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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디오 미션 임파서블⑫] 시공간을 음악에 저장하다

안병진 경인방송 PDl승인2017.10.24 10:53: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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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업 이후 MBC 라디오 청취율이 이전보다 높게 나오면 어떡하지?' 요즘 쓸데없는 걱정이 생겼다. 너나 잘하지 웬 남의 회사 청취율까지 걱정이냐 할 테지만, 음악만 나와서 요즘 MBC 라디오를 듣는다는 이야기가 많이 들리기 때문이다.

이렇게라도 라디오를 듣는 사람들이 더 많아졌으면 하다가도, 이러다 라디오 만드는 사람들 일자리까지 위협받는 게 아닌가하는 불안이 인다. 게다가 AI가 선곡을 하면 나보다 더 잘할 수 있지 않을까라는 좀 더 쓸데없는 걱정까지. AI가 나보다 선곡을 더 잘할 순 있어도, 올 한해 내가 라디오를 통해 청취자들과 만들어낸 일은 할 수 없을 것이다.

▲ 인천: Sound of Incheon' 파트 2

음악은 분명 라디오의 필살기이지만 그렇다고 라디오가 단지 음악만 들려주는 기계는 아니다. 라디오는 음악을 통해 동시대의 기억과 감정을 공유한다. 이런 매체이기에 지금부터 내가 하려는 이야기가 가능했다.

아래 글은 인천이란 공간에서 함께 살아가는 시민들이 라디오 매체를 통해 만들어낸 음반 '인천: Sound of Incheon'이 탄생하게 된 배경이다.

나는 인천이란 도시에 살며 주로 라디오 음악 프로그램을 제작해왔다. 일상을 살아가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어주고, 노래를 들려주는 그런 일이다. 10년 넘게 이런 일을 하다 보니, 음악과 사연을 통해 사람과 공간을 이해하게 되었다. 나의 고향 인천은 거대한 곳이지만 정체성이 약한 곳이다.

근대의 풍경부터 최첨단 건물까지 같은 공간에 여러 시간들이 겹쳐있는 괴상한 도시이기도 하다. 그 시간의 틈 사이에 사람들의 이야기가 담겨 있다. 노래를 통해 인천이란 공간을 담아내면 어떨까하는 생각이 들었다. 구체적인 공간과 생생한 사연이 있다면 공감할 수 있는 좋은 노래가 나올 수 있지 않을까.  

올봄부터 여름까지 라디오를 통해 청취자들의 사연과 가사를 받았다. 인천과 연관 있는 자신의 이야기로 가사를 만드는 작업이었다. 기성 작사가가 출연해 몇 달 동안 작사하는 방법을 라디오를 통해 수업했다.

인천의 여러 공간이 이야기로 풀리길 바랐는데, 결국 추억 속의 공간에 대한 이야기가 많았다. 월미도, 자유공원, 홍예문, 수도국산 등 인천의 오랜 명소들이 가사에 등장했다. 새로운 인천의 공간이 된 송도국제도시와 정말 ‘인천’스러운 부평지하상가 또한 반가운 장소였다.

뮤지션 섭외는 인천을 기반으로 활동하는 팀을 참여시키는 것을 우선으로 삼았다. 그래야 인천이란 공간을 표현하는 것이 좀 쉬울 것 같았다. 이런저런 과정을 지나며 이 앨범에 이름을 올린 뮤지션들에게 노래와 가사가 도착했다. 이중에는 나름의 커리어를 쌓은 팀들도 있지만 팝, 록, 포크, 재즈 등 다양한 장르의 신진 뮤지션이 대다수다. 이들이 세상 어디에도 없는 도시, 인천의 이미지를 새롭고 신선하게 담아주기를 바랐다. 연안부두 같은 인천과 연관 있는 노래에 젊은 뮤지션들이 새로운 호흡을 불어넣었다.

노래에 대한 영상 작업도 이뤄졌다. ‘연안부두-갤럭시 익스프레스’에는 인천의 현대사를 담았고, ‘이별의 인천항-서사무엘’에는 인천의 아름다운 섬이 등장한다. ‘소래포구-이장혁’에는 노래처럼 포근하지만 쓸쓸한 포구의 풍경을 고스란히 담았다. ‘수도국(Water Dept.-9와 숫자들’에서는 월미도, 북성포구, 배다리, 자유공원 등 인천 원도심의 매력을 담았다. ‘부평지하상가-빛과 소음’에는 끝없이 미로처럼 펼쳐지는 '비공인 기네스북 최다 출구' 부평지하상가가 담겨 있다.

이렇게 음악이 탄생했고 음반은 발매되었다. 라디오 청취자들이 직접 쓴 자신들의 이야기가 노래가 되고, 이걸 다시 라디오를 통해 들려줄 수 있어 성패를 떠나 뿌듯한 마음이다. 라디오맨으로 이번 프로젝트에서 내가 원했던 것이기도 했다.

라디오라는 따뜻한 매체를 통해 동시대의 공간을 살고 있는 사람들의 기억과 감정을 노래로 오래오래 담는 것. 그 노래가 인천이라는 독특한 도시 공간에 새로운 이미지를 불어 넣는 것. 그리고 인천 사람들만이 느낄 수 있는 감정을 노래에 담고, 그것이 다른 공간에 살고 있는 이들에게 닿을 것.

듣는 분들의 몫이지만, 우리가 살고 있는 곳을 새롭게 바라볼 수 있는 새로운 시각, 그 시작이 되길 바란다. Radio is A Virus!

 

 

 


안병진 경인방송 PD  webmaster@pdjourna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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