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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육계 성폭력 보도에 '야한 동영상' 해시태그 단 언론

가해자 대신 피해자 사진 사용하고 어뷰징 소재로 활용..2차 가해 보도 여전 이미나 기자l승인2019.01.10 20:04: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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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SBS <8뉴스> 화면 갈무리 ⓒ SBS

[PD저널=이미나 기자] 미투운동 이후 사회 전반적으로 성평등 의식이 높아졌는데도, 체육계 성폭력 사건을 다루는 언론의 선정적인 보도 행태는 여전하다.  

쇼트트랙 국가대표 심석희 선수가 상습 폭행으로 법정 구속된 조재범 전 코치를 아동·청소년 보호에 관한 법률 위반(강간상해) 등의 혐의로 고소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국민적 공분이 일고 있다.

대중의 이목이 집중된 이 사건을 전하면서 언론은 피해자에 대한 2차 가해가 우려되는 보도를 쏟아냈다. 

가해자가 아닌 피해자의 사진을 기사에 사용하는 경우가 대표적이다. 지난해 6월 한국기자협회와 여성가족부가 함께 제작한 <성폭력·성희롱 사건, 이렇게 보도해주세요!>에서는 피해자의 이미지를 보도에 주로 사용하는 것이 "가해자를 사건의 중심에서 사라지게 해 사건의 책임소재가 흐려질 수 있고, 피해자를 주목하게 만들어 외모 평가, 근거 없는 소문 등 피해자에 대한 2차 피해로 이어질 수 있다"고 지적한다.

그러나 SBS가 지난 8일 최초로 보도를 내놓고, 문화체육관광부가 9일 대책 브리핑을 열기 전까지 포털사이트 네이버에 송고된 언론 보도들을 살펴보면, 조재범 전 코치의 사진을 사용한 기사(93건)보다 심석희 선수의 사진을 사용한 기사(220건)가 약 2.4배 많았다.

심석희 선수가 포털사이트 검색어에 오르내리면서 어뷰징 소재로 사용하는 경향도 여전했다. <연합뉴스>와 <아주경제>는 지난달 17일 수원지법에서 열린 조재범 전 코치의 상습상해 및 재물손괴 사건 항소심에 출석한 심석희 선수와 조 전 코치의 사진을 포토뉴스로 다시 온라인에 전송했다.

<아주경제>의 경우 홍보성 기사에 사건을 활용하기도 했다. '심석희, 조재범 코치 고소...성폭행 방지앱 없나?' 기사는 "여성의 성폭행 및 성폭력이 사회 문제로 대두된 가운데, 이를 알리거나 방지하는 모바일 앱은 없을까"라며 사건과 관계없는 한 어플리케이션을 소개했다.

체육계 폭력·성폭력 가해자를 체육계에서 영구제명하자는 내용의 법안을 피해자의 이름에서 본따 '심석희법'으로 명명하거나 성폭력을 '몹쓸 짓'으로 표현하는 기사도 잇따랐다. 가해자가 아닌 피해자를 부각함으로써 피해자의 고통을 가중시키고, 성폭력의 심각성과 위해성을 희석시키는 보도 행태다. 

▲ <노컷뉴스> 페이스북 화면 갈무리 ⓒ 노컷뉴스

조재범 전 코치의 성폭력 의혹이 주목을 받자, 이에 편승해 체육계 성폭력 관련 기사를 흥밋거리로 소비한 언론도 있다.

<노컷뉴스>는 9일 ‘과거 체육계 성폭력을 목격했다’는 한 누리꾼의 글을 토대로 작성한 기사를 SNS에 소개하면서 '#야한_동영상이_아니었다' '#상상을_뛰어넘는_일'이라는 해시태그를 사용하고, 해당 글에서 자극적인 문구만을 발췌했다. 성폭력 사건을 자극적이고 선정적인 이야기 소재로 다루지 말아야 한다는 <성폭력·성희롱 사건보도 공감기준>과 대치되는 사례다.

지난해 본격적으로 전개된 '미투운동' 등의 영향으로 일정 정도 높아진 대중의 젠더의식을 언론이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는 비판도 나온다.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언론에서 피해 사실에 대해 보도하거나 기사를 낼 때 조재범 전 코치보다 심석희 선수의 사진을 더 많이 노출시킨다는 점은 아쉽다"며 "이번 일 뿐만 아니라 앞으로 있어서는 안 되지만 일어날 강력사건들에 대해 모든 언론은 피해자보단 가해자에게 더욱 주목해 주었으면 좋겠다"는 의견이 게재됐다.

자극적인 문구로 성폭력 사건을 소개한 <노컷뉴스>의 SNS에는 '뿌리 깊은 체육계 성폭력이 자극적으로 소비할 이슈는 아니다' '공개적으로 사과하고 SNS 관리자를 문책하라'는 등의 독자 항의가 잇따랐고, <노컷뉴스>는 뒤늦게 해당 글을 삭제했다.

<경향신문>는 10일 사설을 통해 "이번 사건을 '심석희 성폭행 의혹 사건'이 아닌 '조재범 성폭행 의혹 사건'으로 부를 것을 제안한다"며 "가해자의 이름으로 사건 프레임을 짜는 것은 그 자체가 사회정의에 부합한다"고 강조했다.


이미나 기자  neptune@pdjourna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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