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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인법률방', 수임료 500원의 가치

상담 의뢰 ‘데이트 폭력’ 가장 많아...분노 유발 사연에 제작진도 '분노' 명재욱 KBS N PDl승인2019.02.20 10:13: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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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6일 방송된 <코인법률방> 시즌2 화면 갈무리.

[PD저널=명재욱 KBS N PD(KBS Joy<코인법률방> 연출)] 2018년 온라인 인기 콘텐츠들을 모아서 소개하는 <양세형의 짤방공작소>라는 프로그램을 맡고 있을 때였다.

프로그램을 제작하면서 가장 힘든 게 콘텐츠들의 저작권 문제였는데, 프로그램 한 회에 수 백 개의 콘텐츠들을 사용하다 보니 여간 어려운 작업이 아니었다. 그러면서 자연스레 ‘법률’에 관심을 가지게 됐고, 돌이켜 생각해보니 부동산 계약하면서 법을 잘 몰라 피해를 봤던 경험도 떠올랐다.

‘알면 간단하지만 모르면 어렵고 멀게만 느껴지는 ‘법률’을 좀 쉽고 재미있게 풀어보는 프로그램을 만들면 어떨까‘ 생각한 게 <코인법률방>의 출발점이다. 마침 그 시기에 <슈츠>, <미스 함무라비>, <친애하는 판사님께> 등 법정 드라마가 인기리에 방송 중이어서 흐름도 탈 수 있겠다 싶었다.

기획단계에서는 어렵게 느껴지는 ‘법률’을 어떻게 재미있고 공감할 수 있는 예능 프로그램으로 만들지가 관건이었다. 긴 아이디어 회의를 거쳐 탄생한 콘셉트가 바로 ‘코인노래방’에 로펌을 접목한 ‘코인법률방’이었다. 변호사 하면 떠오르는 느낌과 분위기들을 철저히 버리기로 한 것이다.

먼저 화려하고 딱딱한 분위기의 로펌 사무실을 버리고 변호사들을 길거리에 앉히기로 했다. 평생 한 번(?) 만나 보기 힘든 변호사를 길거리 천막에서 만난다는 설정이 참 아이러니 하면서 재미있을 것 같았다.

일반인이 법률 상담할 때 가장 어렵게 느껴지는 부분이 바로 수임료 때문일 것이다. 수임료는 수십만 원에서 많게는 수백만 원을 넘나든다고 한다. <코인법률방>에선 법률상담에 500원에 10분(최대 30분) 상담이라는 규칙을 만들었다. 변호사들도 기획의도가 좋다고 흔쾌히 동참해 줬다. 이제 판을 벌려놨으니 로펌 영업 시작만 하면 되는 것이었다.

막상 제작에 들어가니 촬영 장소 섭외가 쉽지 않았다. 불특정 다수로부터 상담 의뢰를 받기 때문에 무조건 유동인구가 많은 곳에서 촬영을 했다. 방송에서는 주로 상담을 하는 천막만 나와 촬영이 쉬워 보일 수 있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다.

의뢰인과 상담하는 천막, 스태프와 장비가 대기하는 대형 천막은 구조물 설치 허가를 받아야 한다. MC와 변호사들이 대기하는 본부 역할을 하는 리무진 버스를 주차할 곳도 확보가 돼야 해서 생각보다 장소에 제약이 많다. 참여하는 스태프도 80여 명에 이른다. 이 모든 조건이 맞아 떨어지는 유동인구가 많고 넓은 장소를 찾기가 생각보다 쉽지 않다.

추위‧미세먼지와의 싸움도 고역이다. 하루 종일 야외에서 촬영을 진행하는데 천막 안에서 추위를 버티기란 쉬운 일이 아니고, 미세먼지 때문에 출연자들과 스태프는 목감기를 달고 산다.

가장 큰 힘든 건 상담 온 의뢰인들에게 명쾌한 솔루션을 주지 못할 때다. 의뢰인들 대다수는 법으로 해결할 수 없는 문제들을 들고 온다. 법으로 해결 할 수 있으면 벌써 해결하지 않았겠는가. 의뢰인의 이야기를 듣고 있으면 제작진도 분노가 치밀어 오르고 안쓰러운 마음을 금하기는 어렵다. 이런 분노 유발 사연 상담이 끝나고 나면 “피의자를 잡으러 다니는 ‘코인기동대’를 스핀오프로 만들면 어떨까”라는 생각도 사뭇 진지하게 하게 된다.

상담을 진행하다 보면 이런 하소연들이 가장 많다. “왜 피해자는 숨어 다니는데 가해자들은 활기를 치고 다니는가”, “가해자를 위한 법인가, 과연 누구를 위한 법인가”라고 외뢰인들은 되묻는다. 

상담의 1차 목적은 법률 상담이지만 많은 의뢰인들이 위안을 얻고 간다. 아무도 자신에게 해준 적이 없는 희망의 말들과 따뜻한 위로를 받았다는 분들도 있다.

최근 우리 프로그램 내용 중에 ‘데이트 폭력’ 상담이 크게 이슈가 됐다. 상담 의뢰가 일주일에 약 140여건 정도 들어오는데 지금까지 가장 많은 의뢰 내용이 바로 ‘데이트 폭력’이었다. 그만큼 많이 벌어지고 있는 사건이다 보니 관심도가 높았던 것 같다.

또 개인주의와 무관심이 팽배한 사회에서 누군가 자신의 이야기에 귀 기울여주고 관심을 보내준다는 점에서 위안을 느끼지 않았나 싶다. <코인법률방>에서 500원을 주고 위로를 받았다면 10분이라는 시간이 짧지만은 않았을 것이다. 

 


명재욱 KBS N PD  webmaster@pdjourna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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