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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데스크 앵커의 무책임한 질문

개편 첫날 '장자연 사건' 목격자 윤지오 씨 불러 ‘명단 공개’ 압박... 명예훼손 노출 위험에 제보자 배려도 없어 김창룡 인제대 신문방송학과 교수l승인2019.03.19 10:44: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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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18일 방송된 MBC 뉴스데스크 화면 갈무리. ⓒMBC

[PD저널=김창룡 인제대 신문방송학과 교수] MBC가 뉴스 개편 등을 통해 시사 보도에 힘을 집중시키는 등 변신을 꾀하고 있다. 실추된 위상을 바로 잡고 ‘만나면 좋은 친구’로 다시 서기 위한 노력이다. 그러나 봄 개편 첫날인 지난 18일 <뉴스데스크>가 진행한 고(故) 장자연 씨의 동료배우이자 ‘장자연 사건’의 제보자인 배우 윤지오 씨와 인터뷰는 보는 내내 조마조마했다.

왕종명 앵커의 질문이 무책임하고 무례했기 때문이다. 이미 수사기관에 13번 이상 증언을 하며 심신이 지친 윤 씨에 대한 배려는 없고 알고싶은 것만 집요하게 물고 늘어지는 질문이 이어졌다.

왕 앵커는 "장자연이 작성한 문건에 방 씨 성을 가진 세분, 이름이 특이한 정치인. 이건 진상 조사단 측에는 이야기 하신 건데 공개하실 의향이 있냐"고 물었다. 이 질문은 해서는 안 되는 위험천만한 질문이다. 시청자들이 궁금해하는 것을 물었다고 왕 앵커는 답변할 수 있지만 조금만 더 생각해보면 왜 해서는 안 되는지 알 수 있다.

수사기관에서 목격자 진술로 그들의 이름을 밝히는 것과 방송사에 나와서 실명을 거론하는 것은 천양지차다. 윤 씨는 답변하는 순간, 법적으로 명예훼손으로 소송감이 된다. 윤 씨를 위험에 빠트리는 질문이다. 그런데도 왕 앵커는 집요하게 이 질문에 답을 요구했다.

왕 앵커는 "피고소인이 될 수 있다. 검찰 진상조사단에 나가서 이 명단을 말하는 것과 생방송으로 진행 중인 뉴스에서 이분들의 이야기를 하는 것은 다른 차원의 이야기다. 용기를 내서 나오셨고 장자연 죽음에 대한 진실을 밝히고자 하는데 어쩌면 생방송 뉴스 시간에 이름을 밝히는게 진실을 밝히는 데 더 빠른 걸음으로 갈 수 있다는 생각은 안해보셨냐"고 재차 문건 속 인물의 실명에 대해 물었다.

생방송 뉴스 시간에 명단을 말하는 것은 다른 차원은 이야기인 건 맞다. 검찰 진상조사단에 나가서 말하는 것은 용기요 억울하게 죽어간 장자연 언니에 대한 마음이다. 그러나 방송사에 나와 명단을 발설하는 순간 막강한 권력을 가진 국회의원, 언론사 사주 등으로부터 바로 소송을 당하며 그 소송에서 이기기는 쉽지 않다. 소송을 당해본 사람은 비용과 노력이 얼마나 아깝고 한편으로는 헛되는지를 실감한다. MBC 사장도 왕 앵커도 책임을 대신 져줄 수 없다.

윤씨는 "아시다시피 지난 10년간 진술하면서 많은 어려움이 있었다. 미행에도 시달리고 수차례 이사도 했고 결국 해외로 도피했다. 귀국 전에도 한 언론사에서 전화해서 내 행방을 묻기도 했다. 오기 전에 교통사고도 두 차례가 있었다"고 말했다.

이렇게까지 말하는 윤 씨에 대한 연민이나 배려는 왕 앵커의 질문에서 느껴지지 않았다. 윤씨가 직접 "내가 발설하시면 책임져주실 수 있냐"고 묻자 왕종명 앵커는 "우리가요? 이 안에서는 우리가 어떻게든.."이라고 말했다. 그렇게 얼버무릴 일이 아니라는 것을 모르면 앵커 자격이 없거나 앵커의 역할을 모르는 것이다. 윤씨의 현명한 답변은 앵커를 부끄럽게 만들었다.

"안에서는 단지 몇분이고 그 후로 나는 살아가야 한다. 살아가는데 어려움이 많았던 것도 사실이고 이 부분에 대해서 검찰, 경찰에 일관되게 말했다. 이 부분은 검경이 밝혀야 하는 부분이다. 난 시민으로, 증언자로 말씀드릴 수 없는 것이 당연하다.“

MBC에서 명단을 공개하도록 하겠다는 과욕이 힘들게 증언해오고 있는 윤 씨를 더 큰 위험에 빠트릴 뻔했다. 방송을 보면서 윤 씨의 모범답안에 안도했고 앵커의 무지와 무책임함에 분노했다.

-13번 이상이나 어렵게 증언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무엇이 진실을 가로막고 있다고 생각하는가?
-검찰 진상조사단조차 진실규명 의지가 없어 보이는데, 진술과정에서 느꼈는가?
-‘장자연 사건’ 10년이 지났지만 목격자라는 이유로 도피해야 하고 미행당해야 하는 현재의 삶이 얼마나 어려운가?
-최근 책까지 출간하고 진실을 밝히겠다는 결심을 하게 된 배경은 무엇인가?

왜 이런 기본적인 질문은 무시하고 명단 공개에 집착했던가. 윤 씨를 법적으로 또 다른 위험에 빠트릴 수 있다는 생각은 하지 않았던 것인가, 아니면 못했던 것인가.

MBC 간판 뉴스를 진행하는 <뉴스데스크> 앵커는 시청률보다 인간에 대한 존중과 배려를 최우선으로 해야 한다. 윤지오 씨와 시청자에게 사과하고, 앵커의 역할과 책임을 다시 새기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


김창룡 인제대 신문방송학과 교수  webmaster@pdjourna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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