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사 동수 편성위원회' 요구에 즉답 피한 EBS 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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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상파 4사 노사 산별협약 이행 묻자 "편성권은 경영진의 권한"...중간평가제 도입도 회의적

▲ 11일 오후 EBS 스페이스홀에서 직원 10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신임 사장과의 공청회’가 열리고 있다. ⓒPD저널

[PD저널=이은주 기자] 김명중 EBS 신임 사장이 직원들과 처음 만난 자리에서 지난해 지상파 4사와 전국언론노조가 산별협약으로 체결한 노사 동수 편성위원회 설치와 관련해 편성권은 경영진의 권한이라며 즉답을 피했다.

김명중 사장은 선임 과정의 정당성을 강조하면서 사장 중간평가제 도입에 대해서도 회의적인 입장을 밝혔다.

김명중 사장은 취임식을 가진 11일 오후 언론노조 EBS지부가 마련한 ‘신임 사장과의 공청회’에 참석해 EBS 경영 철학과 운영 계획을 설명했다. 

"이 자리는 신임 사장 얼굴이 궁금해서 모인 게 아니"라는 사회자 정재응 PD의 말로 시작한 이날 공청회에선 4개월 만에 맞는 EBS 사장에게 날선 질문들이 쏟아졌다.  

김명중 사장은 노사 동수 추천위원회 구성과 관련해선 “편성의 권리는 경영권에 속한다"는 견해를 밝힌 뒤 “조금 더 생각해 볼 문제”라고 답했다. 

현재 EBS 편성위원회는 사측 10명, 노측 3명으로 구성되어 있다. 지난해 9월 지상파 4사와 언론노조가 체결한 산별협약은 노사 동수로 공정방송기구를 설치하는 게 주요 내용이었다. 당시 EBS는 전임 장해랑 사장이 산별협약에 서명했다. 

노사 동수 편성위원회는 경영진이 보도 프로그램 제작 자율성을 침해하지 못하도록 만든 제도적 장치로, 보수적인 시각에선 이를 경영권의 침해로 받아들이고 있다.  

”노조의 의견은 충분히 반영해야겠지만, 노사 동수의 편성위원회가 구성됐을 때 부작용이 있을 수 있다“는 김명중 사장의 발언은 지상파 노사가 체결한 산별협약의 취지와는 다소 거리가 있다. 

김명중 사장이 업무계획서에서 밝힌 ‘문제적 콘텐츠 예방 위한 제작 가이드라인'을 언급한 것에 대해서도 질문이 나왔다. 

김명중 사장은 “문제적 콘텐츠란 국회, 언론 등을 통해 정치적 논쟁이 제기됐던 콘텐츠”라면서 향후 정치적으로 편향적인 콘텐츠 생산을 사전에 방지하기 위한 ‘제작 가이드라인’이 필요하다고 했다. 

그는 “수신료에 의존하는 공영방송은 사회적 논쟁에 휘말리지 않는 게 중요하다”면서 '제작 가이드라인'을 통해 제작의 자율성을 침해할 의도는 없다"고 말했다.

김명중 사장은 중간평가제 도입 요구에는 부정적인 입장을 내비쳤다. 노측은 사장, 부사장, 부서장의 임기 중간에 직원들의 투표를 통해 재임 여부를 묻는 중간평가제와 임명동의제 도입을 요구하고 있다.

김명중 사장은 자신이 "여야 추천 방통위원들이 전원 합의를 통해 임명한 첫 사례"라고 거듭 강조하면서 "(중간평가) 제도화하는 건 안 되고 부서장들에 대해서는 차츰 이야기하겠다"고 답변했다. 

김 사장은 EBS의 '재정적자'를 타개하기 위한 수익성 강화 방안들도 제시했다. EBS는 지난해 212억원의 당기순손실을 내 김 사장은 취임하자마자 비상 경영을 내세웠다.  

김명중 사장은 "단기적으로는 공공기관과 민간기업 등의 협찬을 끌어오는 데 주력할 예정"이라며 "한국전력이 수신료 징수 대행 수수료로 170원을 받는 몫에 대해서도 재배분을 요구할 계획“을 밝혔다.

현재 TV 수신료 2500원에서 EBS가 70원(3%)을 배분받는 것과 관련해서도 "수신료 인상을 전제로 개인적으로 최소한 500원 수준은 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현재 70원에서 500원으로 늘리기 위해선 (EBS가 시청자들로부터) 인정을 받아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프로그램 포맷 수출에도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제작 '레시피'로 비유할 수 있는 프로그램 생산 가이드라인을 개발해 수익을 얻을 수 있다”며 "교육 분야 이외에서도 수익성을 확보할 방안을 찾겠다"고 했다. 

이날 "노조와 건강한 긴장관계를 추구하겠다"고 한 김명중 사장은 공청회 행사 제목을 두고 노측과 기싸움을 벌이기도 했다. 

노측은 신임 사장 '검증'에 무게를 둬 공청회를 밀어붙였지만 김명중 사장은 '직원과의 대화'를 주장했다.   

김명중 사장은 공청회에서도 "공청회는 의견이 다른 이해집단들이 합리적 판단을 하기 위해서 열리는 것"이라며 "오늘의 자리는 '노조가 묻고 사장이 답하다'가 낫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언론노조 EBS지부는 11일 발표한 성명에서 EBS 정상화의 선결 과제로 공공 재원 확충, 보도 제작 자율성 보장, 지상파 4사 노사 산별협약에 따른 경영진 중간평가제·임명동의제 도입 등을 제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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