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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혼 잃은 방문진 이사회, MBC 경영진 비호 ‘무리수’

[기자수첩] 정신 못 차린 구 여권 추천 이사진, 여전히 거듭된 파행 이혜승 기자l승인2017.09.08 13:4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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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D저널=이혜승 기자] MBC 파업 사태 속에서도 방송문화진흥회 이사회는 여전했다. 고영주 이사장과 구여권 추천 이사들은 MBC 경영진을 어떻게든 비호하기 위해 ‘무리수’를 남발했다.

MBC 대주주이자 관리감독 기구인 방송문화진흥회(이사장 고영주, 이하 방문진)가 7일 정기 이사회를 개최했지만 거듭된 파행으로 제대로 된 안건을 논의하지 못했다. 특히 MBC 파업 사태와 관련해 어떠한 논의도 진전시키지 못했다.

이사진들은 당초 이날 백종문 MBC 부사장, 김도인 편성제작본부장, 이은우 경영본부장 등에게 MBC 파업 현황과 대책에 대해 보고를 받기로 했다. 하지만 비공개를 원하는 경영진과 공개를 원하는 구야권 추천 이사가 갈등하며 결국 보고를 일절 받지 않기로 결정했다.

▲ 방송문화진흥회 정기 이사회가 열리는 7일 MBC 구성원들이 적폐이사 규탄 시위를 벌이고 있는 가운데 백종문 MBC부사장과 김도인 편성제작본부장이 방문진 이사회에 출석하고 있다. ⓒ언론노조 MBC본부

백종문 부사장은 “(파업 대책이) 전파되면 외부에서 오해를 살 경우 회사 경영이 어려울 것”이라며 비공개를 요구했다.

그러자 구야권 추천 최강욱 이사는 “이사회가 현안 보고를 요청하지도 않았는데 먼저 와서 한다고 하지 않았나”라며 “회사가 파업 상황에 돌입한 것은 외부에 알릴 중요한 사안인데 공개할 건 최대한 공개해서 회사 입장을 시청자에게 알릴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최 이사는 “파업 전략 등이 공개되는 게 꺼려지면 현안보고는 공개로 하고, 비공개할 일이 생기면 (이사진과) 문답시간에 비공개하라”고 합의안을 냈다.

그러나 백 부사장은 지속적으로 전체 비공개를 요구했다. 이에 고영주 이사장은 “MBC 경영진은 공개하면 보고하기 어렵다는 취지 아닌가?”라고 되물었고 최 이사는 “그렇게 떳떳하게 보고도 못할 거면 돌아가라”고 꼬집었다.

그러자 고 이사장은 마치 기다렸다는 듯이 “보고를 마치는 걸로 하겠다”고 해당 안건을 마무리했고, 구여권 추천 이사들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 방송문화진흥회 정기 이사회가 열리는 7일 MBC 구성원들이 적폐이사 규탄 시위를 벌이고 있다. ⓒPD저널

방문진 이사회는 예전부터 공개와 비공개를 두고 논란이 끊임없이 일었다. 법적으로도 ‘공개’가 원칙이지만 MBC 경영진이 수시로 ‘경영상 비밀’을 이유로 비공개를 요구했기 때문이다. 이에 구야권 추천 이사들은 물론 언론인권센터 등 외부에서도 '결코 경영상 비밀이 아닌 사안까지 경영진이 비공개를 요구한다'는 비판을 이어왔다.

결국 이날 고 이사장은 “공개와 비공개를 두고 또 싸울테니까” 아예 보고를 받지 않겠다는 황당한 결론을 내놨다.

해당 안건에 대해 논의할 당시 잠시 자리를 비웠던 구여권 추천 김광동 이사는 뒤늦게 회의에 참석해 “비공개로 보고를 받아야 한다”고 항의했다. 그러자 최 이사는 다시 한 번 “최소한의 범위 내에서 현안보고는 공개를 하고 대책은 비공개로 하자는 제안까지 했는데 (경영진이) 막무가내로 못하겠다고 하니까 돌아가라고 한 거고 다른 이사들은 말없이 넘어갔다”고 꼬집었다.

사상 초유의 MBC 파업 사태가 일어난 가운데 경영진이 출석했지만, 경영진은 ‘비공개’ 고집을 꺾지 않았고 이사들은 ‘그럼 그냥 하지 말라’며 돌려보낸 것이다. 그동안 이어졌던 비정상적 공영방송의 실태가 방문진 이사회에서도 여지없이 드러나는 순간이었다.

▲ 방송문화진흥회 정기 이사회가 열리는 7일 MBC 구성원들이 적폐이사 규탄 시위를 벌이고 있다. ⓒPD저널

구여권 추천 이사들은 ‘김장겸 MBC 사장 출석 건’을 논의할 때도 궤변을 늘어놓았다. 특히 그동안 철저히 경영진의 편에 서왔던 이인철 이사는 이날 노조의 파업은 ‘노동운동 궤를 벗어났다’며, 파업 사태에 사장을 부르는 일이 방문진의 권한을 벗어나는 일이라는 논리를 펼쳤다.

이인철 이사는 “이것들은 오래전부터 이어진 경영진 퇴진 운동 일환이다. 2년 동안 겪은 것이 안광한 사장 때는 안광한 물러나라고 얼마나 많은 공격을 했으며, 얼마나 많은 시비를 걸었나. 문제의 논지는 결국 노조 측에서 지나치게 인사권 부분에 주장하면서, 기본적인 노동운동의 정상적 궤를 벗어난 그런 부분이 많다”고 말했다.

이어 이인철 이사는 “방문진 관리감독 권한은 모든 요구 들어오는 대로 다 하는 게 아니다. 권한은 적절히 제한되고 내가 해야 할 것과 하지 말아야 할 것을 판단해야 한다. 사장에 대한 퇴진 요구가 시작된 건 문제라고 생각하고 파업 상황 지켜보며 추이를 봐야 한다”고 밝혔다.

이인철 이사는 MBC 구성원들의 사장 퇴진 운동의 원인 제공이 문재인 대통령 발언과 박광온 민주당 의원, 이효성 방통위원장이라는 자유한국당의 현 주장을 그대로 내놓기도 했다.

이 이사는 “사장 퇴진 운동 누가 원인 제공했나. 노조의 일방적 요구는 경영진 사퇴고, 최근 와서 더 불거진 상황은 문 대통령이 지난 3월 후보자 당시 MBC에 나와서 언론적폐 청산하고 MBC 무너졌다고 발언하고, 이후 박광온 의원이 언론노조를 부추긴 점이 있다”며 “방통위원장도 또 그런 비슷한 시사를 했다. 원인제공이 누구인가 의아스럽다. 이런 상황에서 국회에서도 결국 방송장악을 위한 탄압이 아니냐는 문제까지 제기되는 상황에서 우리가 사장을 부르는 범위는 벗어났다고 생각한다. 국회차원에서 논의될 사안”이라고 말했다.

▲ 방송문화진흥회 정기 이사회가 열리는 7일 MBC 구성원들이 적폐이사 규탄 시위를 벌이고 있는 가운데 이인철 이사가 이사회에 출석하고 있다. ⓒ언론노조 MBC본부

결론적으로 국회에 책임을 떠넘기는 이인철 이사의 발언은 MBC 관리감독 기구로서의 방문진 이사회 역할을 스스로 져버리는 말이었다.

이 이사의 발언 후 김 사장의 출석을 요구하는 구야권 추천 이사들과 김 사장 출석이 ‘필요없다’는 구여권 추천 이사들은 수차례 말다툼을 했고 이사회는 정회를 거듭했다.

고영주 이사장은 별다른 의견은 내놓지 않은 채 ‘표결’을 밀어붙였다. 현재 방문진 이사회는 구여권 추천 이사 6인, 구야권 추천 이사 3인으로 구성돼있다. ‘소수 이사’로서 표결 결과가 뻔히 보이는 구야권 추천 이사들이 표결에 대해 항의했으나, 고 이사장은 “(김장겸 사장 출석 건에) 손을 든 분이 없다”며 “이 건은 부결”이라고 이사회를 마무리지었다.

이날 오후 2시부터 4시간 30분 동안 이사회를 지켜봤던 매체 기자들은 이 같은 방문진 이사회 파행에 그저 실소를 지을 수밖에 없었다. MBC 파업 사태에 방문진 이사회를 처음 찾았던 일부 매체 기자들은 “원래 이러냐”며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지난 이명박-박근혜 정부 기간 동안 이어진 MBC의 현 주소 그대로였다.

 


이혜승 기자  coa331@pdjourna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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