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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냥 사랑하는 사이', 트라우마를 다독이는 멜로

'그냥 살아가게 해달라는 청춘의 소리없는 절규' 정덕현 대중문화평론가l승인2017.12.19 13:45: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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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D저널=정덕현 대중문화평론가] 우리에게 세월호 참사는 결코 잊히지 않고 잊을 수도 없으며 또 잊어서도 안 되는 일로 기억된다. 3년여의 시간이 흘렀지만 그 상처가 남긴 흔적들은 여전히 우리의 머릿속에서 소용돌이친다. 어찌 보면 이 비극적인 사건은 지금의 현대사 흐름을 바꿔놓은 중대한 계기가 됐다.

돌아보면 대통령 탄핵과 새 정부의 탄생 그리고 적폐 청산의 목소리가 이처럼 커지면서 새로운 시대에 대해 요청하고 있는 건, 우리네 비틀어진 근대사의 문제들을 압축시켜놓은 듯한 세월호 참사라는 비극이 그 변화의 촉발점으로 끊임없이 되살아났기 때문이다. 

당대의 시대 정서와 무관할 수 없는 드라마가 세월호가 남긴 상처를 외면할 수 없었던 것도 마찬가지다. 세월호 참사 이후 드라마들은 직접적이지는 않아도 그 상처의 흔적들을 저마다의 방식으로 담아내곤 했다. 세월호 2주기 즈음에 나왔던 tvN <기억>은 잊지 말아야할 사건을 스스로 외면한 자가 겪어야 할 문제들을 드러냄으로써, 세월호 참사를 기억의 수면 위로 계속 떠올려야 하는 이유를 제시한 바 있다.

tvN<시그널> 역시 잊히고 지워진 미제사건을 포기하지 말라는 메시지와 함께 과거를 바꿔 현재를 바꾸려는 안간힘을 판타지로 담았다. 이 드라마가 드러낸 죄책감과 부채감은 고스란히 세월호 참사로 인해 끄집어내졌던 그 감정들을 다시금 떠올리게 했다.

2016년 방영된 JTBC<청춘시대>에서도 침몰하는 배에서 살아남은 인물이 겪는 죄책감을 담아냄으로써 세월호의 이미지를 드리웠고, OCN<터널>은 여전히 돌아오지 못한 이들에 대한 헌사를 담아냈다.

지금 방영되고 있는 JTBC <그냥 사랑하는 사이>는 이러한 세월호 참사의 아픈 기억이 지금도 현재진행형이라는 걸 드러내주는 작품이다. 그래도 어느 정도 시간이 흘러서인지 이 드라마는 보다 본격적인 방식으로 참사의 기억을 그려낸다.

쇼핑몰 붕괴 사고로 매몰됐다 구출된 남녀가 그 상처와 트라우마 속에서 만나 사랑을 하게 되는 이야기. 청춘 멜로라는 장르의 틀을 갖고 있지만 이 엄청난 트라우마가 밑그림으로 제시되어 있는 작품이라 그저 달달한 멜로 같은 건 애초부터 제시되어 있지 않다.

▲ JTBC <그냥 사랑하는 사이> ⓒJTBC

사고 현장에서 동생을 잃고 혼자 살아남아 그 보상금으로 지은 목욕탕을 운영하며 하루하루를 버텨내는 문수(원진아). 그가 건축사무소의 모델을 만들어가며 살아가는 건 그 트라우마 때문이다. 안전한 건물에 대한 강박이 보다 정교한 건물 모델을 만드는 이유가 되고, 그것 때문에 그는 과거 무너진 건물터에 새로 건물을 지으려는 서주원(이기우)의 건축사무소에 합류하게 된다.

서주원은 그 쇼핑몰 붕괴의 모든 책임을 떠안았던 건축설계사의 아들. 그는 아버지가 무고하다는 걸 증명하기 위해 똑같은 설계도로 건물을 지어 그것이 안전하다는 걸 보여주려 한다.

한편 사고 후유증으로 진통제를 달고 사며 건설 현장을 전전하는 강두(이준호)는 바로 그 사고의 트라우마 때문에 자꾸만 문수와 관계를 맺게 된다. 밀실에 대한 공포증이 있어 엘리베이터를 타지 못하는 문수가 비상계단으로 16층을 오를 때 그 계단에서 강두는 그를 만난다.

깡패들에게 맞아 골목길에 널브러져 있는 강두를 문수는 외면하지 못하고 도와준다. 사고로 인해 가졌던 공통된 트라우마는 두 사람을 엮어주는 힘으로 작용한다.

<그냥 사랑하는 사이>는 그래서 세월호 그 후 멜로가 그 참사에 대해 던지는 작은 위로처럼 보인다. 그것은 청춘 남녀의 사랑이야기지만, 그저 평범할 수는 없는 사랑이야기가 된다. 그것은 특별한 사랑이기 때문이 아니라, 그 평범함조차 얻기 힘든 아픈 상처가 겨우 겨우 그 평범한 사랑을 얻어가는 과정을 담기 때문이다.

그들이 원하는 건 ‘그냥 사랑하는 것’ 뿐이다. 하지만 참사의 트라우마는 그것을 쉽게 허락하지 않는다. 거기에는 세월호 참사를 겪으며 대중들이 갖게 된 탄식 같은 것이 담겨있다. 언제 우리가 대단한 걸 원했던가. 그냥 살아가게 해달라는 것이었을 뿐. 그냥 사랑하며 살게 해달라는 것이었을 뿐이다. 


정덕현 대중문화평론가  webmaster@pdjourna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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