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닝썬 보도, 선정성 좇다 본질 놓쳤다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KBS '저널리즘 토크쇼 J', SBS '정준영 카톡방'·KBS '내기 골프' 의혹 보도 "'권력 유착' 본질 비껴가"

▲ 저널리즘 토크쇼 J 36회 화면 캡처

[PD저널=이은주 기자] 가수 승리와 정준영에 대한 선정적인 보도가 버닝썬 클럽을 둘러싼 권력 유착 의혹을 가리고 있다는 지적이 언론계 내부에서 나왔다. 

지난 24일 방송된 KBS 미디어비평 프로그램 <저널리즘 토크쇼 J>는 '버닝썬 게이트' 보도가 ‘권력 유착’이라는 본질에서 멀어지고 있는 실태를 비판적으로 짚었다.

<저널리즘 토크쇼 J>는 SBS <8뉴스>가 가수 정준영의 성관계 동영상 불법 촬영·유포 정황을 보도한 이후 '정준영 동영상'에 쏟아진 언론의 관심이 과도했다고 지적했다.   

이날 방송에서 김언경 민주언론시민연합 사무처장은 "3월 11일 SBS의 첫 보도 이후, 17일까지 SBS가 35건을 했는데, 같은 기간에 채널A가 47건을 보도했다"며 "채널A와 SBS는 이 사안이 가지고 있는 가치 이상으로 지나치게 부풀려서 장사를 했다"고 말했다.

특히 3월 11일부터 15일까지 닷새간 SBS <8뉴스>는 '정준영 동영상' 관련 보도에 총 1시간 18분을 할애했다. 스포츠 뉴스를 제외한 일반 뉴스의 32.2%에 해당하는 시간이다. 

장부승 간사이외국어대 교수는 "보도의 양은 편집권의 영역임을 인정하더라도 너무 지나치게 보도된 것이 아니냐는 의구심을 지울 수 없다"고 말했다.

‘정준영 사건’을 향한 언론의 과열된 관심은 2차 가해로 이어졌다. 

채널A의 <뉴스A>는 피해자의 직업을 특정한 보도를 단독으로 내놓았고, <동아일보>는 서울지방경찰청 광역수사대가 확인한 성관계 동영상 장면을 묘사하는 내용의 기사를 싣기도 했다.

이같은 보도가 결국 '버닝썬 게이트'의 권력 유착 의혹을 규명하는 데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지난 16일 방송된 KBS <뉴스9>의 ‘‘1박 2일’ 김준호·차태현 내기골프 정황... 담당 PD 방관‘ 보도가 대표적인 사례로 언급됐다.

정준희 교수는 "(결과적으로) 버닝썬의 본질에 대한 대중의 관심이 멀어지게끔 만드는 효과를 줬다"며 "일부러 져주는 방식으로 돈을 숨기는 비리가 있다는 것을 밝히는 보도였다면 괜찮았겠지만, 오히려 본질로부터 멀어지게 했다"고 했다. 

김빛이라 KBS 기자는 "이 사건의 본질은 ‘경찰과 유흥업소 간의 오랜 유착 관계’가 뭔지를 밝혀내는 거고, 둘째로는 ‘마약 범죄나 여성을 대상으로 한 성범죄’들이 어떻게 지금까지 연루됐고 무마됐는지, 마지막으로 과연 ‘탈세라든지 범법 행위’는 없었는지를 따져야 하는데 사실 승리나 정준영 이름 속에 다 묻혀버린 상황이 됐다"고 말했다.

정준희 교수는 “언론이 지금쯤은 멈춰 서서 우리 사회가 필요로 하는 의제가 무엇인가, 과연 이 사회가 권력형 비리구조가 어느 정도까지 파헤쳐야 끝날 것인가 하는 문제로 방향을 잡아야 한다”며 “의제에 맞는 정보들을 취사 선택하고 집중적으로 보여주는 방식이 타당하다”고 말했다.

저작권자 © PD저널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모바일버전