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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굿닥터' 성공, '한드' 시선 달라져"

'굿닥터' '슈츠' 제작자 이동훈 엔터미디어 픽처스 대표 이미나 기자l승인2018.04.25 17:57: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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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D저널=이미나 기자] 일찌감치 시즌 2 제작을 확정짓고, 현지 언론으로부터는 '2017-2018 최고의 신작'이라는 평가를 받은 미국 ABC의 <더 굿닥터>는 5년 전 한국에서 방영된 KBS <굿닥터>가 원작이다. 오늘(25일) 첫방송을 앞두고 있는 KBS <슈츠>는 미국의 케이블 채널 USA Network에서 시즌 7까지 제작된 동명의 드라마를 리메이크한 것이다.

한국과 미국에서 화제작으로 떠오른 ABC<더 굿닥터>와 한국판 <슈츠>는 모두 이동훈 엔터미디어 픽처스 대표의 손을 거쳐 탄생했다. 최근 입국해 사흘 내리 <슈츠> 촬영장을 다녀왔다는 이 대표를 지난 20일 서울 상암동 사무실에서 만났다.

이동훈 대표는 "최근 넷플릭스가 한국에 사무실을 설치할 정도로 집중하고 있는 것은 그만큼 한국 콘텐츠가 아시아시장을 주도하고 있다는 인식 때문"이라며 "방송사나 PD·작가들이 해외 진출을 염두에 두고 콘텐츠를 만드는 것은 옳지 않지만, 한국 대중에게 새로운 것을 보여주겠다는 열정이 있다면 자연스럽게 글로벌 콘텐츠로서도 접점이 생길 것"이라고 강조했다.

▲ 이동훈 엔터미디어 픽처스 대표 ⓒ 이동훈

<더 굿닥터>의 현지 반응이 뜨겁다. 평균 시청률도 2%대로, 미국 내 성공 기준이라 불리는 1.5~2%를 넘겼다. 성공 비결은 무엇이었나.

"왜 <굿닥터>를 미국에서 리메이크하려고 했는지를 말하는 게 답이 될 것 같다. 2013년 처음 <굿닥터> 피칭을 듣고 당시 미국에서는 찾아보기 어려운 따뜻함을 가진 이야기라는 생각이 들었다. <굿닥터>를 통해 따뜻한 이야기, 사회의 다름을 인정할 수 있는 이야기를 할 수 있다고 생각한 것이 맞아떨어진 것 같다. 트럼프 정부도 한몫했다고 생각한다. 이 정부는 '다름'을 인정하지 않는, 어떻게 보면 우월주의와 차별적 속성을 가진 정부인데 <더 굿닥터>는 그 대척점에 서 있지 않나."

<굿닥터>의 판권 판매 소식이 일찌감치 들렸던 것에 비해 몇 년간 방송사의 선택을 받지 못했다. 

"처음 파일럿 대본을 써 달라고 요청한 것은 미국 CBS(<크리미널 마인드>, <NCIS> 등 드라마 속에서 한 팀을 이루는 주인공들이 한 회 안에 사건이 해결되는 에피소드 형식을 선호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기자 주)였다. 그런데 막상 방송사의 특성에 맞춰 써 놓고 보니 <굿닥터>만이 가진 특징이 많이 마모된, CBS에서 봐도 별 재미가 없는 대본이 나왔다. 그래서 결국 파일럿 프로덕션 오더(파일럿 대본으로 1~2회분의 드라마를 만드는 것. 파일럿으로 방영된 신작 중 몇 편만이 '풀 시즌 오더'를 받는다-기자 주)는 받지 못했다.

미국에서는 한 번 방송국의 손을 탄 대본은 다시 채택될 확률이 거의 없다. 그럼에도 대니얼 대 킴(미국 드라마 <로스트>로 알려진 한국계 배우, <더 굿닥터>의 공동 제작을 맡았다-기자 주)과 새로운 작가를 물색하면서 기획 개발에 힘쓴 결과 <하우스>의 데이비드 쇼어 작가와 함께할 수 있었다."

<더 굿닥터>를 보면 의식적으로 등장인물들의 인종이나 성별을 고르게 분배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사실 그게 실제 미국의 모습에 가깝다. 하지만 미디어에선 그렇지 않았던 거다. 어느 작품에서도 어쨌건 백인이 주류를 차지하지만, 실제 생활 속에서 보면 어느 곳을 가든 '다민족 다문화' 사회다. 매회 9백만에서 천만 명이 넘는 시청자가 <더 굿닥터>를 실시간으로 봤고, 지연 시청자수까지 더하면 1500만에서 2천만에 가까웠다는 건 그만큼 <더 굿닥터> 속 모습에 시청자가 공감했다는 이야기가 아닐까 생각한다."

<더 굿닥터>의 성공 덕분에 한국 드라마에 대한 시선도 달라졌을 것 같은데.

"<굿닥터>는 그 자체로 세계 어디서든 공감할 수 있는 이야기였다. 박재범 작가도 스스로가 믿는 이야기를 바탕으로 썼을 뿐 특별히 해외 진출을 겨냥한 것은 아니었을 것이다. 다만 <더 굿닥터> 덕분에 한국 드라마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 것은 사실인 것 같다. 처음 <굿닥터>를 방송사에 소개할 때엔 열 분 정도 만나면 한 분 정도 (원작을) 볼까 말까 했다. 하지만 이제는 '또 다른 <더 굿닥터>가 나올 지도 모른다'는 생각으로 일단 피칭하면 다 찾아서 본다."

▲ 미국 ABC <더 굿닥터>의 한 장면 ⓒ ABC

에피소드 위주인 미국 드라마와 달리, 한국 드라마는 연속적인 전개를 보여주는 경우가 많다. 

"미국과 달리 한국 드라마는 복합장르인 경우가 많아서 이상하게 보는 경우도 있다. 하지만 이 복합장르 중 어떤 부분을 극대화해서 보여주느냐에 따라서는 장점으로 작용할 수 있을 것 같다. 폭스 채널의 <엠파이어>라는 드라마를 보면 불치병이나 후계자 싸움 같은 소재가 등장하는데, 첫 시즌에서 히트를 쳤다. 그 전까진 미국에서 소프 오페라(통속드라마)적 면모가 잘 받아들여지지 않았는데, <엠파이어>의 성공을 통해 사람들의 생각이 바뀌었다. 이런 요소를 가장 잘 갖고 있는 게 한국 드라마다. 소재만 제대로 찾아 현지화할 수 있는 아이디어를 더한다면 충분히 기회가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시즌제가 기본인 미국과는 달리 한국은 대부분 미니시리즈다.

"그게 관건이다. 한국 드라마를 미국에 피칭할 때 꼭 '과연 시즌 5, 100 에피소드까지 갈 수 있겠는가'를 판단해야 한다. 처음과 끝이 명확한 한국 드라마를 원작으로 어떻게 시즌 5, 100 에피소드까지 그려갈 수 있는지 고민해야 한다. 그런 부분을 피칭 단계에서부터 명확하게 이야기하지 않으면 안 된다. 미국에선 매해 방송국마다 평균 400편씩 피칭을 받는데 결국 풀 시즌을 방영하는 것은 2~3편에 불과하다. 그 과정에서 방송사가 지출하는 금액은 1천억원씩은 될 텐데, 시즌 5까지만 유지돼도 그 이상의 수익을 만들 수 있다는 의미다."

최근 한국에서도 시즌제 드라마를 제작하려는 움직임이 있다. 미국의 상황에 비추어 봤을 때 시즌제 드라마가 수익구조 개선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 생각하나.

"개인적으로는 10년 전부터 시즌제를 전면적으로 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방송사에서 시청률이 7~8%정도만 되면 기본적으로 시즌을 이어가는 게 낫다고 판단해야 한다. 그랬다면 지금 이 시기에 드라마 산업이 이렇게 허덕이지 않았을 것 같다. 미국도 시청률이 높아 시즌을 이어가는 게 아니다. 기본 시청률만 나와도 수익을 낼 수 있다고 본다. '배우들이 시즌제 드라마를 하지 않으려고 한다'고도 말하는데 그건 어떻게 설득하느냐의 문제다. 매년 촬영 시기를 미리 정해놓기만 하면, 그 작품에 참여하는 사람의 일터가 일정 기간은 늘 보장되는 것 아닌가. 그런 점을 잘 설명한다면 굳이 하지 않을 이유가 있겠나."

방송사와 제작사 간 저작권 소유 문제나 수익 분배 문제도 중요할 것 같다.

"맞는 말이다. 미국은 방송사가 '제작사가 위험을 모두 떠안으니 저작권도 가져 가라'고 하는데, 한국의 경우는 (방송사가) 가져가지 않나. 그렇다면 제작사에 제작비를 100% 주는 게 맞다고 본다. 그런데 한국에선 제작사가 창의적인 부분도 고민하고 제작비도 직접 마련해야 한다. 스트리밍이 강세로 떠오른 상황에서는 저작권이 더더욱 중요하다."

▲ KBS 새 수목드라마 <슈츠> 포스터 ⓒ KBS

25일 KBS에서 첫 방송되는 미국 드라마 리메이크작인 <슈츠> 제작을 맡았다. 어떤 기준으로 원작을 선택하고, 현지화하려 했나.

"미국의 현실을 보고 <굿닥터>를 선택했던 것처럼 한국의 실정을 정확히 알아야 한다. <슈츠>에는 일단 브로맨스가 있고, 가족을 위해 가짜로 변호사가 된 주인공의 사연도 있다. 여기에 이 인물이 천재적 면모를 가졌다. 이런 부분을 고려했을 때 한국에서 해도 괜찮을 드라마라고 봤다. 다만 미국과 한국은 법체계도 다르고, 로맨스적인 부분도 미국 시청자와 한국 시청자가 바라는 게 다르니 보완이 필요했다. 또 장동건과 박형식 두 배우의 브로맨스만 잘 구현된다면 나머지 부분은 부수적으로 따라올 것 같아 그런 부분을 중심으로 고려했다."

<더 굿닥터>와 <슈츠> 외에도 2013년 SBS에서 방영된 <별에서 온 그대>를 미국에서 리메이크하기 위한 작업도 진행 중이라고 알고 있다.

"<별에서 온 그대>외에 다른 드라마도 두세 개 정도 개발하고 있다. <별에서 온 그대>의 경우엔 400년을 걸쳐 한 사람만을 사랑하는, 클래식한 사랑 이야기라는 점이 좋았다. 미국의 슈퍼히어로는 지구를 지키는데 <별에서 온 그대>는 사랑하는 사람을 위해 자신의 모든 능력을 쏟아내는 슈퍼히어로가 나오는 게 차별화된 부분이다. 아주 오래 전 미국엔 있었지만 지금은 없는 이런 이야기들을 다시 선보이면 좋겠다고 생각하면서 진행하고 있다."

앞으로도 이 같은 리메이크 작업이 활발하게 진행될까.

"작가나 감독들이 해외 진출을 염두에 두고 작품을 만드는 건 옳지 않다고 본다. 그보다는 한국 관객에게 새로운 것을 보여주는 것 자체에 열정을 가졌으면 좋겠다. 지금까지 한국 드라마에서 보여주지 못한 부분이 무엇인지 고민하다 보면 자연스럽게 글로벌 콘텐츠로서도 접점이 생길 거라 생각한다. 그리고 (리메이크) 제안이 온다면 일단 깊이 생각하지 않고 도전해보는 것도 필요하다. 드라마는 개발 기간이 짧아 대개는 1년 안에 승부가 나니까, 계약도 1년 정도인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런 점을 감안해 적극성을 갖고 빨리 진행해보는 것도 좋다." 


이미나 기자  neptune@pdjourna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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