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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유기' 추락 스태프, 부당한 지시 거부할 수 없었다"

정부 외주제작 대책 비웃듯 "'갑질 관행' 여전" 증언 잇따라... '제작 중단·책임 규명' 요구 거세 김혜인 기자l승인2017.12.27 16:48: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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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D저널=김혜인 기자] 지난 23일 첫 방송을 앞두고 tvN <화유기> 촬영 현장에서 벌어진 스태프 추락 사고가 제작사의 무리한 업무 지시에서 비롯됐다는 주장이 나왔다. 

사고를 당한 MBC아트 소속 스태프가 제작사의 지시로 새벽시간에 부실한 세트 위에서 작업을 하다 추락했다는 증언이 속속 나오면서 드라마 중단 요구까지 제기되고 있다. 

MBC아트 미술팀 소속으로 <화유기> 미술작업을 담당했던 A씨는 지난 23일 새벽 1시경에 용인 <화유기> 세트장에서 조명을 달다가 3m 이상 높이에서 떨어져 허리뼈와 골반뼈를 크게 다쳤다.  

병원으로 옮겨져 지난 26일 5시간에 걸친 수술을 받은 A씨는 '하반신 신경이 마비되어 회복이 어렵다'는 담당 의사의 소견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사고를 두고 제작사의 '갑질' 행태 등 고질적인 드라마의 제작 관행이 초래한 것이라는 분석이 대체적이다.  

MBC아트에 따르면 해당 스태프가 받은 업무는 애초 도면에 없던 것으로 <화유기> 제작사인 JS픽쳐스 미술감독의 지시에 따른 것이었다. MBC 아트 측 관계자는 <PD저널>과의 통화에서 “사고를 당한 스태프와 동료들이 급한 일 아니니 내일 하면 안되냐고 했더니 미술감독이 '지금 하라'고 지시했고 용역 업체의 입장에서 어쩔 수 없이 작업하다가 발생한 사고”라고 주장했다.

▲ 23일 새벽1시 MBC 아트 스태프가 조명을 설치하기 위해 매달렸던 사고현장 ⓒMBC 아트 제공

해당 스태프가 조명을 달기 위해 체중을 실은 세트도 부실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무대 세트는 A씨가 소속된 업체가 아닌 다른 업체가 제작한 것으로 알려졌다. '쪼개기 계약'으로 비용을 절감하는 건 드라마 시장에서 흔히 볼수 있는 계약 방식이다. 

MBC아트 측 관계자는 “스태프가 작업을 위해 매달린 세트 지붕을 아주 부실한 시프러스 자재를 썼다"며 "비용 절감을 위해 생명 위협을 무릅쓰고 사용한 것”이라고 말했다.

사고 이후 대응도 피해자측은 문제를 삼고 있다. MBC 아트 측은 "26일 사고를 보도한 기사가 나오기 전까지 (제작사 측에서) 만나자는 연락이 없었다. 기사가 나온 후 갑자기 27일 아침 10시에 만나자고 했다"고 말했다.

김종찬 전국언론노조 MBC아트지부 위원장은 “스태프가 의식을 잃고 피를 흘리는 사고를 당했음에도 불구하고 다음날 MBC 아트 직원은 다른 이로 대체된 채로 촬영이 계속 진행됐다”고 말했다.

이는 <화유기>를 방송하고 있는 CJ E&M과 해당 미술감독의 입장과는 상반되는 대목이다.  

앞서 26일 tvN은 사과문을 통해 “'화유기' 제작진은 사고 발생 당시부터 상황의 심각성을 인지하고, 해당 스태프 분의 가족 측과 꾸준히 치료 경과에 대해 논의하고 있다"며 "23일 새벽 2시경, 다음날 촬영 준비를 위한 과정에서 발생한 이번 사고 직후부터 제작 책임자가 스태프 분의 응급실 이동과 초기 진료 과정까지 함께 하였으며, 지속적으로 상호 연락을 취해왔다”고 밝혔다.

 <화유기> 미술감독도 <pd저널>과의 통화에서 “틀림없는 사실은 강제로 지시할 수 있는 구조가 아니었다"며 "협업하는 파트에선 (일방적으로 업무 지시를) 그렇게  할 수 없다”고 해명했다.

피해 스태프 가족들은 "사고가 발생시 현장을 수습한 후에는 문자를 보낼 뿐 공식적인 사과는 하지 않은 채 과도한 업무지시에 대해 부정하고 있다"며 JS픽쳐스 측과 미술감독을 업무과실치상으로 고소하겠다는 입장이다. 이와 별도로 MBC아트 관계자들은 JS 픽쳐스, 미술감독, 세트 제작 업체 등을 부당업무 지시로 형사고발했다.  

MBC 아트는 27일 JS픽쳐스 측과 만나 △피해자에 대한 공식 사과와 즉각적인 피해구제 △피해자와 가족에 대한 배려 △산업재해보상법에 따라 재해보상 처리 △보상법에 따른 처리와 별도의 피해보상 △용역 계약 해지 등이 담긴 요구사항을 전달했다. 

▲ tvN<화유기> 포스터 ⓒCJ E&M제공

방송 2회만에 악재가 겹친 CJ E&M은 정상 방송 의지를 밝히고 있지만 여론은 더욱 나빠지고 있다. 

이번 일은 CJ E&M이 <혼술남녀> 이한빛 PD사망사건을 계기로 근로환경 개선을 약속한 지 6개월이 지나지 않아 발생한 것이다. 

정부가 5개 부처가 합동으로 외주제작 관행 개선대책을 내놓은지 일주일도 되지 않아 벌어진 일이기도 하다. 

한 드라마제작사 관계자는 “결국 제작비 문제인데, 하루라도 촬영이 지연되면 제작비가 더 들기 때문에 제작 시간과 비용에 쫓길 수밖에 없다”며 “드라마는 영화보다 예산을 적게 측정하면서 동일한 퀄리티를 원하니 결국 외주제작사는 여기에 맞출 수밖에 없어 문제가 계속 반복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언론노조는 27일 성명을 내고 드라마 제작 중단과 함께 관계 부처에 철저한 진상 조사, 책임 규명을 촉구했다. 언론노조는 "인권과 노동에 대한 존중이 없는 제작 현장은 어떤 성과로도 면죄부를 받을 수 없다"며 "<화유기> 제작 중지는 결코 무리한 요구가 아니다. 시청자들이 이런 사고를 잊고 <화유기>에 열광할 리 만무하다"고 강조했다. 

아직까지 CJ E&M 측은 방송 중단 여부와 관련해 확실한 입장을 밝히지 않고 있다. CJ E&M은 방송사고 이후 오는 31일 방송 예정이던 4회를 한주 미뤄 1월 6일 방송한다고 밝혔다. 


김혜인 기자  key_main@pdjourna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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