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BS ‘논두렁 시계 보도’ 진상조사위 "국정원 개입 못 밝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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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시 사장 보도국장 조사 거부... "논두렁" 대검 취재원 말만 믿고 보도

[PD저널=김혜인 기자] 국정원 개입 의혹이 제기된 SBS '논두렁 시계' 보도와 관련해 SBS가 자체 진상조사를 벌인 결과 '국정원과의 연관성을 찾지 못했다'고 밝혔다.  

SBS '논두렁 시계' 보도경위 진상조사위원회는 4일 "2009년 5월 13일 SBS <8뉴스> '시계 논두렁에 버렸다' 보도 경위를 조사한 결과 '국가정보원의 개입과 '논두렁 표현에 대한 출처는 확인할 수 없었다"고 조사 결과를 밝혔다. 

진상조사위원회는 강제력이 없는 내부 조사인데다 2009년 국정원으로부터 협조 요청을 받았다는 의혹이 제기된 하금열 당시 SBS 사장이 진상조사를 거부한 탓에 진상규명에 어려움을 겪었다고 전했다.  

SBS노사는 지난 10월 국정원 개혁발전위원회가 '2009년 국정원 요원들이 하금열 당시 SBS 사장과 접촉해 노 전 대통령 수사 상황을 적극 보도해달라고 한 정황이 있다'고 발표하자 지난 11월 2일부터 진상조사위원회를 꾸려 조사에 나섰다.

진상조사위원회는 “8년 전 SBS 보도본부의 내부 정보시스템을 확인하고 외부인 출입기록까지 살펴보는 한편 국정원 개혁위원회와 대검찰청에도 조사 협조를 요청했다”며 “국정원 개혁위와 검찰 모두 기록 열람 등 진상조사위의 활동에 최소한의 협조도 하지 않았으며, 진상 규명의 핵심적 인물들도 조사 자체를 거부했다”라고 밝혔다.

▲ 2009년 5월 13일 SBS 8뉴스 <"시계, 논두렁에 버렸다"> 보도 ⓒSBS보도화면 장면 갈무리

조사는 당시 '논두렁 시계'를 보도한 취재기자와 법조팀장, 사회2부장 등을 면담하는 방식으로 이뤄졌다. 

진상조사 결과보고서에 따르면 취재기자는 “2009년 KBS 뉴스9 <회갑 선물로 부부가 억대 시계> 보도에 나온 ‘명품시계’에 대해 중수부 관계자에게 문의한 결과 이 관계자는 '노 전 대통령이 집사람이 갖고 있다가 봉화마을 논두렁에 버렸다고 한다'고 했다“고 진술했다. 

이 기자는 "대검 중수부 관계자는 평소 3년째 알아왔던 관계로 5월 13일 ‘논두렁에 시계를 버렸다’고 노무현 전 대통령이 진술했다는 말을 신뢰했다"고 국정원 개입 의혹을 부인했다. 보도에 관여한 관계자들도 일관되게 국정원과 윗선의 개입은 없었다고 진술했다고 진상조사위원회는 전했다. 

하지만 노 전 대통령이 직접 '논두렁'이라는 표현을 했는지 추가 확인하는 절차는 없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SBS 다른 법조팀 기자들이 대검 취재원에게 해당 내용이 있었는지 묻는 수준이었다.    

‘논두렁’이란 단어를 언급해 관련 기사를 쓴 타 언론사도 마찬가지였다. SBS 보도 이후 '논두렁 시계' 보도를 한 1명은 “검찰이 기사 내용을 부인하지 않아 그대로 썼다”고 밝혔고 2명은 “확인이 잘 되지 않아 맞을 것으로 보고 썼다”고 말했다.

진상조사위원으로 참여한 김동준 공공미디어연구소장은 “조사위에 참여하며 놀랐던 점은 기자로서 노 대통령의 발언 검증을 더욱 더 면밀하게 하지 않았냐는 점이었다”며 “타 언론사들도 검증 없이 가져다 썼다는 점에 놀랐고 한편으로는 실망스럽기도 했다. 앞으로 요구할 수 있는 건 기자들의 취재에 검증과정을 조금 더 명확하게 해달라는 것뿐이다”라며 아쉬움을 내비쳤다.

하금열 당시 SBS 사장과 최금락 당시 보도국장은 진상조사위원회와의 면담을 거부했다. 

하금열 당시 사장은 진상조사위원회에 문자메시지를 통해 “우리 기자의 취재 윤리와 양식을 믿는다. 논두렁 시계라는 말 자체를 방송이 나간 뒤에야 처음으로 듣고 알았다”는 입장을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금열 당시 사장은 SBS '논두렁 시계' 보도 2년 뒤 MB정부에서 대통령실장을, 최금락 당시 보도국장은 MB정부 청와대 홍보수석비서관을 지낸 바 있다. 

2009년 5월 13일 SBS 8뉴스는 <시계, 논두렁에 버렸다>에서 “노무현 전 대통령은 박연차 회장이 건넨 명품시계를 어떻게 처리했는지 질문받았다”며 “노 전 대통령은 권 여사가 몰래 받았다가 박연차 회장이 수사를 받자 봉화마을 논두렁에 버렸다고 진술했다고 검찰이 밝혔다”고 보도했다.

보도 열흘 뒤 노 전 대통령이 서거하자 '받아쓰기', '망신주기' 보도가 노 전 대통령을 벼랑으로 몰았다는 비판 여론이 들끓었다.     

언론노조 SBS본부는 이번 진상조사 결과에 대해 "이번 보고서만으로 '논두렁 시계' 보도를 둘러싼 의혹이 해소될 것이라고 보지 않는다"며 "국정원 개입 의혹을 명백히 가려내기 위해서는 핵심 관계자인 하금열 전 사장과 최금락 전 보도국장, 이인규 전 중수부장 등에 대한 조사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수사기관의 적극적인 수사를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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