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준영 사건’ 2차 가해 보도 "공범 수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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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 ·채널A, 피해자 직업 특정해 단독 보도...민언련, "가해자 시선 보도 방심위 심의 요청할 것"

▲ 12일 방송된 채널A <뉴스A>가 첫 소식으로 전한 단독보도.

[PD저널=이은주 기자] 가수 정준영의 성관계 영상 불법촬영·유포 사건에 세간의 관심이 집중되면서 '2차 가해'가 우려되는 보도 행태가 나타나고 있다. '피해자의 직업'을 특정한 기사를 단독으로 내보내고, SNS 등을 통해 퍼지고 있는 지라시를 내용으로 한 '어뷰징' 기사도 줄을 잇고 있다.    

지난 11일 SBS <8뉴스>는 '성상납 의혹'을 받고 있는 가수 승리의 카카오톡 단체방을 취재하다가 가수 정준영이 2015년 말부터 약 10개월 간 단체방에 성관계 영상을 몰래 찍은 사실을 파악했다고 보도했다.

보도 이후 승리·정준영과 같은 단체방에 있던 인물뿐만 아니라 불법 촬영 유포 피해자에도 대중의 관심이 이어졌다. '정준영 리스트'라는 이름으로 지라시가 유포되면서, 포털사이트 '실검'에 여성 연예인의 이름이 오르내리기도 했다. 

이 가운데 <동아일보>와 채널A는 피해자의 직업을 특정해 단독 보도라고 내놨다. 

지난 12일 채널A <뉴스A>는 <'정준영 몰카' 피해자에 OOO OO 1명 포함>이라는 소식을 단독을 붙여 첫 소식으로 전했다. "경찰은 정 씨의 불법 영상물에 등장하는 OOO(직업 표기가 부적절하다고 판단해 삭제함-기자 주) 연예인 등 피해 여성들도 조만간 조사할 방침"이라고 보도하면서 피해자의 직업을 부각했다. 이 리포트는 '동료 연예인도 피해…정준영의 왜곡된 성 인식 논란'으로 제목을 바꿨다가 현재(13일 오후 5시 30분) 삭제된 상태다. 

<동아일보>도 13일자 12면에 정준영 사건 소식을 전하면서 피해자 직업을 특정해 제목을 달았다. <동아일보>는 여기에 그치지 않고 경찰이 확인한 내용이라며 피해자의 피해 내용을 구체적으로 묘사하기도 했다. 

채널A와 <동아일보> 보도가 나온 이후 다수 온라인 매체도 이를 새로운 사실인 양 인용 보도했다. 

이같은 보도는 지난해 여성가족부와 한국기자협회가 마련한 '성폭력 사건보도 공감 기준'의 원칙에서 벗어난 것이다. '성폭력 사건보도 공감 기준'은 '피해자 보호 우선' '선정적·자극적 보도 지양'을 가장 앞세우고 있다.   

양이현경 한국여성단체연합 사무처장은 "언론이 밑밥을 던지면 그 직업군이 모두 대상에 오르고 (대중은) 이를 찾는 데 관심을 가질 수 밖에 없다"며 "새로운 2차 피해를 낳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민주언론시민연합(이하 민언련)은 13일 논평을 내고 채널A와 <동아일보>보도에 대해 "단독에 집착해 성범죄 사건을 가해자의 시선으로 전한 사실상 '공범' 수준의 보도를 방송에서 버젓이 내놓았다"고 규탄하면서 "지금 당장 시급한 건 모든 언론사가 채널A와 같은 보도를 어뷰징하는 행태를 멈추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민언련은 "피해자 보호와 선정적·자극적 보도 지양 등의 원칙을 내던진 채널A 보도에 대해 방송통신심의위원회에 방송심의 민원을 제출할 계획"이라며 "방통심의위의 신속하고 엄중한 심의가 절실히 필요하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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