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섬세한 연출, 배우 열연으로 호평...칸 국제시리즈 경쟁부문 진출

[PD저널=방연주 객원기자] tvN <마더>(연출 김철규, 극본 정서경)가 지난 15일 종영했다. 탄탄한 대본, 섬세한 연출, 그리고 배우의 열연까지 합쳐지며 ‘웰메이드 드라마’라는 호평이 이어지고 있다.

<마더>는 지난 2010년 일본에서 방영된 동명 원작을 리메이크한 작품이다. 납치, 아동학대 등의 소재가 자칫 자극적으로 받아들여질 수 있는데, <마더>는 아동학대를 직접적으로 드러내기보다 혜나(허율)와 혜나를 둘러싼 인물들을 다각도로 비춘다.

더불어 아동이기 때문에 혜나가 소외될 수밖에 없는 현실적인 한계를 있는 그대로 보여주며 다양한 생각거리를 안겨준다. 무엇보다 강수진(이보영)의 돌이킬 수 없는 선택과 행동은 과연 엄마가 태어나는 것인지, 만들어지는 것인지, 그리고 진짜 모녀와 가짜 모녀를 둘러싼 딜레마가 무엇인지를 보여줬다.

▲ 지난 15일 종영한 tvN <마더> ⓒCJ E&M

<마더>는 영화 <아가씨>, <비밀은 없다>, <친절한 아가씨> 등을 공동 작업한 정서경 작가의 드라마 데뷔작이다. 국내판 <마더>는 일본의 동명 원작처럼 조류 연구가 수진이가 아동학대를 받는 혜나를 납치한다는 드라마의 큰 줄기를 따라가지만, 원작과 다르게 수진이가 ‘가짜 엄마’로서 겪는 딜레마, 혜나가 윤복이가 되는 과정, 누가 구해줘야만 했던 혜나가 스스로 성장하는 일련의 서사가 차별화된 지점으로 다뤄졌다. 때문에 시청자들은 다양한 감정의 진폭을 느낄 수 있었다.

폭력의 세계를 고스란히 감당하고 있는 작고 연약한 혜나와 그의 친모를 마주할 때는 분노를, 혜나를 외면할 수 없었던 수진의 무모한 선택에 대해선 연민을 느끼게 한다.

수진과 수진의 두 엄마 영신(이혜영)과 홍희(남기애), 그리고 영신이 입양한 두 명의 딸의 얽히고설킨 관계는 ‘치유의 세계’를 만드는 이들의 분투를 보여준다. 이들은 서로를 탓하는 데 머물지 않고, 상처 입은 여성들이 각자가 처한 현실을 받아들이며 서로를 이해하고, 상처를 보듬어주는 관계로 나아간다.

이렇듯 <마더>가 ‘아동학대’라는 무거운 소재를 다루고 있음에도 꾸준히 시청자의 관심을 붙잡을 수 있었던 건 배우의 연기가 한 몫 했기 때문이다. 혜나를 맡은 아역 배우 허율은 신인이라 믿기 어려울 정도로 내면 깊은 연기를 선보였다.

또한 “‘엄마’에 대한 메시지를 전하고 싶었다”는 이보영은 안정적인 연기로 극의 중심을 잡아갔고, 차영신으로 분한 이혜영은 당대 최고 여배우의 모습부터 죽음을 앞둔 상황에서도 ‘엄마’로서 성장하는 모습을 설득력 있게 표현했다.

<마더>의 연출력은 이야기의 완급을 조절하는 데 큰 힘을 보탰다. 김철규 감독은 이미 KBS<공항 가는 길>, tvN<시카고 타자기> 등에서 감각적인 연출을 선보인 바 있다. 정적이고 이야기의 흐름이 느린 멜로물인 <공항 가는 길>에서는 공항, 기내, 고택, 제주도, 한강 등 극중 인물의 감정선을 대변할 법한 공간을 섬세하게 다루는 등 빼어난 영상미를 보여줬다.

이번 <마더>에서는 기찻길, 터널, 하늘, 바다, 갈대밭 등의 공간들을 마치 영화의 롱테이크처럼 긴 호흡으로 화면에 담아내며 인물의 정서를 간접적으로 드러냈다.

이어 김 감독은 아름다운 영상미를 수진과 혜나의 위태로운 여정을 뒤따르느라 자칫 피로감을 느낄 수 있는 시청자들이 숨고르기하는 장치로 활용하거나 수진과 혜나가 처한 상황과 감정에 더욱 몰입하게끔 하는 장치로 활용했다.

정서경 작가는 방영 직전 제작발표회에서 “작은 아이가 느끼는 공포와 수치감, 그리고 고통을 시청자들과 함께 통과하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그리고 종영을 앞둔 가운데 <마더>가 아시아 대표로 제1회 칸 국제시리즈 페스티벌 공식 경쟁부문에 진출했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진부한 모성애’의 반복이 아닌 또 다른 시선으로 사회적으로 큰 울림을 남긴 <마더>. <마더>가 통과한 긴 터널의 끝이 어둡지 않아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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