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백부부’ 타임리프가 특별한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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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계의 과거와 현재를 반추하게 하는 '시간여행'

[PD저널=방연주 객원기자] 요즘 드라마에서 ‘시간여행’은 단골 소재다. ‘타임슬립’, ‘타임워프’, ‘타임리프’ 등 ‘시간여행’의 종류도 다양하다. ‘시간여행’을 소재로 한 드라마가 쏟아지면서 일각에선 성공한 소재에 편승한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지만, 방송사들이 유행처럼 번진 ‘시간여행’ 트렌드를 외면하긴 어려워 보인다.

시공간을 초월하는 드라마 속 주인공은 시청자의 상상력을 자극할 뿐만 아니라 드라마 자체로서도 여러 시대의 이야기를 한꺼번에 풀어내며 진부함을 덜 수 있기 때문이다. 오히려 상이한 시대의 이야기를 잘 엮어내면 현실과 판타지를 극대화할 수도 있다.

▲ KBS 2TV <고백부부>

그간 ‘시간여행’을 소재로 한 드라마는 숱하게 방영됐다. 과거와 현재가 뒤섞이는 ‘타임워프’의 대표작으로 tvN<시그널>을 꼽을 수 있다. 현재의 형사와 과거의 형사가 무전기로 교신하며 장기미제사건을 해결하는 내용을 성공적으로 그려내 호평을 받았다.

최근에도 ‘시간여행’이라는 소재는 시청자의 상상력을 자극했다. 죽은 줄로만 알았던 과거의 인기 가수가 24년 만에 현재로 건너오며 벌어지는 일을 그리는 KBS<최고의 한방>, 18세 소년이 갑자기 사라진 뒤 13년 만에 다시 나타나는 SBS <다시 만난 세계>, 그리고 조선시대 의원과 현대의 의사가 400년의 시간을 뛰어넘는 tvN<명불허전> 등이 시간을 건너뛰는 ‘타임리프’를 활용했다.특정 과거를 반복적으로 오가는 ‘타임루프’를 앞세운 tvN<나인: 아홉 번의 시간여행>. 과거로 돌아갈 수 있는 신비의 향 9개를 얻게 된 박선우는 아홉 차례 20년 전으로 돌아가 30분 안에 모든 것을 해결하고 돌아와야 하는 분투를 벌인다.

장르물인 OCN <터널>에서도 1980년대와 현재를 오가며 극적 긴장감을 불어넣었다. 현재 방영 중인 KBS <고백부부>도 ‘타임리프’ 드라마의 연장선이다. 타임리프는 시간(time)과 되돌린다는 뜻을 의미하는 ‘리플라이(reply)’의 합성어다.

거래처 직원의 내연녀를 관리할 정도로 모멸감을 감수하며 버텨내는 제약회사 영업팀장 최반도와 ‘독박육아’에 시달리는 진주가 처한 현실은 ‘만약 그 때로 돌아가서 다시 삶을 산다면’, ‘만약 서로 만나지 않았더라면’이라는 가정법에 흥미를 갖게끔 만든다.

<고백부부>는 38살 동갑내기 앙숙부부 최반도(손호준 분)와 마진주(장나라 분)가 1999년 대학교 신입생 시절로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담아내고 있다. 그간 드라마에서 ‘시간여행’을 소재로 시대와 인물이 어긋나고 충돌하는 지점에서 재미를 이끌어낸 것처럼 <고백부부>도 ‘청춘’을 리와인드(되감기)하면서 누구나 한 번쯤을 꿈꿔볼 만한 판타지를 선사한다.

그러나 <고백부부>가 ‘시간여행’ 드라마 범람 속에서 달리 보이는 이유는 보편적 공감대를 넓히는 정서적 장치로써 ‘시간여행’을 활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사건을 해결하는 수단이라기보다 인물 간 교감을 극대화하는 방식으로 ‘타임리프’를 사용하고 있다.

▲ KBS 2TV <고백부부> 포스터.

특히 예능 드라마의 특성상 재미에만 치우치기 쉬운데 오히려 ‘타임리프’라는 소재를 마중물 삼아 인물의 정서를 풍부하게 표현하며 드라마의 완급을 조절하고 있다. 예컨대 마진주가 신장염을 앓다가 세상을 뜬 엄마와 재회하자마자 엄마의 뒤꽁무니만 졸졸 따라다니는 모습을 그려내 시청자에게 묘한 감동을 선사했다.

최반도와 마진주는 스무살 시절로 타임리프한 뒤 서로 엮이지 않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독박육아’에 지쳐 자존감을 잃은 마진주는 자신의 삶을 되찾고 싶어 하고, 최반도는 소심함 때문에 못 이룬 첫사랑 민서영과 본격적인 ‘연애’를 위해 중년이 가진 ‘연애스킬’을 총동원한다.

이렇듯 이들은 ‘로또’보다 더한 ‘시간여행’으로 미래를 바꿀 수 있을 것만 같지만, 그렇게 지우고 싶었던 ‘현재’가 자꾸만 떠오른다. 마진주는 존재 자체가 사라진 아들 서진이를 그리워하고, 반도 또한 우연히 길가에서 미래의 장인 장모와 마주친 뒤 복잡한 마음을 감추지 못했다.

<고백부부>는 ‘시간여행’에서 어떤 퍼즐을 빼야 좋을 지보다 인생에서 크고 작은 선택의 결과로 엮인 관계의 과거와 현재를 끊임없이 반추하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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