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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짜뉴스’와 ‘진짜뉴스’의 경계

언론 신뢰 하락에 오보까지 가짜뉴스로 둔갑...확산 방지 대책 나와야 김창룡 인제대 신문방송학과 교수l승인2018.02.05 18:22: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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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달 29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국회 정론관에서 더불어민주당 가짜뉴스법률대책단의 조용익 단장이 인터넷 상 가짜뉴스 유포 및 명예훼손 고소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뉴시스

[PD저널= 김창룡 인제대 신문방송학과 교수] ‘가짜뉴스’의 홍수시대를 맞아 문재인 정부는 물론 여야가 모처럼 한목소리로 ‘가짜뉴스 퇴치’를 주장하고 있다. 여론을 왜곡하는 ‘가짜뉴스’를 과연 없앨 수 있을까.

먼저, 가짜뉴스(fake news)는 형식만 뉴스일 뿐 애초부터 허위임을 알고 만든다는 점에서 오보와는 구분된다. 오보는 뉴스를 취재, 보도하는 과정에서 일부 혹은 전부가 틀리거나 축소, 확대, 왜곡한 보도를 일컫는다. 가짜뉴스는 대체로 누가 만들었는지 알 수 없다는 게 특징이다.

가짜뉴스는 외형상 매우 그럴듯한 언론사의 이름으로 포장하거나 사진까지 도용・조작해 진짜뉴스처럼 보이도록 만든다. 출처와 작성자가 불분명하지만 가짜뉴스의 목적은 분명하다. 의도한 방향으로 여론을 이끌어가기 위한 것이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2018년 신년사에서 "자유민주주의를 위협하는 가짜뉴스를 막을 법률을 내놓겠다"고 말할 정도로 가짜뉴스는 세계적으로 여론정치의 적으로 간주되고 있다.

지난해 대표적 가짜뉴스로 꼽힌 최순실 게이트 ‘태블릿 PC 조작설’은 애초부터 의문투성였다. 검찰이 수사를 했고, 국립과학수사연구소까지 검증한 최순실 태블릿 PC를 2012년 박근혜 대선 캠프에서 일했다는 신혜원 씨가 국회 정론관에서 ‘양심선언’ 형식으로 기자회견을 하면서 가짜뉴스를 만들었다.

신 씨의 황당한 주장을 '양심선언'이란 제목으로 여러 언론에서 보도했다. 거짓 주장이 언론과 합작하면서 ‘가짜뉴스’가 ‘진짜뉴스’로 둔갑한 셈이다. 진짜뉴스가 된 가짜는 블로그와 트위트 등을 통해 더욱 확산된다.

당시 신동욱 공화당 총재는 자신의 트위터를 통해 "신혜원 'JTBC 태블릿PC 양심선언' 기자회견, 충격·경악·조작·거짓·절도"라며 "손석희 완전범죄 실패한 꼴이고 구속수사 정답 꼴이다. 누가 의도적으로 조작한 꼴이고 그림파일 글자수정 말도 안되는 꼴이다. 사실이면 내란죄 꼴이고 관련자 여적죄로 처벌하라"고 적었다.

▲ 자유한국당 홍준표 대표가 2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제4회의장에서 열린 제2차 상임전국위원회에 참석한 모습.ⓒ뉴시스

가짜뉴스의 정의가 모호해면서 불리한 뉴스와 오보가 가짜뉴스로 둔갑하는 사례도 빈번하다.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는 최근 MBN이 '홍준표 대표로부터 성희롱을 당했다'는 류여해 전 최고위원 주장을 보도하자 "가짜 뉴스와의 전쟁을 선포한다"며 MBN을 상대로 당사 출입금지는 물론 취재 및 시청거부라는 이례적인 조치를 취했다.

MBN이 처음부터 어떤 의도를 가지고 보도를 했는지, 성희롱을 당했다는 주장에 대한 진실의 결과는 아직 나오지 않았다. 이런 상황에서 언론피해구제를 받기 위해 법적조치를 취하는 것도 부족해 제1야당 대표가 당 출입기자를 쫒아내고 취재를 전면거부하는 것에 대해 언론자유 침해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공당의 대표가 언론피해구제제도를 활용하는 단계를 넘어 특정 언론사의 취재 자체를 거부하는 건 언론자유에 대한 위협이다. 당 대표에게 특정 언론사를 거부 혹은 부정할 권한이 주어졌다고 생각한다면 오산이다. 더구나 대표는 뉴스의 이해당사자이기 때문에 진위 여부를 최종 판단할 입장에 있지도 않다. 취재가 부실했거나 보도에 문제가 있다면 법적, 제도적 장치를 이용해야 한다.

법적 장치가 미비하다면 법 개정을 통해 언론피해구제제도를 손질하면 된다. 논란이 있는 뉴스 때문에 기자를 쫓아내고 취재를 거부하는 게 가짜뉴스와의 전쟁이 아니다. 헌법이 보장한 언론자유를 가짜뉴스로 포장해 공박하는 것이다.

▲ 더불어민주당이 공식 홈페이지에 설치한 '가짜뉴스신고센터'에 사실 왜곡 또는 비방글에 대한 신고 건수가 개설 3일 만에 1천여건이 넘어섰다. ⓒ더불어민주당 홈페이지

더불어민주당 공식 홈페이지에 설치돼 있는 '가짜뉴스신고센터'에 사실 왜곡 또는 비방글에 대한 신고 건수가 개설 3일 만에 1천여건이 넘어섰다고 한다. 보도에 따르면, 신고된 내용은 전·현직 대통령에 대한 비방글, 정부 정책에 대한 사실‧왜곡‧가짜뉴스 등이 주를 이뤘다고 한다. 가짜뉴스와 오보가 혼재돼 있는 모습이다. 왜 오보나 불리한 뉴스까지 가짜뉴스로 매도하게 된 것일까. 

국내 언론의 신뢰도가 크게 떨어졌기 때문이다. 이명박 박근혜 정부를 거치며 ‘기자는 기레기로 전락했다’는 자조가 나올 정도다. 미국의 여론조사기관 퓨리서치센터는 작년 미국·일본·러시아·캐나다·필리핀 등 38개국의 시민을 대상으로 언론 신뢰도를 조사해 최근 공개했다. 설문 참가자가 '언론이 정치 보도를 공정하게 잘한다'고 답한 비율을 보면 한국은 27%로 38개국 중 37위였다. 꼴찌는 그리스(18%)였다.

언론의 신뢰 하락이 가짜뉴스에 대한 수요를 조성한 셈이다. 이럴 때일수록 더욱 가짜뉴스를 차단하고 언론 신뢰도를 높일 대책이 나와야 한다.

방송통신위원회의 2018년 업무보고에는 가짜뉴스 관련 가이드라인 마련이나 신고 활성화와 같은 자율 규제가 포함됐다. 하지만 `논란 표시` 부착이나 가짜뉴스에 대한 광고수익 배분 제한 등과 같은 정책 방안은 사안의 심각성에 비춰 한가롭게 느껴질 정도다.

독일은 새해부터 페이스북, 트위터 등 SNS 업체가 가짜뉴스를 발견하고도 24시간 내에 삭제하지 않으면 최대 5000만 유로(약 660억원)의 벌금을 물리기로 했다. 콘텐츠 유포자뿐 아니라 가짜뉴스 확산에 통로를 제공한 플랫폼까지 처벌하자 구글, 페이스북, 트위터 등 세계적인 온라인 플랫폼들도 최근 `신뢰 프로젝트`를 가동하고 가짜뉴스 퇴치에 동참하고 있다.

국내에서도 포털 사이트와 온라인 플랫폼 역할을 하는 카카오톡, 페이스북 등에 대해 가짜뉴스 판별과 24시간 이내 삭제나 배포를 금지할 수 있도록 실질적 대안과 제도를 마련해야 한다.  


김창룡 인제대 신문방송학과 교수  webmaster@pdjourna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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