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 다수 이사, 총파업 해결보단 노조 비판이 먼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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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인카드 유출 감사’, ‘노조 불법행동 시정 촉구’...소수 이사 4인 퇴장에도, 관행대로 다수결로 안견 의결

[PD저널=구보라 기자] KBS 구성원들이 공영방송 정상화를 외치며 총파업에 돌입한 지 한 달이 넘은 가운데, 구여권 추천 이사들은 여전히 KBS 경영진을 비호하거나, ‘법인카드 유출 감사 요청’, ‘노동조합의 불법행동 시정 및 대책 마련 촉구’ 등 파업 사태 해결과는 무관한 문제들을 제기하는 태도를 보였다. 

전국언론노동조합 KBS본부(이하 KBS 새노조) 2000여 명의 조합원들은 공영방송 정상화를 위해 4일부터 총파업에 돌입했으며, 고대영 사장·이인호 이사장 퇴진과 이사회 해체를 요구하고 있다.

KBS 이사회는 지난 11일 오후 4시 KBS 본관 6층 대회의실에서 임시 이사회를 열고, 다수 이사들이 제안한 ‘노동조합의 불법행동시정 및 대책 마련 촉구의 건, ‘법인카드 결제 내역 유출에 대한 감사 요청 건’에 대해 논했다. 두 건 모두 소수 이사들이 반발하며 퇴장한 가운데, 다수 이사들에 의해 일방적으로 상정되고 의결됐다. 

이날 회의에는 11일 방통위에 사퇴서를 제출한 김경민 이사를 제외한 6명의 다수 이사(강규형, 차기환, 이인호, 이원일, 변석찬, 조우석)와 4명의 소수 이사(전영일, 권태선, 김서중, 장주영)가 모두 참석했다.

강규형 이사 "노조 불법행동 시정해달라"...조인석 부사장 "조치 취하겠다" 

강규형 이사는 “지난달 20일 KBS 이사회 참석을 위해 ‘KBS 새노조 조합원들로부터 폭행, 집단 린치를 당했다”고 주장하며 이사진에 대한 노동조합의 불법행동 시정 및 대책 마련을 촉구하고 나섰다. 조우석 이사는 KBS 경영진에게 더 많은 보안직원 배치를 통한 보안 강화를 통해 이사회 참석에 불편이 없게 해달라고 당부하기도 했다.

이에 대해 장주영 이사(구야권 추천)가 “노조가 파업한 지 한 달이 넘은 지금, 이사회가 진지하게 고민해야하는 건 깊어가는 노사갈등을 어떻게 풀 것이냐는 점”이라며 “이 안건이 상정되면 갈등을 더 조장할 수 있다. 상정하는 게 적절하지 않다고 생각한다. 표결에 참여하지 않겠다”고 퇴장하려 하자 강규형 이사는 “문제가 계속되는 걸 방치하겠다는 거냐, 이럴 줄 알았다. 이러니 이사회 하는 거 하나 마나다. 양심적으로 생각해라. (소수 이사들이) 룰을 안 지킨다”고 비판했다.

또한 소수 이사들에게 “이건 폭력 행위에 대한 거다!”라고 고함을 지르자 전영일 이사는 “당신들의 지난 2년이 ‘폭력’이었다”라고 반박하기도 했다. 그동안 다수 이사들은 '고대영 체제'를 옹호하며, 소수 이사들이 제안했던 ''미래방송센터 건립 추진 과정에 대한 감사', ‘KBS 양대 노동조합 위원장 이사회 참석 발언 제공 요청’, ‘공영방송 KBS의 공공성을 둘러싼 내부 갈등 해법 모색 공청회 개최의 건’ 등을 부결시켜왔다.

4명의 소수 이사가 안건 상정에 반대하며 모두 퇴장한 이후에도, 회의는 그대로 진행됐다. 조우석 이사(구여권 추천)는 조인석 부사장에게 “이사들이 이사회에 참석하는 데에 불편함을 느끼지 않도록 시큐리티팀을 보강해서 특단의 조치를 취해줬으면 한다”고 당부했고, 조 부사장은 “이사들이 참석하는 데에 상당한 에로가 있었다는 부분에 대해서는 위로의 말을 드리고 싶다. 깊이 명심하고 노사협력팀 부서와 협의해서 충분하고 적절한 조치가 강구되도록 해보겠다”고 답했다.

▲ 애견인 강규형 이사의 법인카드 사용법 ⓒ언론노조 KBS본부 

강규형 이사 "KBS 이사의 법인카드 내역 공개는 법 위반, 불법 유출이다"

KBS 시청자본부장 "KBS 직원이라면 누구나 볼 수 있다"

이밖에도 강규형 이사는 지난달 KBS새노조에 의해 자신의 법카 결제 내역 공개된 점에 대해 “신용정보보호법" 위반이라고 주장하며 법인카드 결제 내역 유출에 대한 감사를 요청했다.

앞서 KBS새노조는 9월 28일 기자회견을 열고 강규형 이사가 KBS 법인카드로 애견카페를 34차례 이용하는 등 수백만 원의 비용을 사적으로 이용한 정황을 발표했다. KBS새노조는 이를 규탄하며 방송통신위원회와 감사원에 KBS 이사 전체에 대한 업무추진비 사용 내역 감사를 촉구한 바 있다. (관련기사: 2017.09.28 강규형 KBS 이사, ‘법카’로 34차례 ‘애견카페’ 이용)

차기환 이사는 “이는 (이사들에게) 모욕 줘서 사퇴시키려는 행동”이라며 “이런 (노조의) 행태를 방치하면 여기있는 분 누구나, 피해자가 될 수 있다. 이런 사회 만들자고 민주화운동 해왔고. 간부했나”라고 KBS 경영진을 비판하기도 했다.

이어 차 이사는 “KBS 집행부 분들은 최소한의 해야 할 도리가 있는 거다. 최소한 진실은 밝혀놓아야 한다”며 ‘진실 규명’을 강조하는 모습을 보였다. 이인호 이사장은 “불법으로 취득한 자료로 개인 이사에 대해 낙인찍는 건 잘못됐다”고 말하며 법인카드 내역 유출이 ‘불법’이라고 규정지었다.

다수 이사들이 재차 KBS 경영진에게 법인카드 결제 내역을 어떻게 알 수 있는지 추궁하자, 이날 회의에 참석한 KBS 시청자본부장은 “2002년에 ERP 시스템(Enterprise Resource Planning, '전사적 자원관리')을 도입했다. ERP에 접근할 수 있으면 누구나 볼 수가 있다”고 답했다.

KBS새노조 성재호 위원장은 12일 오전 KBS 본관 민주광장에서 열린 총파업 집회에서 “KBS 이사회 장면을 전 국민에게 공개했으면 좋겠다. 원래는 다 공개되어야 할 회의”라며 “BBC는 이사들이 택시 탄 비용까지도 다 공개한다. 스스로 공개해야하는데, 마치 대단한 기밀이 유출된 것처럼 광분하다. 뭔가 찔리는 데가 많이 있는 것 같다. 이 부분에 대해서 반드시 법적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참고로 영국의 공영방송 BBC에서는 이사진에 대한 접대비 및 법카에 대한 일반 지출을 10개 유형으로 발표해 모두 공개하고 있다.

▲ 지난 11일 KBS 임시이사회에 ‘민주당 회의 도청 지시 의혹 및 국정원의 KBS 사찰, 개입 의혹에 대한 보고 건’’과 관련해 참석한 고대영 KBS 사장은 "기억이 나지 않는다", "개입한 적 없다"는 취지의 발언을 반복했다. ⓒKBS새노조 페이스북 라이브 화면캡처

고대영 사장, 모든 의혹에 대해 모르쇠

한편, 이날 ‘민주당 회의 도청 지시 의혹 및 국정원의 KBS 사찰, 개입 의혹에 대한 보고 건’’과 관련해 이사회에 참석한 고대영 KBS 사장은 "기억이 나지 않는다", "개입한 적 없다"는 취지의 발언을 반복했다.

고대영 사장은 “‘민주당 회의 도청 지시 의혹 사건’이라고 하는데, 누가 지시를 했다는 건지 제가 잘 이해가 안 된다”며 “당시 보도본부장으로서 해당 기자에게 수사에 적극 응하라고 했고 무혐의 받은 사건이다. 이에 대해 일부 근거도 없는 것 같고, 과장이 많은 것에 대해 회사가 일일이 대응할 필요가 없다는 게 회사의 판단. 법적인 문제에 대해서도 법적 조치를 취하고 있다. 이에 대해 이상 언급하는 건 적절치 않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전영일 이사는 “연휴 전에 올라온 안건이다. 그동안 사측에서 준비한 문건이나 내용이 있나 없나. 고 사장 발언한 게 다냐”고 묻자 고대영 사장이 앞서 말한 지점을 다시 반복해서 설명했다.

장주영 이사는 “집행부에서 아무런 보고 문건도 만들지 않고 사장 말로만 대응한다는 건 정말 부적절한 태도라고 생각한다”고 지적하며 “고대영 사장이 말한 그 내용이라도, 정리해서 문서로 제출해야한다. 밖에서 자꾸만 의문이 제기되고 있는데, 무혐의로 끝났다고 말 하고 끝낼 게 아니라, 자체조사해서. 우리가 충분히 납득할 수 있도록 해달라는 의미였다. 상정되기 전이지만 경영진이라면 당연히 할 줄 알았다. 실망스럽다”고 말했다.

고 사장은 “비공식 조직이 과장 내지는 왜곡한 부분에 대해서 법적 절차를 진행 중이라고 분명히 이야기했다”며 “제가 ‘언젠가 진실이 일어나면 핵탄두’라고 했다는 건 기억이 안 난다. 기억이 안 나는 걸 그럼 제가 어거지로 대답해야 하나”라고 말했다.

이어 “6년 전 발언을 어떻게 기억하겠나. 분명히 이야기하지만 30여 년을 기자생활을 했다. ‘핵탄두다’ 그런 단어 객관적이지 않는 단어를 쓰지 않는다. 기사 쓰는 스타일이 있기 때문에. 돌아가신 분이 써놓은 메모를 가지고 진위를 이야기하는 것 자체가 적절치 않다”고 말했다.

KBS 기자협회(협회장 박종훈)는 지난달 21일 'KBS 민주당 도청 의혹 사건' 관련 기자회견을 열고 "(도청의혹 사건 직후 열린) KBS 내부 회의에서 고대영 당시 보도본부장이 '나중에 진실이 드러나면 핵탄두급이다. 회사 불이익과 관련돼 얘기를 안 할 뿐이다'라고 한 당시 회의록을 확인했다"고 발표했다.

조우석 이사는 “새로운 증거 조사가 나오면 이사회에서 얼마든지 진지하게 다루자. 그게 KBS 발전을 위해 좋은 것”이라며 “공정성 실현이라는 존립 의의가 훼손된다는 잣대를 들이대면 이사회가 책임질 수 있느냐”고 발언했고, 이인호 이사장은 “본인이 기억이 안 난다고 하는데 더 이상 추궁할 게 없지 않겠나”라고 안건을 종결지으려 했다.

한편, KBS새노조는 KBS이사회가 끝난 11일 오후 7시 ‘KBS 정상화의 실마리는 이사직 사퇴다’라는 제목의 성명에서 “이인호 이사장 등 나머지 다른 이사들도 국민의 신뢰를 잃고 망가진 KBS의 현 상황에 책임을 지고 서둘러 이사직에서 물러날 것을 다시 강력히 요구한다”고 밝혔다.

▲ KBS 다수 이사들(구여권 추천). 이들의 임기는 2015년 9월부터 2018년 8월까지다. KBS 이사회 홈페이지 화면캡처 
▲ KBS 소수 이사들(구야권 추천). 이들의 임기는 2015년 9월부터 2018년 8월까지다. KBS 이사회 홈페이지 화면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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