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태호 PD, 이적 루머에 "다른 데 안 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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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C에서 인사드릴 것...'무도'2 맡으면 좋겠다"

▲ 13년간 <무한도전>을 연출해 온 김태호 MBC PD ⓒ MBC

[PD저널=이미나 기자] "다른 데 안 갑니다. MBC에서 인사드리겠습니다." 30일 서울 마포구 상암동 MBC서 약 2시간에 걸쳐 진행된 기자간담회 말미, 김태호 PD는 이렇게 단언했다. <무모한 도전>에서부터 13년간 <무한도전>을 이끌어온 김태호 PD의 거취 문제를 둘러싸고 그동안 다양한 이야기가 나왔던 터다.

김 PD는 그간 여러 제안이 있었음은 부정하지 않으면서도 "<무한도전>을 사랑하는 것보다 더 큰 유혹은 없었다"며 "오히려 타사로 간 후배나 작가들을 만나 이야기를 들으며 '어떻게 하면 우리(MBC)가 일하는 조직 문화를 바꿀 수 있을까'를 생각했다"고 말했다.

오랜 시간 MBC의 간판 예능프로그램으로 시청자에게 사랑받은 <무한도전>이지만, 매주 새 특집을 짜내야 하는 제작진의 피로감도 상당했다. 최근 MBC가 시즌제 예능을 적극 도입하기로 한 것도 <무한도전>의 영향이 컸다. 

김태호 PD도 "몇 해 전부터 <무한도전>의 색깔을 지켜가는 것이 힘든 상황이 되면서 스스로 만족감도 떨어지고, 자괴감이 들었던 때도 있었다"며 "나에게 내재된 모든 소재를 '탈탈' 털었다는 느낌이 든지가 꽤 됐다"고 털어놨다.

그러면서도 김 PD는 "<무한도전>은 나에게 있어 버릴 수 없는 프로그램이다. 시즌 2는 나도 하고 싶다"며 다음 시즌의 가능성을 열어뒀다. 물론 현재로서는 아무 것도 확언할 수 없는 상황이라는 단서도 달았다. 하지만 시즌 2가 제작될 경우 "(기존 멤버들과 함께) <무한도전>으로 돌아올 수 있다면 좋을 것 같다"는 바람도 전했다.

"유재석과 친해지면 좋겠다는 생각만으로 들어왔는데, 어느덧 전 국민과 친해지는 프로그램이 된", "한 달에 한 편만 크게 웃기자는 전략이었지만 가끔 두세 편이 웃겨서 제작진도 당황스러웠던" <무한도전>에 대한 소회도 빼놓지 않았다.

마지막 특집이 된 '보고 싶다 친구야' 편에도 이러한 의미가 담겼다. 김태호 PD는 "'멤버들의 새로운 모습을 보고 싶다'는 의미도 있지만, 동시에 '앞으로 보고 싶을 것'이라는 의미도 담긴 특집"이라며 "열린 결말 같은 느낌이 또 <무한도전> 스럽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김태호 PD는 "13년이라는 시간이 가늠이 안 돼 계산해 보니 초등학교 6년, 중학교 3년, 고등학교 3년을 합친 기간보다 길더라"며 "시작할 때부터 종방연도 하고, 포상휴가도 가는 그런 예능 프로그램을 꿈꿨는데 노력이 어느 정도 결실을 맺어 기쁘기도 하다"고 말했다.

이어 김 PD는 "<무한도전>을 통해 역사나 대체에너지, 바뀐 선거 제도, 법안 같은 것들처럼 사회와 함께 고민해 볼 만한 문제를 꺼내고 싶었다"며 "간혹 계몽주의적이라고 비판하는 분들도 있었지만, 1년에 한 편 정도는 우리의 임무라고 생각하고 하는 것이 맞지 않나 싶었다"고 했다.

▲ <무한도전>은 31일 마지막 방송 이후 스페셜 방송을 이어간다. ⓒ MBC

최근 김태호 PD의 화두 중 하나는 '플랫폼'이다. 한정된 방송 시간, 한정된 채널에서 예능 부분에서도 새로운 돌파구를 찾아야 한다는 이유에서다.

김 PD는 "<무한도전>을 하면서 '토요일 오후에 방송을 통해 나가는 것보다 3분이나 10분짜리 디지털 플랫폼으로 나가면 어떨까' 싶었던 아이템들도 있었다"며 "<무한도전> 멤버들과 '가끔 유튜브로라도 인사를 드리자'는 말을 하는데, 이 또한 플랫폼에 대한 실험일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새로운 연출 시스템에 대한 고민도 털어 놨다.

김태호 PD는 "<무한도전>을 젊은 PD들이 2년마다 돌아가면서 연출하면 좋겠다고 생각한 적이 있다"며 "통일된 세계관과 스토리는 있지만 각 특집별로 다른 감독들이 각자의 이야기를 만드는 마블처럼, 전체적인 틀은 내가 고민하면서도 현장서 이를 구체화하는 건 후배 PD들이 했으면 좋겠다는 생각도 든다"고 말했다.

"지난 13년간 저녁에 집에서 가족과 밥을 먹어본 적이 없다"는 김 PD는 재충전의 시간을 갖는다. 4월에는 <무한도전> 스태프와 3박 4일간 포상휴가 일정도 잡혔다. 다만 <무한도전> 멤버들은 일정상 이번 휴가에 함께하지 못한다. 김 PD는 "멤버들과도 따로 일정을 잡아 여행을 갈 계획"이라고 전했다.

그 외에는 당분간 집과 MBC를 오가며 생활할 거라고. 김태호 PD는 "저녁에 가족과 밥 먹고 아들 한글 공부도 시키고, 책장에 꽂힌 세계문학전집도 읽고, 세계지도에 가고 싶어 점만 찍어 뒀던 곳에도 가보고 싶다"면서도 "어떻게 하면 다시 색깔을 찾아갈지, 그것을 고민하는 데 시간을 할애할 것"이라고 말했다.  

<무한도전> 시청자들에게는 "항상 사랑해 주시고 기다려 주시고 기대해 주셔서 감사했다. 자신 있게 보여드릴 수 있는 것이 생겼을 때 다시 이 자리에서 인사드리겠다"고 인사를 건넨 김태호 PD는 유재석 등 멤버들의 이름을 일일이 열거하며 그간 함께해 준 고마움과 미안함을 전했다.

그러면서도 김 PD는 "매주 목요일이면 MBC에서 만나는 것이 습관처럼 굳어졌다 보니 당분간 정기적으로 만나지 않을까 싶다. 같이 등산이라도 가야겠다"며 웃어 보였다.

<무한도전>은 31일 마지막 특집 방송 뒤 4월부터는 멤버들과 김태호 PD 등의 목소리로 13년의 역사를 돌아보는 스페셜 코멘터리 방송을 내보낼 예정이다. 후속으로는 최행호 PD의 새 예능 프로그램이 전파를 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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