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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사, 연이은 '미투'에 처벌 강화 등 규정 손질

성폭력 사건에 '무관용' 강조...'독립 기구 신설' 움직임 이미나 기자l승인2018.03.07 17:12: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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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Pixabay

[PD저널=이미나 기자] 사회 각계로 '미투' 움직임이 번지면서 뒤늦게나마 정부 부처와 재계에서도 성폭력 예방 및 대응 방안을 내놓고 있다. 방송사도 예외는 아니다. 특유의 폐쇄적이고 수직적인 업무구조와 남성중심적 문화 때문에 그동안 성폭력 문제가 발생해도 크게 공론화하지 못하고 쉬쉬했던 과거와 달리, 이제는 성폭력 문제에 전향적인 자세를 보여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전국언론노동조합 MBC본부(아래 MBC본부)는 독립적 조직으로 성평등위원회를 설치하고, 사내 성차별이나 성폭력에 적극적으로 나서기로 했다. 3월 내 성평등위원회를 정식 발족해 기존 여사원협의회와 MBC본부 여성국의 기능을 통합하고, 사측과의 단체협약을 통해 실질적인 영향력을 가지는 조직으로 만들겠다는 계획이다.

성평등위원회 발족에 참여하고 있는 관계자는 "가장 먼저 MBC 내에서 근무하는 비정규직을 포함한 모든 노동자들에 대해 성폭력 피해 경험과 회사의 대처에 대한 의견을 수렴하는 실태조사를 계획하고 있다"며 "또 사내에 성폭력 사건이 발생했을 시에는 회사가 신속하고 적절한 처리를 진행하는지 지속적으로 감시하는 역할을 할 것"이라고 밝혔다.

최승호 MBC 사장도 지난 2월 '보직자와의 대화'에서 특별히 성폭력 사건에 대한 '무관용 원칙'을 다시 한 번 강조한 것으로 전해졌다. MBC 한 관계자는 "최근 주의 환기 차원에서 사내에 (성폭력) 문제가 발생했을 경우 신고할 수 있는 시스템이 있다는 점을 다시 공지했다"며 "혹시 사규나 행동강령에도 미비한 점이 있는지도 논의하고 있다"고 전했다.

최근 두 건의 성폭력 사건 가해자에게 각각 정직 6개월, 해고 처분을 내린 YTN도 '무관용 원칙'을 확립하겠다는 계획이다. YTN 한 관계자는 "지난해 11월 보다 강력한 성폭력 대응 매뉴얼을 만들어 시행하고 있다. 매뉴얼에는 구체적으로 각 주체가 어떻게 판단하고 행동해야 하는지와 2차 가해 또한 징계 대상임을 명시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또 "과거에는 사규로 처리할 수 없는 사안도 있었던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이제는 빠져나갈 수 없게끔 강력하게 (사규를) 강화하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며 "한 번 이렇게 (사규를) 만들어 놓으면, 다시 완화되는 것은 쉽지 않다"라고 전망했다.

얼마전 기자를 상대로 한 '미투' 폭로가 나온 KBS는 아직까지 회사 차원에서의 대응은 없다. KBS는 고대영 사장의 해임 이후 최근에야 양승동 PD를 사장으로 내정했다. 이 때문에 구체적인 성폭력 대책 마련은 새 사장의 리더십이 확립된 이후가 될 것으로 보인다.

다만 지난달 사장 후보자 정책발표회 당시 성폭력 사건에 대한 합리적 처벌 및 피해자 보호를 위한 사내 규정을 요구했던 여성협회가 적극적으로 움직이고 있다.

여성협회 한 관계자는 "단순히 사내 규정 몇 개를 바꾼다고 (성폭력 문제가) 해결되리라 보지 않는다"며 "새 사장이 부임한 이후 회사에서 의지를 갖고 피해자에 대한 보호와 가해자에 대한 처벌이 담보되는, 감사실에 준하는 특별 기구를 만드는 등 대책을 내놓을 것을 요구할 방침"이라고 전했다.

SBS는 지난해 11월 전 사원을 대상으로 성폭력 관련 신고 절차 및 징계 내규를 안내하고, "앞으로 SBS는 성범죄에 무관용 원칙을 적용하여 엄벌한다"며 "성범죄 처리의 제1원칙은 피해자 보호다. 안심하고 신고 또는 상담해 달라"고 알렸다.

이와 함께 SBS는 과거 성폭력 사건으로 징계를 받는 경우 사유를 '명예 훼손'이나 '직원 품위 손상' 등으로 에둘러 표현했던 관행을 버리고 '성폭력으로 인한 징계'라는 점을 적시하기로 했다. 사안의 특수성을 고려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징계를 통해 경각심을 고취하는 것 또한 중요하다는 판단에서다.

SBS 관계자는 "(징계) 수위 또한 강화돼 최근에도 감봉과 정직 수준의 징계가 있었다"며 "실제 사례들이 나오니까 (사내에서) 사건을 받아들이는 자세도 달라진 것 같다. 아무래도 사유가 적시돼 인사발령이 되면 (징계) 대상자도 조심하는 측면이 있을 테고, 주위에서도 대상자를 주시하는 효과가 있어 다시 사규를 어길 확률이 낮아지리라 본다"고 말했다.

방송사들의 이 같은 '강경 대응'이 말로만 그치지 않도록, 앞으로도 지켜볼 필요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당장 MBC는 드라마 PD A씨와 기자 B씨, 편집자 C씨 등 여러 건의 성폭력 사건을 자체조사 중이다. KBS 또한 과거 기자들로부터 성폭력 피해를 입었다는 전 직원들의 폭로가 연이어 터져 나오고 있다. 성폭력 사건 발생 3년 만에 해고 처분을 받은 YTN PD는 재심을 청구해 다시 사측의 판단을 기다리고 있다.  

 


이미나 기자  neptune@pdjourna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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