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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 100편 넘게 쏟아졌지만…‘풍요 속 빈곤’

430억원 투입한 ‘미스터 션샤인’ 최고의 화제작... 지상파, ‘나쁜 형사’ ‘황후의 품격’ 반격 나서 방연주 객원기자l승인2018.12.26 11:52: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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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8년 최고의 흥행작으로 꼽히는 tvN <미스터 션샤인>. ⓒtvN

[PD저널=방연주 객원기자] 2018년 드라마 결산을 요약하자면 ‘풍요 속 빈곤’이다. 한 해 동안 드라마가 100편 넘게 쏟아지면서 시청자들의 선택의 폭은 넓어졌다. 웹툰, 해외 드라마를 원작으로 한 드라마부터 그동안 접하지 못했던 소재와 복합장르로 영역이 확장됐다. 입체적인 여성 캐릭터를 앞세운 드라마가 각광받으며 새로운 가능성도 보여줬다.

그러나 치열한 경쟁 속에 살아남은 드라마는 손에 꼽을 정도다. 지상파 방송사, 종합편성채널, 케이블채널에 이어 넷플릭스까지 드라마 제작에 뛰어들며 ‘자본력 싸움’이 격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문제작이 화제작으로, 장르물 굳히기=김은숙 작가의 tvN <미스터 션샤인>은 방영 전부터 ‘문제작’으로 입길에 올랐다. 제작비 430억 원이 투입된 데 이어 20살 나이차가 나는 배우 이병헌과 김태리의 캐스팅이 도마에 올랐기 때문. 그럼에도 드라마는 대중성과 작품성을 모두 잡았다.

구한말의 시대적 리얼리티를 살려내고, 좀체 접하기 어려운 의병들의 독립운동을 다루면서 드라마의 지평을 넓혔다. 감칠맛 나는 대사에 능한 김 작가는 ‘하오체’ 대사를 유행시켰다. 최고 시청률 18.1%(닐슨코리아 기준)을 기록한 데 이어 넷플릭스에 판매돼 전 세계 190개국에 방영되는 쾌거를 이뤘다.

박해영 작가의 tvN <나의 아저씨>도 극중 남녀 간 나이차 논란을 작품성으로 잠재웠다. 거친 삶을 살아온 이지안(이지은 분)과 삼형제를 중심으로 서로의 삶과 상처를 이해하고 치유하는 과정을 설득력 있게 그려내면서 ‘나저씨’ 신드롬을 일으켰다.

종편과 케이블 채널에서는 수사극과 장르물의 진화가 두드러졌다. 동명의 영국 드라마를 원작으로 한 OCN<라이프 온 마스>는 1988년 형사와 기억을 찾으려는 2018년 형사가 만나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렸다. ‘복고 수사극’으로 빠른 전개와 코믹한 요소로 극의 분위기를 이끌었다.

드라마에서 쉽게 볼 수 없었던 ‘엑소시즘’과 ‘샤머니즘’을 결합한 <손 더 guest>는 종영 당시 첫 방송에 비해 2배 넘는 시청률을 기록해 마니아층을 확보했다. <보이스>는 시즌2로 방영됐고, <신의 퀴즈: 리부트>는 시즌4로 방영 중이다. 이밖에 지구대 경찰들의 이야기를 다룬 노희경 작가의 tvN<라이브>, <비밀의 숲>의 이수연 작가가 선보인 <라이프>는 의학드라마이지만, 장르물 같은 긴장감 있는 전개로 시청자의 눈길을 끌었다.

▲ 지난 3월 종영한 JTBC 드라마 <미스티>.ⓒJTBC

전형성을 뒤집은 여성 캐릭터의 활약=개성 강한 여성 캐릭터가 작품성과 화제성까지 모을 수 있다는 걸 증명했다.

JTBC <미스티>에서는 최고의 여성 앵커이자, 야망과 욕망을 불태우는 캐릭터 고혜란이 극을 장악했다. 배우 김남주는 고혜란 역을 맡아 백상예술대상 TV부문 여자최우수연기상을 거머쥐었다. JTBC <밥 잘 사주는 예쁜 누나>에서 윤진아(손예진 분)는 우리 주변에 있을 법한 평범한 30대 여성을 대변했다.

이들 드라마에서 여성 캐릭터들은 수동적으로 소비되는 게 아니라 그들이 처한 상황을 뚫고 나갔다. 고혜란은 살인 용의자로 몰리는 와중에도 보이지 않은 유리천장을 깨는 캐감을 시청자들에게 선사했다. 윤진아는 극 후반부 직장 내 벌어진 성폭력 사건과 관련해 각성하는 과정을 거치는 등 여성이 겪는 차별의 현실을 간접적으로 드러냈다.

전형성에서 탈피한 여성 캐릭터는 드라마의 외연을 확장하는 데에도 영향을 줬다. tvN <나인룸>에서는 배우 김희선과 김해숙이 주인공으로 등장했다. 잘 나가는 변호사 을지해이와 사형수 장화사의 영혼 체인지를 소재로 삼으며 시청자의 호기심을 자극했다. 모성애에 관한 새로운 해석도 제시됐다.

가정폭력에 노출된 제자를 납치한 교사 수진(이보영 분, tvN <마더>)과 아동학대 사건을 파헤치는 아동상담사 차우경(김선아 분, MBC <붉은 달 푸른 해>)은 희생을 당연시하는 ‘모성애’의 상징으로 그려지지 않았다. 혈연 중심이 아닌 다각도로 모성을 재해석한다. 동시에 약자가 처한 문제를 개인에게 책임을 떠넘기지 않고 우리의 문제로 받아들일 수는 없는지 화두를 던진다.

▲ 인기리에 방송 중인 SBS <황후의 품격>. ⓒSBS

지상파, ‘19금(禁)’부터 유연한 편성까지= 올해 정상화에 주력해온 지상파도 새로운 드라마를 내놓고 있다.

MBC는 파격적인 ‘19금(禁)’ 드라마 <나쁜 형사>를 선보였다. ‘19금’ 드라마는 동시간대 편성된 드라마들과 시청률 경쟁을 벌어야하는 상황에서 선뜻 택하기 쉽지 않은 승부수다. ‘19금’일 경우 자연스레 시청자 폭이 제한될 수밖에 없지만 전작들의 저조한 시청률 악순환을 끊기 위한 특단의 대책이었다. 베일을 벗자 3주 연속 동시간대 시청률 1위를 이어가며 시청률을 견인하고 있다.

SBS <황후의 품격>은 흥미진진한 전개로 시청자의 몰입을 높이고 있다. 시청률 15%를 육박하며 재방·VOD까지 1위를 싹쓸이하고 있다. <나쁜 형사>와 <황후의 품격>은 좋은 성적으로 거두고 있지만 불륜, 살인, 폭력 등을 자극적으로 다루고 있다는 비판도 받고 있다.

방송사들이 신인작가의 등용문인 단막극부터 2부작, 4부작으로 특집 드라마를 편성하며 유연한 편성 전략을 구사한 점도 눈길을 끈다.

KBS가 8부작으로 편성한 <땐뽀걸즈>는 시청률과 무관하게 시청자들의 호평을 받고 있는 드라마다. 구조조정이 한창인 조선업의 도시 거제에서 댄스스포츠를 추는 아이들의 모습을 완결성 있게 그려내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5월 1일 종영한 SBS<엑시트>(2부작)는 행복해지고 싶은 남자의 이야기를 담은 휴먼판타지 드라마로, 동시간대 정규 편성된 미니시리즈보다 높은 시청률을 기록했다. 또 소프라노 윤심덕과 극작가 김우진의 사랑을 담은 SBS<사의 찬미>(3부작)에서는 배우 이종석, 신혜선 등이 출연해 16부작 안팎의 긴 호흡의 드라마에 익숙한 시청자에게 새로운 볼거리를 제공했다.

갈길 먼 드라마 제작여건 개선= 갈수록 드라마 편수가 늘어나고, 다양한 소재를 활용한 콘텐츠가 각광받고 있는 드라마업계의 내부에서도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다. 지난 2월 근로기준법 개정안이 통과됨에 따라 방송 제작 현장도 분기점을 맞이한 것이다. 300인 이상의 방송사에는 1년의 유예기간을 두고 있지만, 내년 7월부터 주 68시간을 초과해 근무할 수 없는 등 근로시간의 규제를 적용 받는다.

그러나 ‘살인적인 노동 강도’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촬영 시간이 길고, 하루하루가 제작비로 환산되는 현장에서 ‘주52시간 근무제’는 ‘그림의 떡’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규제 적용을 받기 전에 서둘러 드라마를 제작하려는 움직임이 포착되는 등 부작용도 발생하고 있다. 또 프리랜서‧계약직의 고용 형태가 만연한 상황에서 개정안이 적용되더라도 법적 보호를 받지 못하는 인력이 적지 않은 실정이다.

드라마 제작의 총량을 줄이거나 드라마 방영시간 자체를 줄이는 방안도 제시되고 있지만 광고 수익과 직결돼 있어 선뜻 수용하기 어려워 보인다. 하루에 20시간 넘는 살인적인 촬영이 반복되고 있다는 뉴스를 새해에는 접하지 않도록 현실가능한 대안을 모색할 때다.    


방연주 객원기자  webmaster@pdjourna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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