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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타는 청춘’, 중년 예능의 저력

출연자들 인간적인 매력이 돋보이는 틈새 예능 김교석 대중문화평론가l승인2018.07.24 12:54: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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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D저널=김교석 대중문화평론가] SBS <불타는 청춘>을 처음부터 지켜보지 않았다. 그 이유는 몇 주 전 이하늘이 방송에서 말했던 것과 유사한 선입견을 갖고 있었던 탓이다.

그는 처음 섭외 연락을 받고 이 프로그램이 사실 옛날 사람들, 약간 한물간 느낌도 없지 않은 사람들 속에 들어갔을 때 다른 사람들이 어떻게 볼까 조심스러웠다고 했다. 물론, 첫 촬영 때 좁고 얕은 생각을 갖고 있었음을 반성했지만.

한 명의 시청자 입장에서도 마찬가지였다. 최소 마흔은 넘어야 출연을 할 수 있는 틈새 프로그램이다 보니, 정상급 MC와 ‘예능 선수들’이 출연하는 예능과는 거리가 멀어 보였고, 같은 채널에서 다음 요일에 방영하는 <로맨스 패키지>의 중년 버전처럼 느껴지기도 했다. 스스로 그 세상을 반갑게 지켜볼 만큼 중년이 아니라고 생각하기도 했거니와 중년들의 추억 놀이에 공감하는 자신을 마주할지도 모른다는 생각도 썩 달갑지 않았다.

그러나 김국진‧강수지를 축으로, 최성국, 김광규 등이 가세해 연애보단 본격 리얼 버라이어티의 진용을 갖추기 시작한 <불타는 청춘>은 겉모습과 달리 속은 달디 단 열대과일과 같은 예능이었다.

지난 두 번의 여행에서 김국진과 강수지가 신혼 휴가를 떠난 자리를 다함께 메우려는 평균 반 백 살 멤버들의 눈물겨운 웃음과 한결같은 우정은 단순히 함께 먹고 게임을 하는 일반적인 리얼 버라이어티와는 달랐다.

무엇을 하든 함께 준비했고 각자의 역할을 맡아 서로 조금씩 밀착해 빈자리를 메웠다. 밥을 해먹고, 간단히 게임을 하는 건 여느 예능 프로그램과 비슷하지만 서로를 존중하고 의지하는 관계와 편안하게 즐기는 분위기는 시청자들을 이들의 여행에 동참하도록 이끈다.

바로 이런 관계와 긍정적인 에너지가 장년층을 위한 틈새 예능을 꽤나 많은 관심을 갖고 지켜보는 이유다. <무한도전>이 종영한 이래 인간적인 정을 기반으로 실제 인물과 방송 캐릭터가 나뉘지 않는 채로 유사가족 형태를 꾸리며 늘 함께하고 싶은 에너지를 유지하는 예능은 <불타는 청춘>이 유일하다. 트렌드, 플랫폼, 등장인물이 하루가 다르게 급변하는 방송가에서 눈여겨볼 지점이다.

인간미는 오늘날 예능의 엘도라도와 같다. <나 혼자 산다>나 언제나 중박 이상을 터트리는 나영석 사단의 예능들이 그 예다. <불타는 청춘>의 경우 한계를 드러냈다고 여겨지는 장르에서 이런 매력을 품는다는 것이 흥미로운 일이다.

▲ 지난 17일 방송된 SBS <불타는 청춘> 방송 화면 갈무리.

<불타는 청춘>의 매력은 출연자들의 인간적인 면모에 있다. 기본적으로 캐릭터 쇼인데 출연하는 캐릭터의 색깔과 깊이가 설정이 아니라 세월을 녹여낸 것이라 남다르다.

최성국은 과거 박명수가 그랬듯 자신의 속된 욕망을 순수하게 드러내는 부동의 캐릭터로 자리 잡았고, 김광규와 김도균은 언제나 순수한 웃음을 선사한다. 매주 등장하는 새 친구들도 처음 만난 사람처럼 낯설지 않다. 그래서 누나, 오빠, 동생이란 호칭이 어색하지 않고, 자연스레 이끌리는 웃음소리에 따라 흐름이 이어진다.

눈물도 늘 등장하지만 전체적으로 보면 굉장히 단백하다. 관찰형 예능이 정상급 스타들이 사는 모습을 전시하고 어떤 모습을 부각하려고 애를 쓴다면, 이곳 출연자들은 결국 어떤 일을 하든 사람의 삶이란 게 크게 다르지 않다는 위로의 전달한다.

생각이 아니라 경험에서 오는 연륜과 여유가 이 프로그램만의 장점이다. 이는 비단 출연자들뿐 아니라 촬영지 마을 어르신들과의 관계에서도 드러난다. 넉넉한 음식 품앗이는 물론, 최성국과 김광규의 소 프로젝트 ‘한국인의 그냥 밥상’은 전혀 정제되지 않은 설정으로 시크하게 방송에 임하는 어르신들과 소통하며 웃음을 자아낸다. 이하늘이 말한 대로, 그냥 사람들이 있다. 어디에서도 살 수 없는 소중한 인연을 맺는 모습을 지켜보는 것만으로도 대리만족의 즐거움을 누릴 수 있다.

<불타는 청춘>도 물론 치열한 방송의 세계다. 새 친구 제도는 굉장히 살벌한 방송계의 단면을 보여준다. 10일 정도 안에 능력을 보여주지 않으면 다시 내려가야 하는 메이저리그나 NBA의 콜업보다 더 살벌한 기회이자 중년 방송인들이 재기할 수 있는 유일한 무대이기도 하다.

다만 새 친구에게 무조건 분량을 몰아주고, 캐릭터를 잡아준다. 최소한 기회는 제공하는 셈이다. 잡고 못 잡고는 운과 자신의 준비 여하에 달린 일이다.

최근 <불타는 청춘>은 지금까지 그래왔듯 반가운 재기 스타들을 발굴하는가 하면, 지금까지 예능에 얼굴을 거의 내비치치 않았던 새 친구들과는 결이 다른 송은이, 이하늘 등이 합세해 더욱 많은 이야기를 만들어 내고 있다.

다른 출연자들과 달리 예능 업계의 최전선을 누비고 있는 송은이는 <불타는 청춘> 촬영장만 오면 일하는 것 같지 않아서 '이렇게 해도 되나' 스스로 반문한다고 했다. 그간 여행 예능을 비롯해 굉장히 많은 방송 경험을 했지만 지금까지 개인적으로 특별히 소중하다거나 즐거운지는 몰랐다고 했다.

오랜 연륜에서 오는 편안함과 자연스러운 기운들, 인생에 굴곡을 경험한 선배의 배려와 인간적인 면이 녹아 있는 촬영장인 것 같다며 <불청>만의 분위기에 대한 소회를 밝혔다. 박선형의 말대로 오래된 신곡을 듣고 있는 느낌이다. 매주 매번 비슷한 이야기가 반복되지만 질리지 않고, 다시 찾고 싶은 기분은, 반 백살 예능이 가진 힘이 아닌가 싶다.

 

 

 


김교석 대중문화평론가  webmaster@pdjourna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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