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UPDATE : 2018.11.18 일 18:01

"적폐 청산 다음엔 불공정 제작 관행 바꿔야"

연임 확정된 윤창현 언론노조 SBS본부장 "달라진 보도, 지난해 노조 투쟁 영향" 김혜인 기자l승인2018.04.03 15:15:22

크게

작게

메일

인쇄

신고

[PD저널=김혜인 기자] 최근 '달라진' SBS 보도가 주목받고 있다. 지난달엔 삼성 에버랜드 땅값과 삼성 승계 비리 관련해 연속 보도를 내보냈고, '촛불 위수령' 보도를 두고는 JTBC와 날선 공방을 주고 받았다. 

16대 언론노조 SBS본부장 선거에서 연임이 결정된 윤창현 본부장은 “지난 10년간 무너졌던 방송의 공적 책임과 역할을 모처럼 제대로 수행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지난해 RESET! SBS! 투쟁의 가시적 성과”라고 자평했다. 

공영방송 정상화 투쟁이 한창이던 지난해 SBS도 변화점을 맞았다. 대주주의 보도개입 논란이 불거진 뒤 ‘소유와 경영 분리’ 선언이 이어졌다. 지상파에서 처음으로 사장·보도본부장 등의 임명동의제를 시행하기도 했다.

오는 5월 임기를 시작하는 윤창현 본부장을 지난달 29일 서울 목동 SBS사옥에서 만났다. 

▲ 윤창현 SBS본부장 ⓒPD저널

15대에 이어 16대 SBS본부 집행부를 이끌게 됐다. 

(개인 SNS에 밝혔듯이) 빨리 기자로 돌아가고 싶은 마음도 있다. 지난 2년 동안 임명동의제, 방송개혁, SBS 경영혁신 등의 제도적 장치를 마련했지만 아직 내용적으로 채워 나가야 할 부분이 많다. 개인적으로 조합 활동의 연속성이 중요하다고 봤고, 누군가 남아야 한다면 내가 남는 게 제일 낫겠다는 생각했다.

최근 달라진 SBS 보도들, 특히 '에버랜드 땅값 관련 보도 이후 내부 분위기는 어떤가.

지난 10년 동안 내부 소통이 완전히 차단됐다고 평가할 정도였는데, 서서히 소통이 이뤄지고 있다. 기자게시판도 실명화됐다가 최근 다시 익명으로 전환됐다. 무엇보다 정치 권력, 거대 재벌, 대형 광고주에 대해 과도한 게이트키핑을 하거나 자기검열을 하며 보도의 날 끝을 무디게 하는 관행들이 사라지고 있다. 

보도 이후 외부 압박은 없었나.

직접 들은 건 없다. 이미 삼성은 SBS에 광고를 줄인 지 오래됐다. 작년에 삼성이 정유라 말을 사줬다는 보도가 SBS에서 나간 뒤 삼성 광고가 줄었다. 광고에 대한 부담이 없을 수는 없지만 견뎌야 하고, 견딜 수 있다고 생각한다.

지난해 노조가 벌인 'RESET! SBS!' 투쟁의 성과로 보나. 

결국은 지난해 노조가 했던 싸움의 연장선에 있다고 본다. 그 당시 싸움을 시작하며 얘기했던 두 가지가 ‘신뢰의 위기’와 ‘구조의 위기‘였다. 신뢰의 위기는 취재하고 보도해야 할 것을 보도하지 않았기 때문에 무너진 것이었다. 뉴스다운 뉴스를 만들기 위해 노력했다. 보도를 통제했던 대주주의 전횡이나 개입 등이 사라지면서 보도의 순기능들이 나타나고 있다.

갑자기 바뀐 보도 논조를 두고 다른 해석도 나올 수 있다. 

역편향에 대한 우려도 있을 수 있다고 본다. 공정방송을 하자는 건 한쪽 이야기만 듣자는 게 아니다. 공명정대하다는 것이지 (기계적) 중립과는 다르다. 사회 상식 수준에서 합리성, 진위 여부를 검증해보고 어떤 것이 더 진실에 가까운지 찾아보자는 것이다. 

문제는 '잃어버린 10년' 동안 방송이 망가지며 수많은 언론인이 어떤 것이 옳고 그른지 따지고, 훈련할 기회를 빼앗겼다. 초기에는 굉장히 좌충우돌하는 경향이 나타날 수 있다. 사실에 기반을 두지 않은 추론과 그에 따라 사실을 조합하는 위험한 신호들이 나타날 수 있지만 잘 가려내면서 취재할 수 있다고 믿는다. 적지 않은 시간이 걸리겠지만 방송 3사 모두 겪어야 할 과정이다. 

임명동의를 받은 SBS 경영진이 지난해 말부터 SBS를 이끌고 있다. 

뉴미디어국장을 오래 맡은 보도본부장이 우리만의 특화된 뉴미디어 뉴스 브랜드를 만들어놨다고 본다. ‘스브스 뉴스’, ‘비디오 머그’ 등을 통해 일정하게 여론을 형성할 수 있는 SBS만의 힘이 생긴 것 같다. 이번 평창 올림픽에서 온오프라인의 선순환 구조가 생겼다고 보는데, 올림픽 초반에는 SBS가 시청률 경쟁에서 확연하게 우위를 점하지 못했다. ‘비디오머그’를 통해 입소문이 나면서 역으로 시청자들이 TV로 유입, 고정 시청률을 만드는 선순환이 이뤄졌다.

당선 소감에서 개정된 근로기준법 시행을 가장 먼저 언급했는데.

첫 번째로 주 52시간 개정 근로기준법을 거론한 이유는 법 개정으로 기존 방송제작 환경에 혁명적인 변화를 몰고 오기 때문이다. 추가 비용을 최소화한 상태에서 '주 52시간' 법적 기준을 충족시키기 위해 조율이 필요한데, 노동조합에서 어떤 부분을 요구하고 양보해야 할지 고민이 많다. 방송은 특례업종에서 제외됐고, SBS는 특히 노동강도가 높은 편이다. 노사 모두 제도 변화에 따른 타격이 클 수밖에 없어 어떻게 대처해 나가느냐가 현재 가장 큰 고민이다.

근로기준법 개정으로 방송사 내 노동 관행을 바꿀 수 있다고 보나. 

노동시간 단축 문제를 해결함으로써 ‘방송 갑질’과 관련한 상당히 많은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 최근 논란이 된 ‘상품권 임금’등의 문제는 제작비 압박과 그 이상의 노동을 요구하는 환경에서 발생한 부조리한 모습이다. 이런 부분들이 법 개정을 통해 해결 가능하다고 생각한다. 방송사의 자원이 충분히 확보된다면 비정규직 정규직 모두를 감싸고 갈 수 있지만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현실적으로 방송사에서 임금 손실없이 노동시간을 단축하는 게 가능한가.

SBS는 아직 탄력근로제를 도입하지 않고 있다. 모두 '9to6' (9시 출근 6시 퇴근)로 근무하고, 교대근무, 시차근무로 나눠져 있는데 '9to6'를 넘어가는 모든 부분을 시간외근무수당으로 처리하기에는 비용이 너무 많이 든다. 그동안은 시간외근무수당을 노사가 별도로 합의해 법정 기준에 못 미치는 금액을 받아왔다.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시간외근무를 하지 않는 걸 원칙으로 세우고, 시간외수당은 법정 기준대로 받는 게 맞다. 언론노조 차원에서 방송협회 등과 기본 원칙에 합의하는 자리를 마련하는 게 필요해 보인다. 

근로개정법 시행 전에 가장 먼저 손 봐야할 부분은 무엇인가.

‘원래 방송은 그렇게 만드는 거야’라는 선입견부터 깨야 한다. 실제로 외국 방송사들은 전쟁터에 취재를 가서도 8시간씩 3교대로 한다. 불가피하게 노동시간을 다 채우면 그만큼 장기휴가를 간다. 미국은 콘텐츠 만드는 직업에는 노조가 따라 나와 노동시간을 점검한다.

▲ SBS 성희롱 성폭력 신고 절차 및 징계 내규 ⓒSBS제공

미투운동이 활발하게 전개되고 있다. 노조 산하 여성위원회를 이번에 ‘성평등위원회’로 바꿨다. 

성평등위원회로 범위를 넓히며 일상적인 조직 안에서 차별적 요소가 있는지 능동적으로 찾아보려는 의미다. 예를 들어 인사, 승진 관련해서 여성 비율이 낮다든가 제도적으로 불이익 문제가 있는 건 아닌지 살펴보고자 한다.

최근 사내 성폭력과 관련해 방송사들이 한층 강화된 내규를 발표하고 있는 추세다.

SBS는 작년 하반기 8월부터 강화된 성폭력 징계 내규를 만들어 시행하고 있다. 예전에는 성희롱·성폭력 사건과 연관되는 경우에는 명예훼손, 2차 가해가 우려된다는 이유로 ‘사내 질서 문란’이라는 식의 모호한 사유를 적어 징계했다. 강화된 내규에 ‘성폭행은 해고, 성추행은 정직~해고, 외모에 대한 성적 비유나 평가하는 행위가 포함된 성적 언동은 감봉~정직’의 수위를 명시해놨다. 가해자가 다른 부서로 이동해도 해당 부서에서 거부하는 경우도 있다. 성폭력 사건과 관련한 인식이 퍼지면서 구성원 간에도 조심하는 분위기다. 

임기 동안 노조에서 주력할 예정인 과제와 사업이 있다면.

15대 SBS본부에서는 여론을 형성하는 방송이 제대로 말할 수 있도록 각종 적폐를 청산하는 데 집중했다. 이제는 방송 제작 과정에서 누적되어온 문제들을 해결하는 데 힘을 모을 예정이다. 

단순히 제작비를 올려주거나 외주 제작사나 프리랜서 작가들의 인건비를 인상하는 문제가 아니다. 지상파 방송의 경영환경, 다양한 직군과 세대를 모두 아우르는 해결책을 찾아야 하기 때문에 어렵다. 2년 동안 공정방송을 위해 열심히 싸웠던 것처럼 어려운 숙제를 푸는 데 지혜를 모아야 할 때다. 

 


김혜인 기자  key_main@pdjournal.com
<저작권자 © PD저널,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김혜인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인기기사

기사 댓글
첫번째 댓글을 남겨주세요.
0 / 최대 400byte

숫자를 입력해주세요

욕설등 인신공격성 글은 삭제합니다.
여백
여백
여백
기사제보광고문의불편신고개인정보취급방침청소년보호정책이메일무단수집거부
[158-715] 서울 양천구 목동 923-5번지 한국방송회관 10층l대표전화 : 02-3219-5613~5619l구독문의 : 02-3219-5618l팩스 : 02-2643-6416
등록번호: 서울, 아00331l등록일: 2007년 3월 5일l발행인: 류지열l편집인: 이은미l청소년보호책임자: 류지열
PD저널 편집국 : 02-3219-5613l광고 문의(PD연합회 사무국 · 광고국) : 02-3219-5611~2l사업제등록번호 : 117-82-60995l대표자 : 류지열
Copyright © 2018 피디저널(PD저널). All rights reserved. mail to webmaster@pdjourna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