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상파 ,넷플릭스에 1년 이상 '구작' 공급 추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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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 1년 이상 프로그램에 한해 방영권 제공 협상 진행... 견제 기조 속 실리 챙기기 해석

▲ 지상파가 넷플릭스에 제한적으로 제휴 가능성을 열어두기로 했다. ⓒ PD저널

[PD저널=이미나 기자] 지상파 방송사가 방송 1년 이상된 프로그램을 넷플릭스에 공급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넷플릭스에는 콘텐츠를 공급하지 않겠다는 기본 원칙은 지키면서도 이른바 '구작' 방영권 판매로 실리를 취하겠다는 전략이다.  

그동안 지상파 3사는 한국 시장에 진출한 넷플릭스와 적대적 관계를 유지해왔다. 

CJ ENM 등이 넷플릭스와 손잡고 긴밀하게 콘텐츠 제작과 제휴를 이어가고 있는 것과 달리 지상파는 넷플릭스와 거리를 뒀다. 글로벌 OTT에 콘텐츠를 팔기 시작하면 국내 콘텐츠 시장 잠식은 시간 문제라는 위기 의식이 컸다.  

그러나 지상파의 광고시장이 갈수록 위축되고 콘텐츠 유통 시장이 보완재로 부상하면서 견제 일변도였던 넷플릭스 대응 전략에도 수정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지상파 내부에서도 나온 것으로 보인다. 콘텐츠 사업자로서 넷플릭스와 콘텐츠 공급 계약을 맺어 추가 수익을 얻겠다는 계산이다.

CJ ENM은 최근 방영 중인 <미스터 션샤인>의 제작비 상당 부분을 넷플릭스로부터 충당했다. JTBC도 <밥 잘 사주는 예쁜 누나> <라이프> 등 화제작들을 국내에서 먼저 방영하고, 일정 기간이 지난 뒤 넷플릭스에 공개하는 방식으로 수익을 내고 있다. 

다만 지상파는 방송사업자로서의 위상을 지키면서 제한적으로 넷플릭스와 제휴하겠다는 방침이다.

국내에서 방영한 지 1년이 지난 이른바 ‘구작’만을 대상으로 콘텐츠 공급 계약을 맺겠다는 조건을 붙인 것은 바로 이러한 이유에서다. 당초 지상파 내부에서는 국내에서 방영한 지 3년 이상이 된 콘텐츠만을 놓고 넷플릭스와 협상을 벌이겠다는 의견도 나왔지만, 논의 끝에 1년으로 기준을 수정한 것으로 전해졌다.

한 지상파 관계자는 “방영한 지 1년 정도가 지나면 국내에서는 콘텐츠 유통으로 얻을 수 있는 수익은 이미 상당 부분 얻는 것으로 판단했다”며 “이런 콘텐츠들을 넷플릭스에 공급해 추가적으로 수익을 내자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박태경 MBC 디지털사업본부장도 10일 방송문화진흥회 이사회에서 “글로벌 OTT, 해외 IPTV 채널 등을 통해 유통 경로를 다각화하는 방안을 추진하겠다”며 “(방영하고) 1년 정도 지난 콘텐츠들을 대상으로 넷플릭스 한국 상주팀과 콘텐츠 공급 계약을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일각에서는 신작과 구작을 구분하지 않고 넷플릭스와의 협력을 확대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넷플릭스의 영향력을 무시할 수도 없을뿐더러, 갈수록 콘텐츠 가격이 상승하는 시장에서 안정적으로 제작비를 확보하기 위해선 뾰족한 수가 없다는 논리다.

다음커뮤니케이션 부사장 출신인 문효은 방송문화진흥회 이사도 같은 날 “우리(지상파 3사)끼리 단합한다고 되는 게 아니다. 3개사 단합은 전체 시장에서 봤을 때 전혀 변동을 줄 수 없다”고 말하기도 했다.

지상파 3사는 여전히 넷플릭스와 적극적인 제휴는 고려하지 않고 있다. 

박태경 본부장 역시 “넷플릭스에 (콘텐츠) 공급을 하게 될 경우 콘텐츠 제작사로 전락할 가능성이 크다고 생각한다”며 “입지가 약해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실제로 한 지상파에서는 신작을 넷플릭스에도 공급하자는 외주제작사의 제안을 지상파 3사 간의 신사협정을 이유로 거절한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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