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브', 촛불광장 경찰 눈빛에서 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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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희경 작가 신작 제작발표회..."세상 바꾸는 것은 다수의 시민들"

▲ tvN <라이브>의 주요 출연진. 왼쪽부터 이광수, 정유미, 배종옥, 배성우. ⓒ CJ E&M

[PD저널=이미나 기자]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이별>부터 <꽃보다 아름다워> <괜찮아, 사랑이야> <디어 마이 프렌즈>까지 인간에 대한 따뜻한 시선을 놓치지 않는 작가 노희경이 tvN <라이브>로 돌아왔다.

오는 10일 오후 9시에 첫 방송되는 <라이브>는 노희경 작가가 촛불집회가 한창이던 광장에서 집회에 참여하지도, 그렇다고 밀려드는 인파를 막지도 못한 채 서 있는 경찰의 황망한 눈빛을 바라보다 착안한 드라마다. 이후 취재차 일선 경찰들을 만난 노 작가는 "그저 직업이 경찰인 이들에게, 경찰의 모든 비리를 묻고 모든 책임을 지우고 있었다는 것을 알게 됐다"고 말했다.

그래서 <라이브> 속 지구대 경찰들은 '짭새'도, 그렇다고 미스터리한 사건을 비범한 면모로 해결해 나가는 '슈퍼 히어로'도 아니다.

초보 경찰인 염상수(이광수)는 다니던 회사가 실은 다단계였다는 것을 알고 절망하던 중 '철밥통'을 꿈꾸며 경찰이 됐다. 함께 배치된 한정오(정유미) 또한 '여자라서' 취업 문턱에서 번번이 미끄러지다 실력으로 승부할 수 있는 경찰의 길을 택했다. 그들의 '사수' 오양촌(배성우)이나 여성청소년과 수사팀장 안장미(배종옥) 또한 각자의 삶의 무게를 짊어진 평범한 경찰들이다.

노희경 작가는 "시원하거나 통쾌한 복수극을 기대하면 실망할 수 있다"며 "한 사람의 영웅이 아닌 다수의 풀뿌리 같은 사람들의 이야기를 현장감 있고 진지하게 다루려 한다"고 말했다.

촛불 하나하나가 모여 광화문 광장의 10만 인파가 되고, 한 사람 한 사람이 침묵을 깨고 '미투'를 외치는 지금의 현상을 노희경 작가는 "혁명"이라고 불렀다. "세상을 바꾸는 혁명을 일으키는 것은 소수의 권력자가 아니라 다수의 시민들"이라는 게 그의 생각이다. 이 혁명의 힘에 대한 확신이 노희경 작가가 그려내는 가공의 세상의 원천이고, 동시에 드라마를 계속해 나가게 하는 이유라고도 했다. 

노 작가는 "드라마 속 사건이나 이야기가 지금의 사회와 근접해 있기 때문에 (시청자가) 놀라기도 할 것"이라며 "지금 이 시대 사람들이 피하고 싶어도 피할 수 없는 현실에 직면했듯, <라이브> 또한 어쩌면 불편할 수 있지만 보아야 하는 이야기가 담긴 드라마"라고 설명했다.

▲ tvN <라이브>의 노희경 작가 ⓒCJ E&M

노희경 작가의 발언에 비추어 볼 때 제작발표회에서 공개된 하이라이트 영상 속 한정오의 모습은 의미심장하게 다가온다. 배우 정유미가 맡은 한정오는 노희경 작가조차 "(배우들이) 대개 거절했을, 맡기 꺼려하는 역할"이라 표현할 정도로 숨겨진 사연을 지닌 인물로 예고됐다.

이를 두고 정유미는 "<라이브> 시놉시스에서 어떤 이야기를 듣고, 내가 할 수 있는 한 이 캐릭터를 잘 전달하고 싶었다"며 "용기가 없는 사람이라 사회에 직접 메시지를 전달하는 배우는 못 되지만, 작품에서 맡은 역할이 내가 (사회에) 하고 싶은 이야기이기도 하다"고 강조했다.

그동안 배우들의 얼굴을 극도로 클로즈업하는 등 세련된 영상미를 보여주었던 김규태 감독도 이번만큼은 화려한 기교를 버렸다. 기본에 충실한 연출로 화면 속 인물들의 마음을 자연스럽게 느끼고 공감하길 바라는 마음에서다.

김규태 감독은 "지금까진 어떻게 하면 남다르게 보일지 고민했지만, 이번만큼은 꾸미거나 덧대지 않은 살아있는 공기를 시청자에게 전달하고 싶다. 배우들에게도 과장되기보단 사실적인 톤의 연기를 주문하고 있다"며 "노희경 작가의 대본 자체가 주는 힘 덕분"이라고 공을 돌렸다.

한편, <라이브> 전 방송됐던 <화유기>에서 스태프가 부상을 입는 등 최근 드라마 제작 환경에 대한 문제가 제기되고 있는 상황을 두고도 김 감독은 안타까움을 드러냈다.

"시청자에게 제 시간에 좋은 작품을 선보이기 위해선 어쩔 수 없이 높은 노동 강도로 일하고 있는 부분이 있다"고 털어놓은 김 감독은 "일개 제작진이나 방송사가 해결할 수 있는 단순한 문제는 아닌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런 점에서 '반 사전제작'에 가까운 <라이브>가 좋은 선례로 남을 수 있을지도 주목된다. 총 18부작인 <라이브>는 현재 8부까지 촬영을 마쳤으며, 대본 또한 상당 부분 집필이 완료된 것으로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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