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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과 함께', 성공한 한국형 판타지

신지혜 시네마토커(CBS-FM <신지혜의 영화음악> 제작 및 진행l승인2018.01.26 16:55: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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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D저널=신지혜 시네마토커(CBS<신지혜의 영화음악>진행) "김자홍씨께서는 오늘 예정대로 무사히 사망하셨습니다." 이게 도대체 무슨 말인가. 무사하다는 것과 사망이라는 단어가 충돌하면서 순간적으로 상황판단을 하지 못하게 만든다. 게다가 귀여운 얼굴에 밝은 표정과 맑은 음성을 가진 여자의 입을 통해 이런 말이 흘러나오니 당사자인 김자홍은 얼떨떨할 수밖에 없다.

여자는 덕춘. 그리고 그녀와 같이 김자홍을 맞으러 나온 남자는 혜원맥. 그들은 죽은 자를 인도하는 저승사자들이다. 이 둘 외에 또 한 남자 강림까지 셋은 삼차사로 앞으로 49일간 펼쳐질 7번의 재판에서 변호를 도맡아줄 존재들이다.

덕춘은 김자홍을 유독 반가워한다. 그가 19년 만에 나타난 '귀인'이기 때문이란다. 소방관으로 일하면서 자신의 목숨을 담보로 다른 사람들의 생명을 구하고 착한 일을 많이 했기 때문에 7번의 재판쯤은 쉽게 통과할 거라며 덕춘은 기뻐한다. 그리고 자홍 같은 귀인들을 정해진 횟수만큼 인도하면 자신들, 삼차사도 곧 환생이 될 거라며 기대에 찬 눈으로 자홍을 바라본다.

하지만 재판이 진행되면서 삼차사는 물론 자홍조차 생각하지 못했던 자홍의 과거가 하나씩 드러나고 예상하지 못한 난관에 부딪힌다. 게다가 자홍의 동생이 원귀가 되어 공격해오는 바람에 자홍을 변호하는 삼차사도 곤경에 빠진다.

▲ 영화 <신과 함께> 스틸컷

저승사자. 한국인에게는 익숙한 이름이지만 곰곰 생각해보면 그 이름은 결코 썩 친숙하거나 익숙하지 않다. 가끔씩 드라마나 영화에 등장할 정도이고 어릴 적 할머니에게서 듣던 옛날 이야기 속에나 등장하는 존재 정도일까.

문화콘텐츠로 다루기에 나쁘지 않은 존재인데도 의외로 저승사자에 관한 스토리를 찾아보기 어렵다. 예전에 보았던, 괴담을 다룬 드라마에서나 나오던 존재로 망자를 인도한다는 설정 자체가 거부감을 주기에 충분하다, 핏기없는 얼굴에 거무죽죽한 입술을 가지고 눈매가 날카로운 인상을 가진 존재. 상상속의 저승사자는 그 정도였을 것이다.

이야기를 다루는 방식과 이야기의 소재가 예전에 비해 상당히 다양해진 요즘, 그래서 주호민 작가의 웹툰 <신과 함께>는 독자들의 큰 반응을 이끌어낸 작품이다. 웹툰을 거의 보지 않는 나같은 경우도 제목과 내용 정도는 들어본 정도이니 웹툰을 잘 아는 사람들, 유명작가의 작품을 챙겨읽는 사람들에게 이 작품은 이미 인지도를 가지고 있었다.

바로 그 웹툰을 영화로 만든 것이 <신과 함께>. 원작을 아끼는 독자들 중에는 우려하는 사람들이 많았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만화, 소설, 애니메이션, 웹툰 등의 작품은 일단 내러티브가 탄탄하고 사람들의 관심과 완성도가 높은 작품이 많기 때문에 일면 당연히 영화로 만들고 싶은 마음이 생긴다.

반면 내용을 담는 그릇 자체가 완전히 달라지기 때문에 그만큼 각색과 재해석을 잘 해야 한다.. 그래서 엄청난 사랑을 받은 원작일수록 영화화했을 때 기대치가 낮아지거나 영화가 개봉된 뒤 원작만 못하다는 이야기를 듣기 일쑤다.

하지만 어떤 원작이건 영화로 만들어졌을 때 관객들이 취해야 할 태도는 영화는 영화로 보아야 한다는 것이다. 영화적 완성도가 떨어진다거나 원작의 방대한 이야기를 담는 과정에서 이것저것 버리고 쳐내지 못해 갈팡질팡한다거나 내러티브가 약해서 도무지 몰입할 수 없다거나 하는 비판은 어쩌면 당연하다.

하지만 원작의 분위기나 핵심을 잘 잡아서 각색을 잘했는지는 보지 않고 원작의 주인공과 (외적) 싱크로율이 떨어진다는 둥 원작의 이 에피소드가 재미있는데 빠졌다는 둥의 이야기로 비판을 하는 것은 사실 이해는 가지만 동의는 되지 않는다.

<신과 함께 – 죄와 벌>의 경우는 김용화 감독의 각색이 돋보인다. 사실 이 작품이 영화로 만들어진다고 했을 때 개인적으로 감독이 김용화였기에 어느 정도는 관객들의 기대에 부응할 수 있으리라 생각했던 것이 사실이다.

김용화 감독은 이미 전작들에서 기가 막힌 각색 실력을 보여줬다. <미녀는 괴로워>, <미스터고> 등은 알다시피 만화를 원작으로 하고 있는데 등장인물의 캐릭터와 에피소드 그리고 영화의 전체적 흐름을 썩 매끈하고 몰입도 높게 잘 잡아내 많은 관객들이 좋아했던 영화로 만들지 않았던가.

역시나 감독은 이번 작품에서도 원작의 핵심을 잘 잡아내 영화로 만들었을 때 관객들에게 어떤 부분이 감정이입이 될 수 있는지, 어떤 부분이 가깝게 다가갈 수 있을지 영리하게 빚어냈다.

이 영화를 보면서 생각한 것은 OSMU이다. 요즘에는 그 뜻을 모르는 사람이 없고 누구나 일상적으로 쓰는 용어이지만 실제로 이것만큼 어려운 것이 없다. 단순히 하나의 소스를 단순히 서너가지로 복사한다는 의미가 아니다. 다른 장르, 다른 매체, 다른 플랫폼으로 넘어갈 때 각각의 특성에 맞게 콘텐츠를 재해석하고, 모양을 새로 잡아야 하는 작업이다.

개인적으로 선호하는 판타지 장르가 유독 한국에서는 관심을 받기 어렵기 때문에 이 영화가 과연 얼마나 관객들을 끌어들일 수 있을지 궁금했는데, 예상을 훌쩍 뛰어넘은 스코어로 놀라게 했다. 관객들은 어떤 부분에서 이 영화에 끌렸을까.

아무래도 판타지라는 장르보다는 (감독이 잘 정리해 놓은) 가족과 친구, 지인, 개인의 이야기가 부담없이 감동이라는 코드로 다가갔기 때문이 아닌가 싶다.

어쨌든 여러가지 면에서 흥미로운 영화였는데 이 영화가 시사하는 바는 각각의 플랫폼에 맞는 콘텐츠의 제작이라는 것과 대중의 입맛을 어느 정도 고려해서 콘텐츠를 제작해야 하는가 하는 방송인들의 기본적인 고민과 맞닿아있는 것이 아닐까 싶다.

1편 <신과 함께 – 죄와 벌>에 이어 곧 2편이 개봉된다. 이 분위기를 이어갈 수 있을지 기대해본다. 


신지혜 시네마토커(CBS-FM <신지혜의 영화음악> 제작 및 진행  webmaster@pdjourna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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