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 세월호 추모 열기... 민심은 '반신반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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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 취재진 150여명 몰린 세월호 참사 4주기 추도식..."정말 반성하는지 의문" 불신 여전

▲ 16일 경기도 안산에서 열린 세월호 참사 희생자 정부합동 영결·추도식에 취재진이 카메라로 현장을 촬영하고 있다. ⓒ PD저널

[PD저널=이미나·김혜인 기자] 16일 오후 '4.16 세월호 참사 희생자 정부 합동 영결·추도식'이 열린 안산 합동분향소 앞. 세월호 참사 4년만에 정부가 처음으로 주관한 추도식은 정관계 인사들과 수천명의 시민들로 북적였다. 정부측이 준비한 좌석이 부족해 선 채로 추도식을 지켜본 시민들도 상당수였다.

언론도 추모의 열기를 더했다. 주최 측에 따르면 150명이 넘는 취재진이 이날 현장을 찾았다. 희생자들의 영정이 놓인 제대 오른편에 마련한 미디어센터는 일찍부터 빈자리를 찾을 수 없을 정도였다. 

그동안 '세월호 보도 참사'로 줄곧 질타를 맞은 탓인지 취재진들은 과도한 취재 경쟁을 자제하는 모습을 보였다. 기자들은 질서 있는 취재를 주문하는 정부 관계자의 협조 요청을 별다른 이의제기 없이 수용했다. 유가족 취재 제한, 풀 기자단 이외 근접 촬영 불가 등에도 합의했다.  

추도식에 앞서 이 같은 규칙을 설명하던 한 언론사의 사진기자는 "기자들 간에 협의 하에 풀 기자를 선정하고, 이들에 한해서만 제단 등을 촬영할 수 있게 했다"고 설명했다.

▲ 16일 경기도 안산에서 열린 세월호 참사 희생자 정부합동 영결·추도식에 취재진이 카메라로 현장을 촬영하고 있다. ⓒ PD저널
▲ 16일 경기도 안산에서 열린 세월호 참사 희생자 정부합동 영결·추도식에 취재진이 카메라로 현장을 촬영하고 있다. ⓒ PD저널

현장 취재에 나선 취재진은 조심스러운 기색이 역력했다. 그러면서도 왜곡·축소 보도로 얼룩진 세월호 참사를 이제라도 제대로 전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한 방송사 기자는 "그 당시 (언론이) 제대로 보도하지 못해 언론의 본분을 다하지 못했다는 말을 들었다"며 "오늘 추도식을 취재하며 그런 부분을 되돌아보고, 진실을 밝히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는 다짐을 하게 된다"고 말했다.

또 다른 기자는 "언론이 세월호 참사를 과거의 일로만 치부할 것이 아니라, 당시를 반면교사로 삼아야 한다. 계속해서 진실을 밝혀낼 수 있는 보도를 계속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공영방송의 정상화'를 내걸고 선임된 양승동 KBS 사장과 최승호 MBC 사장도 이날 추도식에 참석했다. 두 사람 모두 취임 후 바로 합동분향소를 찾아 그간의 보도 참사를 사죄하고, 공영방송으로서의 책임을 다하겠다는 의지를 밝힌 바 있다.

양승동 사장은 "다시는 이러한 참사가 일어나지 않는 안전한 대한민국을 만들기 위해 공영방송으로서 책임을 다하겠다는 다짐을 하게 됐다"고 말했다.

최승호 사장 역시 "당시 세월호 보도에서 어떤 문제점이 있었는지를 MBC 정상화위원회를 통해 조사하고 있다"며 "앞으로 (과거에) 어떤 문제들이 있었는지 밝혀지면 다시 찾아와 사죄의 뜻을 전하겠지만, 지난 보도에 대해서는 죄송하다는 마음뿐"이라고 전했다.

세월호 참사에 뒤늦게 관심을 보이는 언론을 바라보는 시민의 반응은 엇갈렸다.

세월호 참사에 적극적인 관심을 보인 언론을 긍정적으로 평가하면서도, 그동안 쌓인 불신을 완전히 해소하진 못한 분위기였다. 방송사의 인터뷰 요청에 흔쾌히 응하는 시민들도 있었지만, 눈물을 훔치는 자신의 모습을 여러 대의 카메라가 포착하자 불편한 기색을 내비치며 자리를 옮기는 시민들도 있었다.

인천 남동구 논현동에서 왔다는 김지영(20), 이하진(20)씨는 "중학교 3학년 때 영어듣기 수업을 하다 (세월호 참사가 일어났다는 걸) 알게 됐다. 당시 선생님이 모두 구조됐다고 하셔서 안심했던 기억이 난다"며 "오늘 취재하러 나온 기자들이 많은데, 세월호가 많이 회자될수록 좋은 것 같다"라고 말했다.

6살 아이와 함께 경기도 산본에서 추도식을 찾은 정광희 씨는 취재라인에 줄지어 서있는 취재진을 보며 "세월호 참사로 대통령이 바뀌고, 그 덕에 MBC (사장)도 바뀐 거지만 정말 반성하고 왔는지는 모르겠다"며 "이제라도 바뀌니 고마운 마음도 있지만 (국민의 뜻을) 잘 대변하고 있는지는 의문"이라고 싸늘한 시선을 보냈다.

친구들과 함께 휴가를 내고 현장을 찾았다는 직장인 김주현(32)씨는 "솔직하게 말해 언론을 믿지 않는다. 미디어가 팩트를 보여주고 판단은 국민에게 맡겨야 하는데 세월호 참사 때도 주관이 들어간 기사를 작성하지 않았느냐"며 "사실만을 전하는 언론이 많아졌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전했다.

세월호 참사 이후 목포신항 등 현장 취재를 맡았다는 한 기자는 "이렇게 (언론의) 관심이 높았던 적은 없었다"며 "한 생존자 학생이 너무 많은 언론과 인터뷰를 하느라 지쳤다고 이야기하던데, 이제 와서 세월호 참사가 언론의 또 다른 '아이템'이 된 게 아닌지는 생각해 볼 문제"라고 씁쓸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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