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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지혜의 영화음악' 20주년, 청취자들이 만들어줬죠"

[인터뷰] 20주년 맞은 신지혜 CBS 아나운서, "아지트같은 편안한 시간됐으면" 구보라 기자l승인2018.02.05 16:3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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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지혜의 영화음악 

[PD저널=구보라 기자] “우리의 20주년을 기념하며, 청취자 여러분 감사합니다. 딱 오늘이에요. 신지혜의 영화음악이라는 이름으로 1998년 2월 2일 첫 방송을 했는데, 엄청나게 떨렸던 기억이 나요. 오늘도 떨리네요. 청취자 여러분들께서 언제나 이 시간 기다려주시고, 따뜻하고 행복한 마음으로 들어주셔서 오늘 같은 시간이 온 게 아닐까 싶어요.” (2월 3일, <신지혜의 영화음악> 오프닝멘트 중)

지난 3일, CBS 음악 FM <신지혜의 영화음악>(93.9MHz)이 20주년을 맞았다. <신지혜의 영화음악>(제작·진행 신지혜/ 작가 천진란, 이하 <신영음>)은 1998년 2월 2일 첫방송을 시작한 이후, 20년 동안 청취자들과 만났다.

그동안 <신영음>을 지키며 수많은 영화음악을 전했던 신지혜 아나운서는 중학교 2학년, TV를 통해 서부극 <석양의 무법자>를 본 이후로 영화에 푹 빠져버린 씨네필이다. 1994년 CBS의 아나운서로 입사한 그는, 1996년 <FM 매거진>이라는 프로그램에서 일주일에 한 번씩 영화를 소개했다. 영화를 좋아한다는 사실을 알던 선배의 제안 덕분이었다. 그리고 1998년 2월 2일, 자신의 이름을 건 <신지혜의 영화음악>을 진행하기 시작했다. 그때부터 지금까지 신지혜 아나운서의 목표는 “좋은 영화음악을 널리 알려서 같이 듣자”다.

“영화 사운드트랙 중에서도 많이 알려지지 않았지만 좋은 곡, 스코어곡이 있어요. ‘신지혜가 오늘 발동이 걸리네’하는 날이 있어요. 그런 날은 ‘오늘은 이 곡이야’라는 생각으로 조금 마니아스러운 노래를 준비하는 거죠. 예를 들면. 잘 알려지지 않았던 지브리 OST, 어렵게 구한 <러브레터> OST, 기타노 다케시의 <소나티네> OST 등을 트는거에요. 그걸 들은 사람들은 마치 ‘암호’처럼 ‘어 이 음악은?’하며 신영음으로 모여들었어요. 잘 알려지지 않았지만 좋은 곡들을 틀면 청취자들이 다시 신청하곤 했어요.”

지난달 31일 만난 신지혜 아나운서는 “처음에 <신영음>을 맡았을 때, 누군가 제게 ‘앞으로 20년을 진행해’라고 했다면 너무 멀게만 느껴졌을 거다. 매번 봄, 가을 개편을 지나면서 ‘이번에도 지나갔네’라고 생각하고, 그때그때 새로운 일들을 시도하다 보니 20주년이 됐다”고 20주년을 맞은 소감을 말했다.

신지혜 아나운서는 지난 2014년 건강상 이유로 반년 가까이 프로그램을 떠나 있었다. “그 이후는 보너스라고 생각했다"는 그는 그래선지 "20년을 채우면 좋겠다는 기대를 하지도 못 했다”고 소회를 밝혔다.

▲ <신영음>은 지난 3일에는 20주년 기념으로 청취자 40명을 초대해 오픈스튜디오를 진행하기도 했다.ⓒ신지혜의 영화음악 
▲ 지난 2일과 3일, 신지혜의 영화음악으로 보내온 청취자들의 문자 화면캡처 

신지혜 아나운서는 <신영음> 20년의 원동력을 묻는 질문에 “청취자”라고 답하며 “청취자들이 마음으로 이 시간을 만들어줬다”고 했다.

얼마전부터 <신영음> 신청곡 게시판에는 20주년을 축하하는 글이 가득했다.

"회사에서 일에 치이며 지내던 시간, 몰래몰래 팩스로 참여하던 20여 년 전부터 시작해 기나긴 CBS 파업의 순간에도 하루하루 기다리며 애가 탔고, 부족한 손을 보태어 신영음 가족들과 직접 함께 만들었던 멋진 영화제는 아직도 감동으로 남아있지요. 멀리 외국에 있을 때도 방송 챙겨 들으며 그리움에 잠겼던 순간도 생각나네요. 20년 동안 함께 해서 정말 행복했습니다.” (<신영음> 게시판 글 중에서> 

20주년을 일주일 앞두고선 영화감독 이준익, 임순례, 배우 김석훈, 영화음악감독 조성우 등 영화인들이 축하의 인사를 건넸다. 장현성 배우는 “배우이기도 하지만 한 사람의 애청자로서 매일 오전 11시에 친구처럼 만나고 있다. 좋은 이야기를 좋은 목소리, 음악과 함께 들을 수 있어 활력소이자 위로가 된다. 앞으로도 20년 동안 같이 할 수 있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전하기도 했다.

지난 2일에는 20주년 기념으로 청취자 40명을 초대해 오픈스튜디오를 진행하기도 했다. 오는 12일에는 <신영음> 20주년을 기념해 영화 <셰이프 오브 워터: 사랑의 모양> 시사회도 연다. 오는 7일까지 <신영음> 홈페이지를 통해 신청이 가능하다. 또 이달내로 신지혜 아나운서와 천진란 작가와 함께 쓴 <신영음> 20주년 기념 책도 나올 예정이다.

신지혜 아나운서에게 <신영음>이 청취자들에게 어떻게 다가가길 바라는지 물었다. 그는 “바라는 점은 딱 하나”라고 말했다.

“‘창 안으로 들어오는 햇빛, 차 한잔 그리고 <신영음>. 세상 더 바랄 게 없네요.’ 오늘 청취자가 이렇게 사연을 보내왔어요. 이걸 보니, 제가 원하는 게 바로 이거다 싶더라구요. <호밀밭의 파수꾼> 같은 느낌이랄까요. 이 시간이 이 방송을 듣는 사람들에게 아지트같이 편안하고 아늑한 시간이었으면 좋겠어요. 잠시 숨어 영화음악으로 숨 쉴 수 있는 시간이요. 저 자신에게도 너무나도 필요한 시간이고 공간이에요.”

20년 동안 그래왔듯이, 내일도 <신영음>은 오전 11시, 영화음악으로 청취자들을 찾아간다. 


구보라 기자  9bora@pdjourna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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