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사과 이끌어낸 '반올림', 리영희상 받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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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상기 대표 “삼성 약속 이행하는지 지켜볼 것”

▲ 지난해 12월 27일 삼성전자 백혈병 피해자 모임인 반올림이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에 대한 항소심 결심 공판이 열리는 27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고등법원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직업병 문제 해결을 촉구하고 있다. ⓒ뉴시스

[PD저널=박수선 기자] 삼성 반도체공장 직업병 분쟁으로 10년 넘게 삼성과 싸워온 시민단체 ‘반올림’이 리영희상을 받는다.

리영희재단은 제6회 리영희상 수상자로 ‘반도체 노동자의 건강과 인권 지킴이 반올림'(반올림)을 선정했다고 18일 밝혔다.

반올림은 최근 삼성 반도체사업장에서의 백혈병 발병을 직업병으로 인정할 것인지를 놓고 삼성과 11년 동안 끌어온 분쟁에 종지부를 찍었다. 삼성전자는 조정위원회의 중재안에 합의하고 오는 23일께 '삼성 직업병 문제'와 관련해 공식사과를 할 것으로 알려졌다.

리영희상 심사위원회는 “올해 수상 후보로 추천된 개인과 단체의 공적에 대한 심도 깊은 논의를 거쳐, 삼성전자 반도체공장에서 발생한 노동자들의 직업병의 원인을 규명하고, 끈질기게 투쟁해온 ‘반올림’이야말로 온갖 고난을 무릅쓰고 진실을 지킨 리영희 선생의 정신을 실천한 단체라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신인령 리영희상 심사위원장(이화여대 명예교수)는 “반올림은 누구도 관심두지 않고, 피해 사실을 입증하기 쉽지 않던 시절부터 힘겹게 투쟁을 시작해 노동자의 건강과 인권을 지키기 위해 달려왔다”며 “삼성과 반올림 조정위원회의 조정안이 양 당사자 간에 수용되어 마무리 단계에 와 있어 더욱 시의적절한 수상”이라고 평가했다.

반올림은 2007년 삼성전자 기흥사업장에서 일하던 황유미 씨가 백혈병으로 숨진 사건을 계기로 결성, 반도체공장과 백혈병 발병의 인과관계를 밝히는 활동을 펼쳤다. 2007년부터 2017년까지 삼성공장에서 일한 320명이 삼성 ‘직업병’을 앓고 있다고 제보했고, 이 가운데 118명이 숨졌다. 삼성 측에 사과와 피해 보상 등을 요구하며 1023일 동안 농성을 벌인 반올림은 지난 7월 조정위원회 중재에 합의했다.

황유미 씨의 부친인 황상기 반올림 대표는 리영희재단에 미리 보낸 수상 소감에서 “유미가 병에 걸려 고생하고 있을 때, 반도체 공장 화학약품 때문에 병에 걸렸을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원인을 꼭 밝히겠다고 약속했다”며 “보상 등이 모두 마무리되면 유미한테 ‘아빠가 이 문제 해결했다’고 큰소리로 이야기 하고 싶다”고 했다.

황상기 대표는 “삼성이 사회공헌 약속을 하고서 지키지 않은 적이 많기 때문에, 약속을 지킬 때까지 두 눈 부릅뜨고 지켜보겠다”고 강조하면서 “삼성을 위해 기사를 쓰는 언론이 많았지만, 진실을 보도하는 언론들 덕분에 삼성 직업병 문제를 많이 알릴 수 있었다”고 언론에도 고마움을 전했다. 

시상식은 오는 29일 오후 6시 30분 서울 프레스센터 19층 기자회견장에서 열린다.

리영희상은 진실을 밝혀내기 위해 일생을 바친 리영희 선생의 정신을 기려 리영희재단이 2013년부터 수여하고 있는 상이다. 지난해에는 '공정방송 투쟁'에 앞장선 이용마 MBC 기자가, 2016년에는 가습기 살균제와 폐 손상의 관계를 밝힌 백도명 서울대 교수가 리영희상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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