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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투 보도, 달라진 회식이 중요한가

미투운동 종착점, 여성을 '용기 있는 피해자'가 아니라 사회 주체로 보는 것 윤여진 언론인권센터 상임이사l승인2018.03.12 17:4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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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D저널=윤여진 언론인권센터 상임이사] 지난주 미투(Me Too)운동이 정치권을 강타했다. 안희정 전 지사 수행비서의 폭로는 매가톤급으로 한국사회를 혼란에 빠뜨렸고, 뒤이어 박수현, 정봉주, 민병두 등 정치인들이 미투의 심판대에 올랐다. 언론은 피해자의 변호인이 입장을 발표하는 자리나 정치인의 기자회견을 앞다투어 보도하고 있다.

언론이 미투선언을 취재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미투선언 이후의 경과를 취재하고, 미투를 선언한 사건을 심층적으로 분석하고 있는 것은 긍정적으로 평가할 수 있다.

지난 3월1일 모 방송사의 시사교양프로그램에서는 국가대표 체조코치였던 탈북인 여성이 상사에게 당한 성추행과 이를 조직적으로 은폐한 사실을 추적해 보도했다. 이 보도로 가해자가 성추행에 대한 사법적 판단조차 허위진술로 모면하고 다시 그 조직의 높은 직급으로 재임명되었고, 성추행 폭로 이후 피해자가 끔찍한 고통을 받았다는 사실을 알 수 있었다. 

지난 6일 모 주간지의 “누가 성폭력 피해자를 ‘무고죄’로 몰았나” 지난 11일 모 방송사의 종교계가 성추행 사제직을 어떻게 징계하고 있는지에 대한 추적보도는 미투운동의 본질이 훼손되지 않도록 하는 언론의 역할이라고 할 수 있다.

▲ⓒPixabay

미투 보도와 피해자 보호

언론은 이제 피해자 보호, 심층, 추적 취재를 뛰어 넘어 미투운동의 방향을 설정하는 임무마저 부여받고 있다. 이를 위해서는 언론이 가해자의 변명을 여과없이 보도하면서 피해자에게 구체적 해명을 요구하는 자세에서 벗어나야 한다.

가해자는 사법적 처벌을 피하기 위해 폭력과 강제성이 없었다며 자신을 지키려 하고, 피해자는 폭로를 넘어 피해를 ‘증명’해야 한다. 지금까지 성추행, 성폭력 피해자들의 문제제기는 조직에서 은폐했고, 사법적 판단에서도 불리하게 작용했다. ‘폭력이 아니라 합의한 것이었다’ ‘피해자가 스스로 피해 입증을 해야 한다’ ‘사실이었다 하더라고 그 사실을 공개한 이상 사실적시 명예훼손으로 처벌받을 수 있다’ 등이 사법적 판단으로 넘어가면 피해자들이 듣는 말이다. 피해를 입증해야 피해로 인정할 수 있다는 것은 또 다른 폭력이 될 수 있다.

언론은 미투운동의 토양인 남성중심적 문화를 극복하는 입장에 서야 한다. 이 입장에 서게 되면 가해자와 피해자 사이에서의 개별적인 사실 확인이나 범법행위의 증명이 아니라 미투운동에서 제기되는 피해가 발생할 수밖에 없는 구조가 더 선명히 드러나게 될 것이다.

최근 미투 이후 달라진 회식문화를 조명하는 보도가 여럿 있었다. 대학 새내기 여학생들이 교수와 선배들과의 뒤풀이를 피하고 있다는 내용이다. “대학가의 상상을 초월한 성범죄에 나도 당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라는 것이다.

또한 직장에서도 여성들이 회식 자리를 거절할 핑계를 공유하는 커뮤니티가 있다는 내용도 보도했다. (3월11일 00일보) “여성에게 말 안 섞고 톡으로 지시..미투 이후 또다른 차별” (3월 7일 00일보) 등은 미투 이후 달라진 사회 모습에 집중하고 있다. 결국 남성과 여성이 잠재적 가해자이고 피해자임을 확인시키며 피해자인 여성이 자구책을 찾고 있다는 분석이다.

미투운동, 여성과 남성 수평적 관계 지향  

미투운동은 용기있는 사람들이 온 인생을 걸고 제기하는 “불의에 대한 저항”이다. 이 저항의 종착점은 근본적 변화가 되어야 한다. 미투운동의 교훈이 가부장적 문화의 주체인 남성이 여성을 좀 더 예의바르게 대접해야 한다는 것이 되어서는 안된다. 약자인 여성이 강자인 남성의 폭력을 좀 더 적극적이고 슬기롭게 피해야 한다는 것이 되어서는 안 된다. 미투운동은 지금의 성폭행 피해가 없어지려면 남성과 여성의 권력관계가 본질적으로 수평적이고 연대적 관계가 되어야 한다고 웅변하고 있다.

미투운동이 여성이 ‘용기 있는 피해자’를 넘어 ‘동등한 주체’로서 남성과의 관계 맺기의 주도성을 확보하는 계기가 되기를 기대한다. 미투운동은 모든 여성 폭력에 대한 저항을 넘어 모든 구조적 불의에 대한 항거가 되어야 한다. 나아가 여성과 남성이 동등한 관계에 눈을 뜨고 새로운 사회의 주체가 되는 계기가 되어야 한다.


윤여진 언론인권센터 상임이사  webmaster@pdjourna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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