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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작 중단 1년 만에 '어머니와 사진사' 방송, 기적 같아"

김만진 'MBC스페셜' PD 휴가 내고 제작 이어가..."언젠가 방송 될 것이라고 믿어" 이미나 기자l승인2018.06.12 15:47: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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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머니와 사진사' 김만진 PD(사진 맨 왼쪽)과 킴 뉴턴(사진 맨 오른쪽)의 모습. 지난해 6월 킴 뉴턴이 문재인 대통령을 만난 뒤 일산 호수공원에서 촬영한 것으로, 이날 촬영분은 본 방송의 엔딩 장면에 쓰였다. ⓒ 김만진 PD

[PD저널=이미나 기자] 6월 항쟁 30주년이었던 지난해 당시 경영진의 탄압으로 제작이 중단된 MBC스페셜 <어머니와 사진사>가 우여곡절 끝에 11일 방영됐다.

<어머니와 사진사>는 1987년 6월, 연세대 앞에서 최루탄을 맞고 사망한 고 이한열 열사의 어머니 배은심 여사와 독재타도를 외치며 거리로 나선 한국인들을 취재했던 킴 뉴턴 미국 애리조나대 교수의 시선을 교차하며 1987년 전국적으로 퍼진 민주주의의 물결이 지금의 한국 사회에 어떻게 와 닿아 있는지를 그렸다.

<어머니와 사진사>를 연출한 김만진 PD는 과거 경영진의 석연치 않은 제작 중단 지시에도 휴가를 내고 사비를 들여가며 <어머니와 사진사> 촬영을 이어 왔다. 처음부터 함께 해왔던 촬영 감독도 기꺼이 동참했다. 이 과정에서 징계를 받고 외주제작 프로그램을 관리하는 부서로 쫓겨 가기도 했지만, 김만진 PD는 "언젠간 방송할 수 있을 것"이라는 희망을 놓지 않았다.

방송 다음날인 12일 전화로 만난 김만진 PD는 "(제작을 마치기까지) 많은 일이 있었기 때문인지 방송을 마쳤다는 현실감이 없다. 기적 같은 일"이라고 말했다.

-주인공으로 1987년 6월 항쟁을 취재한 외신기자 출신을 내세웠다.

그동안 제작된 6월 항쟁 다큐멘터리와 차별화하려면 한국 사람들의 관점에서 (6월 항쟁을) 보는 것만으로는 부족할 것 같았다. 그러다 '타자의 시선'을 가져와야겠다고 생각했다. 당시 박근혜 대통령 탄핵 촉구 촛불집회가 열릴 때였는데, 과거 민주화 항쟁 당시 현장에 있던 사람이 이 현장에 다시 왔을 때 지금의 모습을 어떻게 받아들이는지를 담는다면 새로운 방식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봤다.

그 중에서도 이한열 열사의 영정을 든 우상호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배우 우현의 사진을 찍은 킴 뉴턴이 낙점됐는데.

당시 한국에 파견나온 외국인, 잠시 한국에 이주했다 돌아간 사람 등 여러 안이 있었는데 당시의 자료를 갖고 있고, 기억도 선명할 사람은 아무래도 기자일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SNS와 국회도서관의 당시 기사 바이라인을 뒤져 12명으로 목록을 추렸다. 그 중 킴 뉴턴은 자신이 취재한 6월 항쟁 사진을 7천장가량 갖고 있다고 했고, 다른 조건에도 들어맞는 인물이었다. 이메일을 주고받다가 실제로 전화 인터뷰를 했는데, 역시 적임자라는 생각이 들었다.

킴 뉴턴이 진짜 다큐멘터리를 만들려는 게 맞냐며 제작진을 의심하기도 했다고.

그랬다. 후배 외신기자들을 통해 내가 MBC 소속이 맞는지 확인도 했다고 한다. 30년 만에 처음으로 한국에 오던 날, 공항에서 악수를 하는데 '실재하는 사람이 맞구나!'고 말하더라. (웃음) 전화로 목소리를 들으니 내가 사기꾼은 아닌 것 같고, 나름 신원조회도 해 봤지만 한국에 올 때까지도 조금은 의심을 했던 것 같다. 그래도 다음날 호텔에서 촬영을 시작하면서 보니 '진짜 열심히 해보겠다'고 마음먹은 듯했다.

▲ 지난해 6월 9일 연세대학교에서 열린 고 이한열 열사 30주기 추도식에서 다시 만난 킴 뉴턴과 배우 우현, 우상호 의원 (왼쪽부터)이 이한열 열사 기념비 앞에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 정태원

하지만 그 당시 이미 MBC 경영진이 제작 중단 지시를 내리지 않았나.

킴 뉴턴의 입국 사흘 전인 2월 28일에 제작을 중단하라는 통보를 받았다. 김장겸 사장이 취임하고, 본부장 인사가 있던 날 아침이었다. 하지만 모든 일정을 다 조정한 킴 뉴턴에게 '우리 사장이 바뀌어서 제작이 취소됐다'고 말할 수가 없지 않나. 결국 동료들에게 '이게 징계 사유가 된다면 어쩔 수 없다'고 말하고, 예정대로 공항으로 갔다. 언젠가는 방송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지만, 킴 뉴턴에게 사실대로 말할 수 없어 (촬영하면서도) 마음이 무거웠다. 결국 그가 돌아간 뒤에 상황을 설명하는 장문의 메일을 보냈다. 상당히 충격을 받았다고 하더라.

이후 징계를 받고, 타 부서로 전출되기도 했지만 <어머니와 사진사> 제작을 포기하지 않았다. 그 과정에서 지난해 6월에는 킴 뉴턴이 문재인 대통령을 만나 제작을 이어갈 수 있도록 해 달라는 편지를 건네기도 해 화제가 됐는데.

그땐 내가 다른 부서에 있어 휴가를 내고 제작을 계속했다. 처음부터 <어머니와 사진사>에 함께했던 촬영감독도 꼭 이 프로젝트는 끝내고 싶다고 했고, 내 사비를 들여 같이 하게 됐다. 그러던 중 문재인 대통령을 만난 킴 뉴턴이 편지를 준 건데, 그 직후 (제작 중단 지시를 했던) 경영진 중 일부가 '<어머니와 사진사> 지금 살릴 수 있냐'는 이야기를 했다더라. 건너건너 이야기를 들어 봤는데 진짜 하고 싶었던 게 아니라 자신들의 정치적 목적 때문이라는 생각이 들어 내키지 않았다. 시기적으로도 이미 6월 중순이라 적당한 때도 아니었다.

결국 경영진이 교체되고 올해 MBC스페셜 라인업을 정비하면서 <어머니와 사진사> 편성이 확정됐다.

지금 <MBC스페셜> 담당 부장인 이우환 PD가 돌아오고, 나도 원래 부서로 복귀하면서 '반드시 편성할 테니 준비하라'는 이야기가 나왔다. 그 사이에 영화 <1987>이 개봉했는데, 그걸 이우환 PD가 보고 와서는 <어머니와 사진사> 외에 6월 항쟁을 소재로 다큐멘터리를 하나 더 만들었으면 좋겠다며 나에게도 권하더라. 그렇게 만들어진 게 지난 2월 방영된 <당신의 1987>인데 결과적으로 <어머니와 사진사>의 1편 격이 됐다. <어머니와 사진사>를 준비하면서 MBC가 갖고 있는 6월 항쟁 관련 자료를 다 봤을 정도로 공부가 돼 있어서 가능한 일이었다.

제작 기간이 길어지면서 당초 기획했던 것에서 추가되거나 수정된 부분은 있나.

<당신의 1987>을 만든 것부터가 처음 기획과는 달라진 부분이다. 또 <어머니와 사진사>의 처음 기획의도는 배은심 여사의 시선과 킴 뉴턴의 시선을 교차하는 것이어서 탄핵 촉구 촛불집회와 탄핵 반대 태극기 집회 장면이 많았다. 지난해 방영이 안 되면서 집회 장면은 더 이상 새롭지 않아 우석훈 교수 부분이 추가됐다. 영화 <1987>을 킴 뉴턴의 동료 교수나 학생들에게 보여준 것도 추가된 부분인데, <당신의 1987>을 제작한 덕분에 도움을 많이 받았다.

11일 방송이 나간 뒤 킴 뉴턴이나 배은심 여사로부터 반응이 있었나.

배은심 여사님은 아들이 나온 영화도 못 보시는 분이니까, 아마 <어머니와 사진사>도 못 보셨을 것 같다. 오늘 연락해 인사를 드릴 생각이다. 킴 뉴턴은 얼마 전에 한국에 왔다 갔는데, 그동안 나 외에도 한국에서 아는 사람들이 생겨서 카카오톡을 깔았더라. (웃음) 어제 방송 이후 그 친구들로부터 메시지를 많이 받았다며 나에게 카카오톡 메시지를 보내 왔다. '빨리 보고 싶다'며 방법을 물었다.

▲ 고 이한열 열사의 어머니 배은심 여사 ⓒ MBC

북미 정상회담이나 지방선거 등 이슈가 많은 기간에 방송돼서 그런지 준비한 만큼 시청률은 안 좋았던 것 같다. 아쉬울 법도 한데.

어쩔 수 없지 않나. 그렇다고 월드컵 개막 이후에 방송할 수도 없고, 지난주에 방송할 수도 없는 일이었다. 회사에서 좋은 시간대에 재방송을 편성해 주고 싶어 하긴 하는데, 월드컵이 곧 개막해 어떻게 될지 모르겠다.(웃음)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사실 시청률보다도 그때를 직접 겪지 못한 중고등학생들이 많이 봤는지, 봤다면 반응은 어떤지가 궁금하다. 나만 해도 6월 항쟁 당시 고등학교 1학년이었는데, 머리로는 시위의 의미를 이해했지만 행동하지는 않았다. 그래서 1987년 6월 하면 자꾸 토요일마다 학교에서 '시내 나가지 말고 집에 가라'며 일찍 수업을 끝내줬던 것, 신나서 친구들과 당구를 치러 간 일, 그 당구장 창문 너머로 구호를 외치며 지나가는 시위대의 모습이 가장 선명하게 기억난다.

그런 내가 <어머니와 사진사>를 만들 수 있었던 것은 대학 선배들에게 6월 항쟁 이야기를 듣고, 회사에 들어와 <이제는 말할 수 있다>, <PD수첩> 조연출을 한 경험 덕분이다. 가수들이 민정당 전당대회에서 '베사메무초'를 부른 장면을 넣은 것도 대학교 때 선배들에게 들은 이야기가 떠올라 찾아 쓴 거다. 그 외에도 촬영은 했지만 본 방송에 쓰지 못한 장면들이 많다. '언젠가는 써야겠다'는 생각으로 보관하고 있다.


이미나 기자  neptune@pdjourna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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