요리가 아니”라는 독설로 날리며 사업가로서의 면모를 부각시키고 있다.

▲ 김생민의 영수증 ⓒKBS

최근 상승세를 타고 있는 김생민은 KBS <김생민의 영수증>에서 활약 중이다. 팟캐스트 <김생민의 영수증>이 입소문을 타면서 지상파 프로그램으로 지난달 19일부터 편성됐다. 팟캐스트가 지상파 프로그램으로 정규 편성된 건 처음이다. <김생민의 영수증>은 의뢰인이 보낸 한달 치 영수증에서 소비패턴을 분석해 신랄한 코멘트를 하는 형식을 취한다. 의뢰인의 잘못된 소비 습관을 꾸짖는 발언인 “스투핏(stupid)”은 유행어가 됐을 정도이다. 생활과 밀접한 경험담이 바탕으로 한 <김생민의 영수증>은 첫 방송 이후 많은 이들의 관심을 모았다. 지난달 26일 방송은 시청률 2.9%(닐슨코리아, 전국기준)를 기록했다.

이처럼 출연자 스스로 콘텐츠가 되어 프로그램으로 확장되는 흐름은 주목할 만하다. 모바일과 인터넷에서 1인 미디어가 안착한 가운데 소수 혹은 집단 MC 체제로 굳혀진 예능 판도에서 1인 콘텐츠는 시청자에게 신선함을 안겨주기 때문이다. 앞서 언급한 <김생민의 영수증>의 시청자나 청취자들은 소비를 부추긴다는 우려를 낳고 있는 “욜로(YOLO) 열풍에서 절약 습관은 안심이 된다”, “돈은 쓰는 게 아니라 모은 것”이라며 정서적 공감대를 나타내고 있다. 이렇듯 1인 콘텐츠를 보유한 출연자들의 출중한 입담에 더해 그들 스스로 지금까지 쌓아온 알짜배기 정보를 공유하면서 시청자의 눈과 귀를 사로잡고 있다.

하지만 풀어야 할 과제도 있다. 서장훈이 출연한 <닥터 하우스>는 ‘미니멀리스트’라는 라이프스타일 트렌드를 따르며 서장훈을 섭외했지만, 포맷의 한계를 드러내며 방영 4개월만에 종영했다. <김생민의 영수증>은 작은 스튜디오에서 15분 분량의 토크 형식으로 색다름을 선사하고 있지만, 6회 방송으로 단발 편성된 상태다. 즉, 급변하는 변화 속에서 출연자가 보유한 콘텐츠를 풀어내는 방식은 시청자가 출연자를 ‘스토리’로서 접할 수 있는 기회가 되지만, 제작진이 이를 어떻게 가공하고, 전달하느냐가 관건일 수밖에 없다. 이에 따라 프로그램의 지속성도 좌우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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