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UPDATE : 2018.9.23 일 17:21

조선일보의 오만, 언제까지 참아야 하나

오보 잇따르지만 정정보도엔 인색... 정부, 언론 불간섭주의 재고해야 김창룡 인제대 신문방송학과 교수l승인2018.06.26 14:55:26

크게

작게

메일

인쇄

신고

[PD저널=김창룡 인제대 신문방송학과 교수] TV조선이 최근 방송통신심의위원회로부터 ‘주의’를 받았다. TV 조선이 대선 후보 당시 광주 경선장과 서울 고척돔에서 열린 경선장의 영상을 하나로 합쳐 마치 한자리에서 이루어진 것처럼 왜곡보도를 했다는 것이다. TV조선과 조선일보의 왜곡보도‧오보는 정부와 김정은 위원장을 비난하는 뉴스라면 두 영상을 교묘하게 편집, 왜곡까지 시도할 정도다.

2018년 봄, 남북 정상회담과 북미 정상회담에 따른 급변한 한반도 평화시대에도 소위 보수언론을 자처하는 조중동은 ‘냉전시대의 시각’과 ‘대결 대립 구도’에서 한발짝도 벗어나지 못했다. ‘CVID'‧’한미동맹‘을 거론하며 “또 속았다”, “또 퍼준다”고 비판했다.

‘근거없는 비난’을 ‘정권에 대한 정당한 감시’로 포장했다. ‘익명의 취재원’을 동원해 ‘문재인 정부를 비난하고 북한을 악마화’하면서 ‘취재원 보호’를 내세웠다. 사실(fact)은 존중받지 못했고 ‘믿거나 말거나’식 주장(opinion)만 풍성했다. 선두에 <조선일보>가 있다. TV조선과 쌍끌이처럼 한반도 평화의 시대를 거부하는 몸짓으로 과감한 오보도 서슴없이 해낸다.

‘조선일보식 저널리즘’은 조중동만 견인하는 것이 아니라 다른 신문과 방송에도 영향을 미친다. <조선일보> 보도를 기준으로 삼는 국내 언론은 많다. 심지어 <조선일보> 오보를 그대로 따라하는 자존심도 없는 언론도 종종 있다.

'조선일보식 저널리즘‘의 첫 번째 특징은 ’북한을 악마화‘ 하는 것이라면 저널리즘의 가장 중요한 요소인 검증도 생략한다는 점이다. 2013년 5월 13일 TV조선 <장성민의 시사탱크>는 5‧18은 북한군이 개입해 일으킨 사건이라는 주장을 여과 없이 보도했다. 탈북자 출신이자 전 북한 특수부대 장교 임천용은 이날 방송에서 “600명 규모의 북한 1개 대대가 (광주에) 침투했다”고 주장했다.

임씨의 주장은 반론도 없이 1시간 내내 방송됐다. 근거없는 일방의 주장을 방송에서는 하지 못하도록 방송법이 엄격하게 금지하고 있다. TV조선이 방송법을 몰라서 이렇게 방송하는 것이 아니다.

TV조선이 이렇게 보도하니 이틀 뒤 채널A는 더 세게 나왔다. 채널A <김광현의 탕탕평평>은 당시 북한군으로 광주에 ‘남파’됐다는 탈북자 김명국(가명)의 인터뷰가 방송됐는데, 김씨는 “북한 특수부대원들이 1980년 5월 21일 배를 타고 광주 인근 바닷가에 도착해 시민군 행세를 했으며 작전을 마치고 후퇴할 때는 남한 특전사를 공격하기도 했다”고 말했다. 방송이 거짓말, 불신의 경연장이 됐다.

과거 사건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다. 2018년 6월 TV조선 '북한 풍계리 취재비 1만 달러 요구', '풍계리 폭파 안 해' 등의 기사도 오보로 드러났다. JTBC 등 타 방송사가 ‘오보’라고 밝혀 시청자들은 알게 된 것이다.

▲ 지난 5월 19일 TV조선 <뉴스7>에서 보도한 '북 미 언론에 풍계리 폭파 취재비 요구' 화면 갈무리.

‘조선일보식 저널리즘’의 두 번째 특징은 ‘익명의 취재원’을 내세워 스스로 뉴스의 신뢰도를 떨어뜨린다는 것이다. 북한이 평화와 대화를 빌미로 돈을 요구했다는 내용의 TV조선 보도는 2017년 2018년 반복해서 나왔다. TV조선은 지난해 12월 11일 <문 정부 비밀 대북 접촉…"대화 요청에 북 80조원 요구">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2017년 10월말 정부 고위당국자가 북한 사정에 정통한 인사를 만나 대북 접촉을 요구했고, 이 인사가 북한 고위급 인사를 만나 대화 재개 의사를 전달하자 북측이 대화 용의를 밝히며 80조원 규모의 자금을 요구했다는 내용을 보도했다.

‘정부 고위당국자’ ‘정통한 인사’ ‘북한 고위급 인사’ 등 익명의 취재원을 내세운 추측성 보도다. 이런 보도로 북한을 비난하고 아울러 문재인 정부도 비난하는 일거양득의 이득을 <조선일보>는 노리고 있는 것이다. ‘풍계리 취재비 1만 달러’요구도 오보 지적을 받자 TV조선은 ‘복수의 취재원’을 내세웠다. ‘익명의 취재원’을 언론자유 남용의 도구로 악용하고 있는 모습이다.

최근 국방부가 남북 장성급 회담에서 북한에 천안함 ‘폭침’에 대한 사과를 요구하려 했으나 청와대와 통일부 협의 후 언급하지 않기로 했다는 <조선일보> 보도도 청와대의 반박을 받았다. 천안함 건은 처음부터 회담의 의제에 없었다는 것이 청와대 반박의 요지이다. 그러나 기사를 쓴 <조선일보> 기자는 ‘복수의 취재원에 확인한 내용’이라고 주장했다.

조선일보는 2017년 윤리강령 보도 가이드 라인을 개정하면서 ‘모든 기사는 원칙적으로 출처와 취재원을 밝힌다’고 명시했다. 물론 익명으로 표기할 경우도 상세하게 부연하고 있다. 10개 이상의 예외조항을 만들어 ‘출처와 취재원을 밝힌다’는 대원칙이 무색해졌다.

조선일보식 저널리즘의 세 번째 특징은 오보로 확인되더라도 오보로 인정, 보도하는 데 매우 인색하다는 점이다. 1986년 11월 16일 <조선일보>는 ‘김일성 사망’ 오보를 추측으로 보도했다. 조선은 ‘주말의 동경 급전...본지 세계적 특종’이라며 자화자찬까지 했다.

자존감도 없는 타언론사들은 조선의 오보를 따라 다음날 호외까지 발행했다. 그러나 <조선일보>와 오보를 받아쓴 다른 언론은 바로 다음날 평양공항에서 몽고주석을 맞이하는 김일성 모습에 아연했다. 하지만 정정보도는 이후에도 없었다.

2013년 8월에는 현송월 단장 등 북한 유명 예술인 10명이 음란물을 제작해 공개 총살됐다고 보도한 바 있다. 죽었다던 현 단장이 2018년 평창동계올림픽을 위해 북한 예술단을 이끌고 남한을 방문했을 때도 <조선일보>의 정정보도는 없었다.

‘조선일보식 저널리즘’은 줏대없는 한국 언론을 집단적으로 망하게 한다. 사실보다 주장이 앞선다. 검증은 없고 추측성 보도가 난무하며 문제가 될 경우 ‘복수의 익명 취재원’을 내세워 뭉갠다. 정정보도에는 인색하고 오보는 과감하다. 이런 행태가 반복돼 관행이 됐고 전통이 돼 저널리즘의 기본을 훼손했다. 한국 언론 전체를 몰락시킨 주범이다.

한국언론진흥재단은 영국 옥스퍼드대학교 부설 로이터저널리즘연구소의 '디지털 뉴스 리포트 2018' 데이터를 활용해 한국을 중심으로 추가 분석한 결과, 한국의 뉴스 신뢰도는 25%로, 37개국 중 37위를 차지했다. 조사 대상 37개국 전체 응답자의 뉴스 신뢰도 평균은 44%였다. 연령대별로 보면 국내 25~34세의 뉴스 신뢰도가 16%로 가장 낮았다. 55세 이상은 31%로, 25~34세보다 약 2배 높은 신뢰도를 보여줬다고 한다.

젊은 층이 상대적으로 뉴스에 대한 신뢰도가 낮다는 것은 심각하게 받아들여야 한다. 응답자의 불과 5%만이 언론사에 직접 접근하고 77%가 포털 등에 의존하고 있다는 것은 갈수록 언론사의 존재감이 약화되고 있다는 의미다.

뉴스 신뢰도 하락은 <조선일보>만의 문제가 아니다. 그러나 국내 최대 부수를 여전히 자랑하고 타언론사에 비해 영향력과 전파력이 월등한 <조선일보>가 보다 책임감있는 취재와 보도 행태를 보여주는 데서 언론의 신뢰 회복이 출발해야 하지 않을까.

영국은 1990년 언론자율규제기구인 언론불만처리위원회 (PCC, Press Complaints Commission)를 만들었지만 자율규제의 한계를 극복하지 못하고 2014년 문을 닫았다. 대신 보다 강력한 언론자율규제기구가 필요하다는 사회적 공감대와 함께 정부가 나서서 언론표준기구 ( IPSO, The Independent Press Standards Organisation)를 2014년에 출범시켰다.

IPSO는 각 언론사 윤리강령 준수 여부를 자체조사하며 언론 불만처리 문제를 전문적으로 다툰다. 필요시 연간 윤리강령준수보고서를 요청할 수 있으며 모니터 작업도 병행한다. IPSO는 정정보도나 불리한 평결을 눈에 띄게 게재할 것을 요청할 권한을 가지며, 윤리강령 위배가 구조적이고 심각할 경우 과징금까지 부과할 수 있을 정도로 권한이 강화됐다.

▲ 지난 4월 25일 TV조선 사옥 앞에서 TV조선 기자들이 경찰의 압수수색 시도에 반발하며 대치하고 있는 모습.ⓒ뉴시스

자유와 독립은 자율규제와 절제 위에서 존재한다. 언론자유는 절대적 자유가 아니다. ‘조선일보식 저널리즘’은 타율규제의 필요성을 강변하고 있다. 문재인 정부는 언론불간섭주의로 인내하고 있다. 청와대 대변인이 사사건건 조선의 오보 논란에 해명하는 모습에서 여전히 한국에서 통하는 ‘조선일보식 저널리즘’의 오만을 본다. 정부는 언제까지 인내할 수 있을까.


김창룡 인제대 신문방송학과 교수  webmaster@pdjournal.com
<저작권자 © PD저널,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인기기사

기사 댓글
0 / 최대 400byte

숫자를 입력해주세요

욕설등 인신공격성 글은 삭제합니다.
여백
여백
여백
기사제보광고문의불편신고개인정보취급방침청소년보호정책이메일무단수집거부
[158-715] 서울 양천구 목동 923-5번지 한국방송회관 10층l대표전화 : 02-3219-5613~5619l구독문의 : 02-3219-5618l팩스 : 02-2643-6416
등록번호: 서울, 아00331l등록일: 2007년 3월 5일l발행인: 류지열l편집인: 이은미l청소년보호책임자: 류지열
PD저널 편집국 : 02-3219-5613l광고 문의(PD연합회 사무국 · 광고국) : 02-3219-5611~2l사업제등록번호 : 117-82-60995l대표자 : 류지열
Copyright © 2018 피디저널(PD저널). All rights reserved. mail to webmaster@pdjourna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