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죄가 없어도 기소"...'PD수첩' 수사 외압 사실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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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 과거사위 "수사권·감찰권 남용...검찰 정치적 중립 지켜야"

▲ 2011년 MBC 제작진이 무죄 판결 이후 기자회견을 갖는 모습. ⓒ 전국언론노동조합

[PD저널=이미나 기자] 법무부 산하 검찰 과거사위원회(이하 검찰 과거사위)가 2008년 미국산 소고기의 광우병 위험성을 보도한 MBC <PD수첩> 수사에 당시 검찰이 수사권을 남용했다고 밝혔다. 검찰 과거사위는 당시 검찰에 정부 차원의 외압이 있었다고도 밝혔다. 

검찰 과거사위는 9일 "1차 수사팀의 (<PD수첩> 제작진에 대한) 명예훼손죄 성립이 어렵다는 의견에도 지속적으로 강제수사를 요구하고, 무죄를 받아도 상관없으니 기소를 하라고 지시한 것은 위법·부당한 수사지휘에 해당한다"는 요지로 '<PD수첩> 사건'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특히 “대검과 법무부가 정치적 고려로 강제수사를 강제해 정치적 중립 의무를 위반했고 강제수사를 수사목적 외의 수단으로 남용한 것으로 볼 수 있다”고 지적했다.

검찰 과거사위가 심의한 이른바 '<PD수첩> 사건'은 2008년 미국산 소고기 수입 협상 과정에서 <PD수첩>이 정부의 소고기 수입 정책을 비판하는 방송을 했다가 제작진이 정부(농림수산식품부)로부터 명예훼손 혐의로 피소된 사건이다.

당시 1차 수사를 맡았던 임수빈 전 서울중앙지검 형사2부장은 사건이 형사적 명예훼손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의견을 밝혔지만, 검찰은 수사팀을 교체하면서까지 <PD수첩> 제작진을 기소했고 2년여 간의 법정 다툼 끝에 대법원은 <PD수첩> 제작진에 무죄를 선고했다.

이 과정에서 <PD수첩> 제작진이 체포되는 등 '언론 탄압' 논란과 함께 윗선의 강제수사 지시가 있었던 것이 아니냐는 의혹이 일기도 했다.

검찰 과거사위의 '<PD수첩> 사건' 조사 및 심의결과에 따르면 이 같은 의혹은 상당 부분 사실로 드러났다. 검찰 과거사위는 정부의 수사 의뢰 이후 검찰은 범죄 혐의를 확인하기보단 정부정책을 비판한 방송의 허위 여부를 밝히기 위한 목적으로 수사에 착수했다고 밝혔다.

또한 임수빈 전 부장검사가 이끌었던 1차 수사팀이 명예훼손죄가 성립하지 않는다는 보고서를 제출했음에도 대검이 강제수사를 지시했으며, 당시 서울중앙지검 1차장검사는 '무죄가 나와도 아무 문제가 없으니 기소를 하라'는 지시를 내리기도 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를 거부한 임 전 검사를 대상으로 암행감찰이 이뤄지는 등 인사상 불이익을 주려 한 정황도 나타났다.

검찰 과거사위는 또 교체된 수사팀이 1심 재판 때까지 <PD수첩> 제작진에 유리한 자료를 확보하고도 이를 제출하지 않아 검사의 객관 의무를 위반했으며, <PD수첩> 작가의 이메일을 언론에 유출하거나 수사 결과를 공표하는 과정에서 해당 이메일 내용을 공개하는 등 위법·부당한 행위를 했다고 봤다.

이 같은 결과를 토대로 검찰 과거사위는 검찰에 정치적 의무를 철저하게 지키고, 특정사건에 대한 대검의 수사 지휘를 축소하며, 범죄의 혐의와 무관한 사항을 이유로 수사 지휘하는 것을 지양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검찰 과거사위는 또한 △ 위법·부당한 수사지시에 대해 상급자나 상급기관에 이의를 제기하는 실효성 있는 절차를 마련하고, 수사지휘 과정을 투명하게 운영할 것 △ 수사 내용이 위법하게 유출되지 않도록 검찰 내부통제 방안을 마련할 것 △ 수사 결과 공표시 개인의 명예와 사생활을 침해하지 않도록 '인권보호를 위한 수사 공보 준칙'을 철저하게 준수할 것도 권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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