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참시' 보도에 '세월호 장면' 또 노출한 언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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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중요시하는 보도 관행 탓, 충격받은 대중 향한 배려 '실종'

▲ MBC <전지적 참견 시점>이 '세월호 희화화 논란'에 휩싸인 후, 언론은 1,100건이 넘는 기사를 쏟아냈다. ⓒ MBC

[PD저널=이미나 기자] 지난 주 불거진 MBC <전지적 참견 시점>(아래 <전참시>)의 세월호 참사 희화화 논란은 많은 이들에게 충격을 안겼다.

당장 출연진인 개그맨 이영자가 녹화에 참여할 수 없다는 뜻을 밝혔고, 결국 <전참시>는 2주 결방을 결정했다. MBC도 두 차례에 걸쳐 사과문을 발표하고 외부 인사가 참여한 진상조사위원회를 꾸려 경위 파악에 나섰다. (▷ 관련 기사: '전참시', 결국 2주 결방...방심위 "최악의 사태")

언론의 관심도 쏠렸다. 논란이 본격적으로 불거진 지난 7일부터 14일 오후까지 포털 사이트 네이버에는 1,100건 가량의 기사가 게재됐다. 그러나 이 기사들에서도 MBC에서 사용한 문제의 장면을 재사용하고 있어 또 다른 피해를 양산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일단 노출량부터가 압도적이다. 지난 5일 <전참시>에서 '세월호 참사' 장면이 노출된 시간은 약 2초 남짓이다. 그러나 1,100건 가량의 기사 중 대부분은 해당 장면을 캡처해 사용했다. 이번 논란을 다룬 기사를 통해 문제의 장면을 계속해서 접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이는 실시간 검색어 기사를 쏟아낸 인터넷 매체들뿐만 아니라, <조선일보> <한겨레> 등 주요 일간지도 마찬가지였다.

지난 10일 <조선일보>는 '어묵 먹는 장면에 세월호 화면이?'라는 제목의 기사를 통해 <전참시>에서 세월호 참사 희화화 논란이 일었으며 제작진과 최승호 사장 등이 사과했다는 소식을 전했다. 지면으로도 발행된 이 기사에서 사용된 사진은 <전참시>에서 사용된 화면과 그 화면의 원본인 세월호 참사 당시 속보 화면을 병렬한 것이었다.

9일 <동아일보>, <경향신문>, <한국일보> 등도 <전참시>에서 사용한 합성 사진을 그대로 사용했다. <경향신문>의 경우 후속 보도에서는 이미지를 제외하고 글로만 소식을 전했으나, <한국일보>는 계속해서 같은 사진을 썼다.

▲ MBC <전지적 참견 시점>의 '세월호 희화화 논란'을 보도한 기사들은 대부분 문제의 장면을 기사 내에 넣었음을 알 수 있다. (해당 장면이 다시 노출되는 것을 피하기 위해 이중으로 모자이크 처리함) ⓒ PD저널

제작진의 윤리 의식에 문제가 있었음을 지적하는 기사들에서도 이 사진 사용은 예외가 아니었다.

'제작진 중 일부가 세월호 참사 당시 속보 화면을 사용하는 것을 인지하고 있었다'는 <한겨레>의 10일 기사나 "방송 윤리를 떠나 사람이라면 갖춰야 할 최소한 도리마저 저버린 심각한 문제"라고 질타한 <오마이뉴스>의 9일 기사에서도 같은 사진이 사용됐다. 

'그림'을 중요시하는 언론의 보도 관행으로 잘못된 정보가 확산되기도 했다.

지난 10일 방영된 YTN <이브닝8뉴스>는 '뉴스첵첵' 코너에서 <전참시>의 세월호 희화화 논란을 조명했다. 이 과정에서 YTN은 제작진이 의도성을 가졌을 것이라는 의혹이 제기된다며 제작진의 휴대폰 메신저 대화 내용을 유추해 방송했다.

YTN이 가공한 화면에는 <전참시> 제작진이 휴대폰 메신저 단체 대화방에서 '세월호 참사 관련 화면을 사용해도 되느냐'는 대화를 나눈 것처럼 표현됐으나, MBC는 11일 "현재까지의 조사과정에서 밝혀진 바로는 단체 카톡방에서 세월호를 언급한 대화는 존재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YTN 화면의 근거가 된 것으로 보이는 같은 날 <한겨레>의 보도에도 "FD들끼리도 세월호 자료를 넣어도 되냐 논란이 있었"다고만 했을 뿐, 해당 대화방에서 실제 세월호 참사를 언급했다고 적시한 것은 아니었다.

하지만 이 화면이 담긴 영상은 지금까지도 YTN 홈페이지에 남아 있을 뿐만 아니라, <중앙일보>의 온라인판 기사 등에서 해당 화면이 인용됐다.

▲ 10일 YTN <이브닝8뉴스>는 <전지적 참견 시점> 제작진들의 대화 내용을 가공해 방영했다. MBC는 11일 해당 보도가 사실이 아니라고 밝혔으나, 이 화면은 온라인 상에서 실제 제작진의 대화 내용인 것처럼 유포되고 있다. ⓒ YTN

<전참시> 문제의 화면을 별다른 여과 장치 없이 반복해 사용하고, 심지어 이 화면을 기반으로 2차 가공물까지 만들어내는 현상은 언론이 정작 세월호 참사나 해당 장면의 사용으로 충격을 받은 이들은 고려하지 않은 처사라는 지적이 나온다.

이종임 문화사회연구소 박사는 "(<전참시>의 세월호 희화화 논란에 대해) 문제의식을 담은 기사가 생산되고는 있지만 이미지 언어가 가진 문제점은 간과하고 있는 게 아닌가 싶다"며 "독자가 '사실'을 이해할 수 있기 위해 그 근거로서 이미지를 사용하는 것에만 집중하는 보도 관행의 문제도 있다"고 말했다.

정슬아 한국여성민우회 미디어운동본부 사무국장은 "계속 해당 화면을 보여주면서 문제가 확대·재생산되고 있다"며 "'세월호 참사'를 다룬, 그것도 혐오나 비하 정서가 담긴 장면이 왜 걸러지지 않고 사용됐는지부터 방송사가 과거 내놓았던 재발 방지책이 제대로 작동하고 있는지, 방송사가 이 문제를 해결한 의지가 있는지 등을 다루는 일이 먼저"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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